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예술을 한다
난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예술을 한다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6.11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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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로 움직이는 영상 만드는 샌드아티스트, 장 폴로

난 “그동안 세계 90개국을 여행했어요. 올 여름에는 남태평양을 가보려고 합니다.”

배낭여행 전문가의 말이냐고? 아니다. 현재 건국대학교 예술학부 영상전공 교수로 재직 중인 샌드아티스트 장 폴로의 말이다.

여행이 취미이며 여행을 통해서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올해로 한국 생활이 9년째다. 지난달 7일 한국콘텐츠진흥원 개원식에서 멋진 샌드아트 공연을 선보여 주목을 받은 바 있는 그는 광주 비엔날레의 명예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그의 이력은 상당히 독특하다. 그는 대학에서 장애아 교육을 전공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술 활동을 통한 장애 아동 치료였다.

그런데 대학 졸업 후인 20대 초반, 단지 미국이 좋다는 이유로 훌쩍 조국 프랑스를 떠나 미국에 정착했다. 미국에서 그는 장애 아동 치료를 계속하다가 ‘예술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그것도 처음에는 샌드아트를 한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일을 했다.

“어려서부터 줄곧 그림은 그려왔지만 한번도 직업예술가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도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많이 좋아했긴 했었지만 '윌 빌튼 스튜디오'를 가기 전까지는 제가 애니메이터로 일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친구를 따라 우연히 그 회사를 방문하게 됐고, 바로 그곳이 제가 일할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바로 거기서 일을 할 수 있게 됐죠.”

당시 그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해야 하므로 진흙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라는 주문을 받았던 것이다. 이전에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작업이었지만 그는 시험 과정에서 숨겨진 자신의 끼를 발견했다. 그리고 성공적인 회사생활을 했다.

주로 상업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온 그는 코카콜라나 나이키처럼 세계 유수의 내로라하는 회사들의 상업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그리고 미국 에미상 TV 스페셜 부문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래서이기도 했지만 대학에서 교육을 전공했던 경력을 보아 회사에서는 새로운 애니메이터들이 들어올 때 늘 가르치는 역할을 맡겼다.

그런 까닭에 어느 날 한국으로부터 애니메이터 교사 파견 요청을 받았을 때 회사가 그를 보낸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저는 가르치는 것을 즐기고 좋아합니다. 어느 날 저희 회사는 당시 한국의 양수리에 있었던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약 10여 일간 강의해줄 사람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한국에 왔지요. 그리고 강의를 했는데 한 사람이 찾아와서 숙명여대에서 1년간 강의를 해줄 수 없겠냐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제가 승낙을 했죠. 그리고 그 1년은 후에 3년이 되었습니다.”

숙명여대에서 3년간 교편을 잡았던 그는 이내 국민대에서 러브콜을 받기에 이른다. 국민대에서 4년간 재직한 후, 이번에는 건국대에서 그를 스카우트했다. 그는 건국대에서 즐겁게 일을 하게 되었다.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겠지만 건국대학교는 특히 애니메이션 학과가 신설된 지 4~5년 되어서 그런지 새로운 열정으로 가득한 학교예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애니메이션학과가 따로 분과되어 있는 점도 매우 주목할 만하지요.”

그는 주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강의를 한다. 유명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윌레스 앤 그로밋’이 바로 그런 방식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의 예이다. 하나의 진흙인형 등을 손이나 기계 따위로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사진으로 찍는 것이다. 1초당 24장, 비디오로 만드려면 자그마치 사진 30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또 자유 형식의 클래스도 맡고 있다. 이 시간에 주로 샌드아트를 강의한다.

“저는 모래를 매개로 하는 이 예술을 정말 좋아합니다. 모래는 바다에서든 사막에서는 움직이고 있죠. 저도 이 모래로 애니메이션과 같은 움직이는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고요.

제가 샌드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케롤라인 리프라는 캐나다 영화 제작자의 70년대 작품을 보고서였죠.

제가 시작할 당시만 해도 별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트렌드가 변한 거죠. 현재 학교에서도 정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이 있어요.”

그는 강의를 하고 축제 공연을 준비하고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다 보면 주말도 없이 일을 하게 될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자신이 일을 하는 것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무척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제가 직접 일을 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아이디어도 고갈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일을 함께하지요. 그렇게 한 학기 일을 열심히 하고 방학에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거지요.”

방학 때는 어김없이 짐을 싸들고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한국도 북과 남을 두루 여행해봤다고 했다. 특히 그는 평양을 갔었는데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고 감탄하며 기회가 닿는다면 ‘아리랑 마스게임’을 보기 위해 다시 한번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관광 자원을 제발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서귀포시만 해도 마치 미국의 디즈니랜드와 같은 느낌이 나게 되고 말았어요. 정말 더는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는 특히 남태평양의 파퓨아뉴기니 섬 동쪽에 위치한 솔로몬 아일랜드를 사랑하고, 그 해변의 모래에 특히 반했다고 말했다. 샌드아트를 하자면 모래 입자가 매우 고와야 하는데, 그 조건에 딱 부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샌드아트를 위해서는 20Kg쯤 모래가 필요한데 그만큼을 가져오기는 너무 힘들어서 현재는 일본의 오키나와 해변의 모래를 사용하고 있다.

제주 모래를 사용하고 싶지만 입자가 조금 거칠어서 아쉽다는 말도 털어놓았다.

사랑하고, 반하고, 아쉽다는 자신의 감정을 그는 상대방에게 생생나게 전달하는 재주를 가진 듯했다.

샌드아트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그의 마음도 생생하게 읽혀졌다. 무엇 때문에 샌드아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궁금해 그에게 물었다.

‘누구를 위해 예술을 하고 있느냐?’

그는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보다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예술을 한다고 했다.

“그래야 그 행복이 다른 이에게도 전해질 수 있는 거죠. 다른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기쁠 수도 있고 기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것 자체가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겠죠. 하지만 저는 작품을 만들 때 짧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좋은 영상이 떠오르는 그런 것을 만듭니다. 특히 애니매이션은 기술적으로도 훌륭해야겠지만 그 시 - 스토리가 중요하지요. 저는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얼마나일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도 한국에 더 체류할 것 같다는 그는 한국인에 대한 간단한 촌평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국인들이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해요. 9년째 한국에 살고 있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 저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교회 전도하는 사람들뿐이었어요. 또 학생들을 보면 너무 전공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저것 더 열심히 하면서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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