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행]이순신·한산대첩, 국가브랜드로
[특별기행]이순신·한산대첩, 국가브랜드로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2.08.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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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대첩축제, 세계적 행사로 승화시켜야

▲한산대첩축제와 이순신파워리더십 버스를 돌아보며

▲이순신 장군 영정

"조선의 수군들이여! 견내량의 적은 강하다. 그동안 두 번 출동해 일곱 번의 해전에서 무찌른 적들과는 다르다. 그러나 겁먹지 마라. 용맹한 조선의 수군들이여! 너희들은 견내량의 적보다 더욱 강하다. 피땀 흘려 쌓아온 훈련을 그대로 실전에 응용하라. 그들은 남해를 돌아 서해로 진출해 조선을 결단 내려할 것이다. 오늘 이 한 번의 해전이 조선의 운명을 결정한다. 우리의 강토 조선을 침략한 왜적을 한명도 살려 보내지 마라. 조선의 수군들이여! 너희들의 무운을 빈다. 승선하라! 돛을 올려라! 북을 쳐라! 견내량의 적을 향해 출정하라"

지난 18일 오후 통영시 이순신 공원에는 류대수 한산대첩축제집행위원장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의 내레이션은 온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비장함을 감돌게 했다. 1892년 임진년 음력 7월8일 출정하는 이순신의 목소리가 그러하지 않았을까 싶었다.출전의 북소리가 바다 가운데로 둥둥 퍼져나가며 제51회 한산대첩 재현행사의 서막이 올랐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재현이 드넓은 바다를 무대로, 이순신 공원을 객석으로 거대한 퍼포먼스가 펼쳐진 것이다.

"돌격 귀선! 학익진으로 적을 포위하라"

통영시민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이번 행사를 보기 위해 3천여 명이 공원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바람 앞에 등불 같았던 당시의 조국을 지키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거룩한 승전’을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날씨 또한 청명해 평화로운 흰 구름이 떠다니며 승전의 기쁨을 맘껏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도왔다.

▲"돌격 귀선" 한산대첩재현행사 리허설에서 류태수 한산대첩축제집행위원장이 이순신 역을 맡아 위엄 가득한 목소리로 출정을 지휘하고 있다.

본 행사에 앞서 해양경찰청의 소방정이 바다 위 무대를 돌며 학익진을 상징하는 물분수는 가히 환상이라 할 만 했다. 분수는 학의 날개처럼 우아한 자태로 마치 한 편의 학춤을 보는 듯한 장관이었다.

▲학춤을 추듯 학익진을 상징하는 물분수를 뿜는 장관을 연출했다.

 드디어 바다에는 군선으로 변신한 어선(당시 판옥선) 여섯 척이 견내량에 주둔하고 있는 왜장 와키사카 야스하루 군대를 유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이에 걸려든 야스하루 군대는 73척의 군선을 이끌고 거북선 세척을 위시한 30여 척(당시 58척의 크고 작은 군선)의 이순신 군대를 향해 돌진해 온다. 420년 전 왜의 수군 부대를 학익진으로 포위해 승전고를 올린 한산대첩 전투가 본격 시작된다.

▲통영 이순신공원 언덕에서 한산대첩재현행사를 관람하는 시민과 관광객들

 

▲통영 이순신공원 언덕에서 한산대첩재현행사를 관람하는 시민과 관광객들. 전광판의 영상은 김동진 통영시장이 인사말을 하는 장면

이순신은 압도적인 수적 우세를 믿고 다가오는 왜군을 상대로 화포 위주의 원거리 공격과, 지형을 이용한 치밀한 작전으로 아군 피해 없이 일방적인 승리를 이루어 냈다. 왜군은 총 73척 중 59척이 격침 또는 나포되고 7,000~9,000명의 왜의 수군이 한산도 앞바다에 수장됐다. 이것이 유인과 포위의 학익진 전술이다.

▲한산대첩재현 전투 장면. 전투장면은 어스름해지는 한산바다 위를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바다와 하늘을 수놓았다.

 

▲한산대첩재현 전투 장면. 전투장면은 어스름해지는 한산바다 위를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바다와 하늘을 수놓았다

이날 전투장면은 당시 화포와 소총 대신 불꽃놀이용 화약을 사용해 바다와 하늘에 화려한 불꽃놀이를 펼쳤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불꽃이 바다에서 피어오르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모두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한산대첩재현 전투 장면. 전투장면은 어스름해지는 한산바다 위를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바다와 하늘을 수놓았다.

전 세계가 놀란 ‘학익진 전법’, “필생즉사 사필즉생(必生卽死 死必卽生

한산대첩은 대한민국 수군사는 물론 세계4대 해전에도 등재될 정도로 세계해전사에 길이 남을 역사로 기록됐다. 왜군은 이 때 자신들의 패인의 원인을 몰랐다 한다. 일본은 한산섬의 패인분석을 위해 꾸준한 연구를 해왔다. 그 결과 임진란 300년이 지난 후 일본의 한 학자에 의해 학익진에 그 비밀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이렇듯 이순신의 학익진 전법은 전무후무할 정도로 탁월했다.

