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절한 열창, 소름끼치는 연기 압권... 무대세팅 옥의 티
절절한 열창, 소름끼치는 연기 압권... 무대세팅 옥의 티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6.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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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20주년 맞은 한국오페라단, ‘2009 피치 페스티벌’ 오페라 ‘토스카’

“별들은 빛나고, 대지는 달콤한 향기를 풍긴다. 이토록 삶을 사랑해 본 적은 없었는데....”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은 한국오페라단이 ‘2009 피치 페스티벌’의 첫 작품으로 야심차게 선보인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는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의 거장 피에르 루이지 피치와 그의 수제자 마씨모 가스파론의 솜씨가 단연 돋보이는 명작이다.

오페라의 내용도 ‘권력에 얽혀 무참히 희생되어야 하는 개인’을 다루고 있어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과 비견되어 긴 여운을 남긴다.

유럽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배우들과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함께 어우러져 푸치니의 오페라답게 정적이면서도 인간의 심리의 내면을 잘 묘사해 낸 이번 오페라 ‘토스카’의 무대는 2008년 마체라타 야외극장에서의 성공적인 공연 무대를 재연한 것이다.

1800년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여러 나라로 나뉘어 세력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번 공연에서 ‘푸치니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싶다’는 피에르 루이지 예술총감독은 바티칸 성당과 성당 의식, 1800년대 초 로마 병사의 군복을 세밀하게 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성당 의식을 재현하는 신에서는 마치 최근의 우리나라 민심을 반영하는 듯 촛불을 든 어린이 수도사들이 등장해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역시 오페라 ‘토스카’의 하이라이트는 3막의 아리아 ‘별을 빛나건만’이었다. 자비에 팔라시오스의 열창은 자신의 삶을 허무하게 마감해야 하고 연인 토스카와도 헤어져야 하는 카바라도시의 절절한 심정을 잘 살려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

또 올가 페리에는 비밀경찰 경시총감 스카르피아의 욕정 앞에서 신앙심이 깊고 나약하기만 한 여자로서의 모습과 결국 그를 살해하게 되는 강인한 여성의 이중적인 모습을 잘 연기해 냈는데, 특히 극적 장면에서 그녀의 하이소프라노는 소름이 끼칠 정도여서 몹시 인상적이었다.

3막에서 목동역을 맡은 김희선 어린이도 주목할 만하다. ‘내 무거운 한숨 그대에게 보내리’로 시작하는 짧은 노래를 부르고 모습을 감추지만, 깊이가 있는 가사를 어린이의 신비로운 노랫소리로 듣는 색다를 매력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아쉬웠던 점은 스카르피아 역을 맡은 클라우디오 스구라의 키가 상대 배우들보다 너무 커서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는 것, 또 1~3막이 모두 엇비슷한 모습으로 지루함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물론 야외무대를 실내에서 재현해낸 것이라 세트 변경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겠지만....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