[칼럼]국립현대미술관 화재, 권력형 재난이다
[칼럼]국립현대미술관 화재, 권력형 재난이다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승인 2012.08.22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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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재난으로 노동자 네 분이 운명 하신 것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이 글을 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국가나 개인이나 처절한 경쟁의 승리자는 상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정신적 또는 형태의 상징물을 철저하게 파괴, 훼손한 후 물리적 승리와 정체성을 회복하는 이중의 전략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우리에게는 일본제국주의자들이 행한 물리적 파괴와 정서의 침탈이 가장 심했다.

서울 도성은 1900년 7월 숭례문 북쪽 성벽의 철거가 시작되었고, 이후 개화파와 대한제국을 좌지우지한 일본 제국주의가 추진한 경성 일대 도시계획에 의해 숭례문과 흥인지문은 교통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철거 혹은 이전이 추진됐다.

그러나 근대적인 도시계획의 구상은 개화파인 김옥균이 1882년에 쓴 치도약론(治道略論)이다. 김옥균은 치도약론에서 도성내의 도로의 정비와 위생과 농업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개화파가 몰락하고 친일파가 득세하자 일제는 조선의 수도였던 한성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그 중 1916-1919년 제2대 조선총독으로 강압통치를 시행한 것으로 악명 높은 「하세가와 요시미치」는 1904년 9월부터1908년 11월까지 조선군사령관으로 있으면서 숭례문 파괴를 주장했으나, 숭례문과 흥인지문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의 두 선봉장인 가토 기요마사(1562-1611)와 고니시 유키나가(?-1600)가 각기 이들 문을 통해 도성에 입성해 서울을 함락시킨 자랑스러운 전승기념물이라 해서 보존된 것인 반면 서대문(돈화문) 등 다른 성곽은 일본 왜구의 승리기록을 갖추지 못해 완전 철거되는 비운을 맞았다.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조선의 주요 건물들은 1960년대 초반에 대부분 헐려나갔으나 교보문고 앞의 고종즉위 40주년 기념비전과 종친부는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다. 종친부라 하면 왕가의 친족들을 공부할 수 있게 하고 관리하는 관청이다. 일제 때도 이 건물을 헐지를 못 했었다. 그런데 1981년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시절, 보안사의 테니스장을 만든다고 종친부 건물을 바로 옆 정독도서관으로 옮겨버렸다.

그리고 1996년부터 과천으로 새집을 짓고 간 미술계는 과천이 멀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서울시내에 들어서야한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미술계가 국립미술관을 세울 자리를 치욕적으로 헐린 문화재터를 요구한 것이었다.

대한제국의 정궁 역할을 한 덕수궁 석조전을 미술관으로 내달라고 요구한 것이 그 예이다. 다시 구성한 서울역을 미술관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에는 기차가 지나가서 진동이 있다고 거부했다. 사실 서울역부터 기지인 행신까지는 10km 정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진동이 심하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문화재계에서는 훼손된 역사복원의 의미인 종친부를 복원해야 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미술계는 역사적 당위성보다 자신들의 이익이 더 급했다. 결국 2009년 1월 여론수렴, 타당성조사, 역사문화복원의 염원을 무시한 채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에 종친부터는 또다시 난도질을 당하는 슬픈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발굴도 안했는데, 설계도가 발표되기도 했고 등록문화재인 기무사 본관 건물을 철거한다는 논란까지 있었다. 이런 논란의 과정 속에서 대통령 임기 내인 2013년 2월 5일을 개관 목표로 했으니 20개월 만에 완공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8.15때는 광화문 편액을 마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완성했다고 걸었다가 쩍 갈라지는 치욕을 당하고도 임기 내 완공하겠다는 투철한 폭력적 권력을 소유한 권력의 하인들이 있는 한, 미술관이 완공된다 해도 나는 그 미술관에 가서 예술적 감동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경찰은 수사를 하고 있다. 전기스파크가 원인이라는 보도가 있다. 용접이 있었다는 현장 노동자의 증언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공사기간 단축에 대해서 정권의 핵심이나 권력의 핵심, 행정부의 핵심에 있는 자들이 책임을 져야 된다. 단순 화재가 아니라 권력형 재난이기 때문이다. 권재!

*문화연대 약탈문화재 환수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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