▲한산대첩 재현행사가 펼쳐진 한산섬 앞바다에 거북선이 출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승리로 왜군은 서해를 돌아 한강과 대동강 수로를 이용해 서울과 평양에 전쟁 수행에 필요한 각종 보급품이 차단되고, 그 결과 일본군의 전세는 약화일로로 치닫게 된다. 한산대첩이 곧 나라를 구해낸 것임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다.

▲한산섬 제승당 수루. 이순신리더십 버스 참가자들이  여행기획가인 통영시티투어 박정욱씨로부터 이순신 장군과 한산대첩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듣고 있다.

기자는 이날 행사에 두 개의 자격과 목적으로 참석했다. 하나는 기자로서 ‘한산대첩재현행사’ 취재 목적과 이순신리더십포럼(이사장 이부경)에서 운영하는 ‘이순신파워리더십 버스’에 동행한 일원으로서였다. ‘이순신파워리더십 버스’는 우리사회의 리더들이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기 위한 산교육장이다. 이순신의 발자취를 따라서 이순신이 얼마나 시대를 초월한 리더였는가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배우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 ‘이순신 닮기’로 거듭나자는 취지다.

▲서울 중구 인현동(명보아트홀 앞)에 자리한 이순신 생가터 표지석

그 출발은 서울 중구 건천동(현 명보아트홀 자리)앞 이순신 장군생가터 표지석 앞에서 시작해 진해 해군사령부 소속 해군리더십센터와 해군사관학교 등지를 돌아 통영 한산섬 제승당과 충렬사 세병관 착량묘 등을 돌면서 이순신의 진정한 숨결을 느껴보는 일정이다. 그 과정에서 이순신은 역사 속 성웅(聖雄)이지만  지금도 우리와 함께 오늘을 호흡하며 살아가야하는 인물임을 자각하도록 이끌어 준다. 일부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순신을 너무 미화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그는 오히려 더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23전 23승을 이끌어낸 그는 “필생즉사 사필즉생(必生卽死 死必卽生, 살고자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의 각오로 매 전투마다 치밀한 전략과 준비로 “이겨놓고 싸운다”라고 한 그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줬다.

 휴머니즘 기반의 ‘이순신리더십’

몇 해 전 우리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 장수로서, 한 인간으로서 겪는 고독과 고뇌를 승화시켜 전장에서 승리를 이끌던 그를 보며 얼마나 가슴 졸이며 울고 웃었던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릴 수 그의 숭고한 애국심과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백성들을 향한 그의 애민정신에 그저 감동으로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한산대첩 재현행사를 위해 단장을 마친 선박들이 통영 시내 강구안에 정박해 있는 모습▲통영향토문화관에 전시된 당시의 해군 도열도 ▲임진왜란 당시의 통영지도.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수군 삼군통제영이었던 세병관(좌측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

 이순신은 무관으로 장수로서 뿐만 아니라 그가 남긴 난중일기를 비롯해 수많은 저서와 임금에게 올리는 장계, 시를 통해 그는 인문학자로서도 손색이 없음을 보여준다. 문무를 겸비하고 따뜻한 인간애까지 지닌 그는 진정한 지장이자 용장이자 덕장이다. 인내와 화합 그리고 용기, 그 모든 바탕에 있는 것은 인간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자 휴머니티로 풀이된다.

요사이 이순신리더십을 연구한 책자도 많이 출간됐고 모임 또한 많이 생겨난 것으로 안다. 그가 오늘날 리더 이순신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은 그가 휴머니즘에 기반을 둔 리더의 철학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이런 이순신 장군이 있고, 세계4대 해전사에 기록된 한산대첩과 이순신은 이제 통영시민만이 아닌 대한민국이 나아가 세계인이 관심을 갖고 찾아올 수 있도록 축제를 확장시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순신리더십32차버스에 참가자들이 통영 충렬사 이순신 사당 앞에서 묵념을 올린 후 기념촬영을 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이순신리더십파워버스에 동승했던 한 중소기업대표는 “이순신 장군의 교훈은 일상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으로 진정한 자기애의 완성을 이룬 분으로, 무엇보다 그것을 완성해낸 것이 중요하다”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늘 승리하는 삶을 사셨다는 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크나큰 메시지”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순신·한산대첩, 세계 4대 해전에 빛나는 역사

얼마 전 런던올림픽에서 한 축구선수의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세리머니로 대한축구협회는 일본에 사과를 하는 등 굴욕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순신의 의연함과 불굴의 정신을 널리 널리 우리 국민들에게 고취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신적 지도자가 없다’하는 우리사회에 이순신을 정신적 지도자로 늘 마음속에 머릿속에 담고 있으면 어떨까? 앞으로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을 그저 무심히 지나갈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이순신리더십버스와 한산대첩축제를 돌아보며 이순신을 세계적인 인물로, 한산대첩을 세계에 널리 알려 우리나라 우리민족만이 아닌 전 세계인이 추앙하는 국가브랜드로 만들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영시의 한산대첩축제를 전 세계인이 찾는 축제로 확대해서 이순신을 세계인의 가슴에 심어주고 싶다는 소망이 일었다. 

끝으로 우리가 힘들 때마다 한 번씩 꺼내봄직한 이순신 장군의 어록 하나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