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오페라 가수 폴 포츠] 희망아이콘, 한국에 푹 빠지다~ “고기 먹고 물냉면까지 먹어야 든든”
[인터뷰 - 오페라 가수 폴 포츠] 희망아이콘, 한국에 푹 빠지다~ “고기 먹고 물냉면까지 먹어야 든든”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글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9.1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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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음반 준비 중… 한국 전통가락에 충격 받기도…

 

     어수룩하고 경직된 모습의 한 남자가 세상을 향한 무대 위로 올라서자, 심드렁한 객석의 얼굴들이 마치 노려보는 것만 같아 그는 더욱 작아진다. 오페라를 부르겠다는 그의 말에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독설로 유명한 음반기획자 사이먼 코웰을 비롯해 세 심사위원은 준비되면 하라는 말을 그에게 던지곤 볼펜 따위나 돌리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는 불과 몇 초 뒤, 스타는 탄생됐다.

     평생을 멸시와 따돌림 속에서 살아온 그이기에 그런 반응쯤이야 익숙했는지도 모른다. 어눌한 좀 전과는 달리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오페라를 부르는 그에게서 사람들은 출처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꼈기에 더욱 더 그에게 열광한 건 아닐까? 고르지 못한 치열에 나올 대로 나온 배를 바지벨트로 겨우 움켜잡고 있는 그는 결국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박봉의 핸드폰 외판원으로 생활하면서도, 악성종양 수술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면서도 그는 음악을 향한 열망만은 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로또당첨과 같은 일확천금을 꿈꾸면서도 한 편으론 개운치 못한 뒷맛을 부정할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오로지 노력과 진실성만으로 정당하게 꿈을 이룬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희망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단순히 오디션프로그램 우승자가 아닌,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진부한 말을 직접 증명한 이인 것이다.

     지금까지도 세계 수많은 이들이 유투브에서 그의 무대영상을 되돌려보며 댓글로 당시의 희열을 재현하고 있다. 다음은 무료공연 ‘희망콘서트’를 위해 방한한 그와 나눈 일문일답.

-며칠 전, 강원도 영월투어를 다녀왔다고 하더라. 어떻게 가게 됐는지? 청령포에서 단종께 예를 올리고 사찰에서 삼배도 했던데 그 체험 소감은?
“콘서트가 있어서 한국에 방문했고,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투어를 다녀왔다. 경치가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산이 참 많은 게 인상적이었다. 천문관을 방문해 별을 관찰하고, 달을 찍기도 했다. 단종께 예를 올리면서 영국중세시대에 비슷하단 느낌을 받았다. 권력이 오용되고, 남용됐던 영국의 역사와 같은 점이 있다고 느껴져서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옆에서 하는 절을 보고 얼추 흉내는 내봤는데, 잘 한 건지 모르겠다.”(웃음)

-아리랑 음반을 취입한다던데, 기대가 크다.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
“아직 구체적인 것이 나오진 않았고, 이제 막 얘기가 나온 단계에 불과하다. 여러 가지를 구상 중에 있다.”

-국악을 접하거나 경험한 적은 있는지 궁금하다. 느낌이 어땠는가?
“판소리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잘 알진 못한다. 한 번 따라해 본 적도 있는데, 아주 흥미로웠다. 드럼(장구)치는 게 재밌더라. 지금까지 해온 오페라 멜로디와 비교해서 한국의 전통가락은 참 충격적이었다. 어느 부분에서 끊어야 하고, 강약조절을 해야 하는지 생소했지만 즐거웠다.”

-한국어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한국말로 팬들과 소통하고 음식주문도 직접 해보고 싶다고 하던데, 한국어 실력이 궁금하다.
“(우리말로 직접)‘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맥주 주세요’, ‘맛있어요’. 이 정도로만 할 줄 안다. (갑자기 생각난 듯이)아, ‘돈 주세요’도 알고 있다. 그리고 ‘쏘주’도. 정식으로 한국어 교습을 따로 받고 있진 않고, 주변 한국인분들로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하나씩 배우고 있다. 또 차로 이동할 땐 핸드폰 어플로 공부하기도 한다.”

