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의전박물관, 천신만고 끝 개관
육의전박물관, 천신만고 끝 개관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8.28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고학 발굴유적 전시관의 모범사례… 30일 개관식

육의전박물관(관장 황평우)이 오는 30일 오후 2시 개관식을 갖는다.

육의전박물관은 지난 4년간 몇 번이나 개관이 무산될 뻔했던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27일 개관했다.

육의전은 조선시대 독점적 상업권을 부여받고 국가 수요품을 조달한 여섯 종류의 큰 상점을 뜻하며, 종로를 중심으로 거리 양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 2005년 건물주가 부지 매입 후 건축공사를 하다가 출토됐으며, 문화재청은 발굴조사를 통해 육의전 터인 걸 알아냈고 공사를 중단하고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공사가 중단됨에 따라 건물주는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에게 도움을 청했고, 황 소장은 건물도 짓고 지하에 유적박물관도 만들자는 해법을 고안해냈다.

유구 각각에 설명을 함께 해놓아 관람객의 이해를 높였다.

육의전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유적 위에 유리막을 덮어 관람객은 유리막 위를 걸으며 유적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유리막 골조틀에 LED조명이 설치돼 있어 관람객이 보다 더 밝고 선명하게 유적을 확인할 수 있게끔 했다.

이 유리막 전시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발굴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발굴에 이용된 도구들과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에서는 조선초기부터 오늘날까지 600년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임진왜란 당시의 소토층(불에 탄 흔적) 발굴이 눈여겨볼만 하다. 이는 임진왜란 때 종로 시전을 비롯한 한양 전역이 완전히 소실됐고, 그 이후 한참 복구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또한 15세기 및 16세기 시전행랑 유적을 두 시기 간 층을 두고 그대로 전시했다.

최근 도심지 개발에 따른 발굴조사 중 유적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발굴 후 2차 도면실측 및 사진촬영 후 현 위치에 다시 묻히곤 한다.

반면, 육의전박물관의 유적 현장 보존은 조선시대 육의전 형태를 현대식 건물 내부에 복원해 현재 시각으로 과거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이렇듯 유적을 다른 장소로 이전·복원하지 않고, 본래 위치에 보존·전시함으로써 유구의 생명감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발굴유적 보존의 모범사례로서도 의미가 깊으며, 문화재 보호에 대한 국민 애호심을 북돋는 대표적인 장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육의전박물관은 문화유산 관리 정책상 최초로 '개발과 보존'을 고안해 동시에 실현하는 박물관이자, 도심 한복판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개발과 문화재 보존의 상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황평우 관장은 "나열식으로 돼 있는 다른 박물관과는 달리 육의전박물관은 토층 속에 묻힌 역사를 입체감을 느끼며 공부할 수 있도록 했으며, 관람객은 조선 전체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적이 발견됐다고 해서 개발 제한을 하는 게 아니라, 유적지를 잘 보존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 개발과 보존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육의전박물관은 탑골공원 옆 육의전빌딩 지하1층에 위치해 있다. 8월 30일까지는 개관 기념 무료입장할 수 있으며, 이후 입장권은 1천원부터. (문의 : 02-722-6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