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불교가 디지털 염주알 굴린다
아날로그 불교가 디지털 염주알 굴린다
  • 고산돌 객원기자(문학in 총괄본부장)
  • 승인 2012.09.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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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평론> 2012 가을 학술심포지엄... “디지털 문명 시대와 불교”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불교평론 2012 가을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지난 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디지털 문명 시대와 불교”를 대주제로 <불교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염주알을 어떻게 굴릴 것인가>였다. 도움은 계간 <불교평론>.

기조발제는 ‘소유의 종말을 말하는 불교 사상’을 김형효(한국학연구원 명예교수)가, ‘디지털 시대의 패러다임과 화엄연기론’ 석길암(금강대 HK교수), ‘디지털 문명의 매트릭스적 실존과 불교적 대응’ 박병기(교원대 교수), ‘디지털 사회에서 불교교리의 재해석과 과제’ 이도흠(한양대 교수),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포교’ 박수호(덕성여대 겸임교수), ‘디지털 시대의 불교예술의 혁신’ 명 법(서울대 강사), ‘붉은 세상을 파랗게 만들 수 있을까’ 허우성(경희대 교수)이 맡았다.

계간 <불교평론>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는 아날로그와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현실과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문을 연었다. 그는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고 하이퍼텍스트가 무한하게 생성되며, SNS의 소통이 기존의 언론을 대체한다”라며 “현실을 반영한 예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를 모방한 현실이 만들어지고 해석이 현실을 대체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전혀 다른 사회문화의 장에서 불교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라며 “또 불교는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며, 나아가 디지털 시대라는 환경에서 어떻게 우리 삶에 지표를 제시할 것인가. <불교평론>은 이번 학술세미나를 통해 이 문제를 중심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고 이번 행사 속내를 설명했다.
<불교평론> 2012년 가을호에는 경허 열반 100주년 특별기고 “경허의 주색(酒色)과 삼수갑산”(윤창화)과 특집으로 “디지털 문명시대와 불교” 등이 실려 있다.

윤창화 대표는 “경허의 주색(酒色)과 삼수갑산”이라는 이름을 붙힌 글에서 “경허 선사 본인도 육식과 주색(酒色) 등 잘못된 습관을 부끄러워하며 변명하고 후회했다”고 적고 있다. 올해 열반 100주기가 된 경허(鏡虛·1849~1912) 선사는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 일컬어지는 고승으로 그 수행과 깨달음, 법력에 있어 당대에 따를 이가 없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윤 대표는 “술과 고기를 먹고 부녀자를 희롱하는 등의 기행(奇行)도 널리 알려졌다”며 “긍정적으로 보면 선승(禪僧)의 무애행(無碍行·얽매임 없는 행동)이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계율 파괴다. 오늘날 한국 승가(僧伽)의 계율 의식이 느슨해진 데는 그의 영향이 크다”고 경허선사 삶을 되짚고 있다.

윤 대표는 마무리 글에서 “경허 선사가 전통선을 다시 살린 ‘공’이 높지만 막행막식으로 계율 의식을 무너뜨리고 후대 수행자들로 하여금 주색을 답습하게 한 것은 일대 과오”라며 “현대 수행자들은 그의 삶을 반면교사로 삶고 지계정신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집 “디지털 문명시대와 불교”는 이번 학술심포지엄 내용과 같다.


고산돌 객원기자(문학in 총괄본부장)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