-소주를 좋아하나보다. 한국음식이 입에 잘 맞나?
“주로 맥주를 선호하긴 하지만, 소주도 좋다. 웬만한 한국음식은 다 잘 먹는다. 너무들 맛있고 좋다. 저번엔 매운 찜닭을 먹었는데, 입에서 불이 난 줄 알았지만 멈출 수 없는 맛에 끝까지 해치웠다. 얼마 전에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회를 먹었는데, 반해서 다른 건 놔두고 계속 회만 집어 먹었다. 그리고 고기를 먹고 난 후에는 꼭 물냉면을 먹는다. 처음엔 디저트도 아니고, 물냉면을 먹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었지만, 한 번 먹고 나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물냉면까지 먹어야 다 먹은 것 같더라.”(웃음)

-한국의 여러 도시를 많아 다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는가? 있다면 이유는?
“어려운 질문이다. 좋은 데가 너무 많아서 하나만 꼽기가 어렵다. 한국은 참 아름다운 나라다. 부산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해안선이 멋있었다. 또 울산 현대중공업을 방문해 여러 구경을 하기도 했었다. 자연과 산업이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새삼스럽게 한국의 세계적인 위치에 대해 실감하기도 했다. 제주도도 참 재밌었는데, 특히 우도가 너무 좋았다. 어렸을 때 바다 옆에 살아서인지 바다와 해양산업에 관심이 많다.”

-데뷔 이후, 자신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며, 자존감은 이제 완전히 회복이 됐는지도 궁금하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사랑하는 걸 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세계로 공연을 다니며 여행도 많이 다니고 있다. 자존감 문제는 내가 계속해서 헤쳐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휴대폰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합창단원으로 꾸준히 활동했고, 오페라 가수로서 무대에도 계속 섰는데, 정식 데뷔 전인 당시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
“지금에 비하면 그때 당시 노래했던 건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휴대폰 판매에 훨씬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간간히 푸치니 등의 오페라 무대에 섰는데, 그때도 청중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같이 자리한 폴 포츠의 음악감독 크리스 타일러에게 질문을 했다.) 세계 각지를 함께 다니는 당신이 보는 폴 포츠는 어떤 사람인가?
“폴은 함께 일하기에 아주 편한 친구다. 5년 넘게 공연과 여행을 다니고 있지만, 이렇게 항상 즐겁고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하다. 특히 폴과 나는 비슷한 성향과 유머코드를 지녀서인지 우리 둘의 대화는 즐겁기만 하다. 또한 일적인 면에서는 늘 프로의식을 잃지 않는 폴을 보며, 나는 영감과 자극을 받곤 한다.”

-‘브리튼즈갓탤런트’의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과 첫 음반 ‘one chance’를 작업했었다. 그와는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는지, 개인적으로 만난 그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다.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연락도 종종 하고 있다. 사이먼은 방송에서 보이는 것처럼 직설적이기도 하지만 예의가 참 바른 사람이다.”

-영국에서 당신의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 현재 진행상황은 어떻게 돼 가고 있는가?
“비밀이라 말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영화가 나와서 직접 보기 전까진 나도 어떻게 될 진 모르겠지만 아주 기대하고 있다.”

-1집 앨범 수록곡 ‘Cavatina’를 통해 아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날 놀리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날 놀릴 때면 난 그걸 즐기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가구점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그만두고 여행을 다니며 여가를 즐기고 있다. 시간이 맞으면 같이 여행을 떠나곤 한다. (자상하고 멋진 남편이라는 기자의 말에) 아내가 동의할 지 모르겠다.(웃음)”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기도 했었다. 자신도 처음에는 오디션 참가자로 시작했는데, 오디션의 심사위원을 맡은 기분이 어땠는가?
“처음 심사위원을 맡았을 땐 좀 떨렸다. 내가 어느 한 사람의 미래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는 건 진솔한 평가를 해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국내 한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폴포츠’라는 별명을 얻은 야식배달부 김승일 씨와 함께 공연을 해 화제를 모았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가?
“(옆자리의 통역 겸 기획사 직원을 웃으며 쳐다보며)공연은 저쪽에서 결정하는 거다. 그리고 그 분과 개인적인 연락은 하고 있지 않다.”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I'm missing you’라는 영어버전 곡으로 부를 만큼 K-pop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실제로 영국에서의 K-pop 반응은 어떤가?
“작곡가 윤일상과 함께 ‘I'm missing you’를 작업했다. 영어로 부르긴 했지만, 너무 좋은 곡이더라. 요즘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빠져있다. 차에서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싸이의 ‘말춤’을 춰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아내가 공개적으로는 절대 춤 추지 말라고 시켰다.(웃음) 어떤 가수가 인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국 내에서도 K-pop 붐이 일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한국에서는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 직업을 갖고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이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Never give up. 포기하지 말고 자신이 사랑하는 걸 계속 하길 바란다. 자신을 개선해가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는다.”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한국은 내게 또 다른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어딜 가든 반겨주는 한국 팬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다. 또한 시원시원한 한국 분들의 성향이 날 편하게 만들어준다. 다시 한 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내년에는 새 앨범이 출시될 예정이고, 나를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보다 더 많은 공연 일정으로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게 될 것 같다. 다시 한국에 올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