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촌
시인 오장환
추라한 지붕
썩어가는 추녀 우엔
박 한 통이 쇠었다.
밤서리 차게 나려앉는 밤
싱싱하던 넝쿨이 사그러 붙든 밤.
지붕 밑 양주는 밤새워 싸웠다.
박이 딴딴이 굳고
나뭇잎새 우수수 떨어지던 날,
양주는 새박아지 뀌여 들고
추라한 지붕,
썩어가는 추녀가 덮인
움막을 작별하였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내가 태어나 살았던 그 동산마을(창원시 상남동) 잿빛 초가지붕 위에는 지금도 연초록 박이 허연 배를 내보이며 뒹굴고 있을까.
이소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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