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칼럼]건축,예술과 통합되다
[건축칼럼]건축,예술과 통합되다
  • 장윤규 ‘운생동건축가그룹’ 대표/ 국민대 교수
  • 승인 2012.10.2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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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장윤규 ‘운생동건축가그룹’ 대표/ 국민대 교수

건축가가 가장 많이 받는 <건축은 예술인가> 라는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질문은 어쩌면 건축과 예술이 항상 연관성을 가지고 동일한 이슈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로 돌아가는 계기가 된다.

오히려 관객들이 미술품을 보면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과 이야기를 발견해내려고 하는 것처럼, 건축을 통해서도 다른 접근과 해석을 찾아내려 상승효과를 예술과의 연관성으로 움직이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건축은 예술 중에서도 미술의 영역과 많은 소통을 이뤄내고 있다. 미술 중에서도 입체적인 형태를 다룬다는 점에서 조각과 많은 유사성을 가진다. 건축과 조각의 차이를 이야기 한다면 건축은 삶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적인 성격과 인간이 거주할 수 있도록 공간적인 구조를 가진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Christo & Jeanne-Claude

미켈란젤로의 시대로 거슬러 간다면, 성베드로 성당의 건축을 설계를 하면서 동시에 함께 공존하는 조각과 성당미술을 총체적으로 통합해내는 예술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은 모더니즘시대에도 계속 계승되어 거장이라고 불리는 르꼬르브지에는 수많은 명작 건축을 완성하기도 했지만 입체파 화가의 한 작가로도 흥미로운 작품을 남겼다. 다양하게 완성된 건축 안에 자신의 벽화를 중요 공간에 그려 넣거나 가구까지 디자인하여 완성하는 통합적인 예술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건축과 도시 모든 환경물과 장소를 랩핑하는 크리스토(Christo & Jeanne-Claude)의 작업은 다분히 건축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현대의 건축의 중요한 이슈인 스킨(Skin)의 문제를 제기하며 구조와 스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테이트모던 미술관 중앙 터빈홀에 제시한 아니쉬 카푸(Anish Kapoor)의 작업도 건축적 공간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한다. 거대한 관과 같은 공간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튜브를 통하여 분리된 공간을 연결하고 소통시키는 공간적 통합을 상상하게 한다.

▲Anish Kapoor

딜러 앤 스코피디오는 건축과 전시, 미디어 설치, 퍼포먼스, 테크놀러지를 넘나들며 새로운 예술과 건축이 소통되는 특이성을 제시하는 건축가 그룹이다.

미세한 스모그와 같은 물방울을 생성하여 물안개 속에 있는 거와 같은 환상을 만들어낸 블러빌딩(Blur Building) 이라는 건축과 행위적 아트라는 쇼킹한 사건을 발생시켰다.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은 2003년 테이트모던 미술관 터빈 홀에 인공 태양을 만드는 ‘더 웨더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를 완성했다. 그의 작품은 건축과 설치, 조각, 사진을 넘나들며 빛과 색상, 온도, 파장 등을 연구함으로써 예술과 건축 그리고 테크놀로지가 결합하는 새로운 지점을 제시한다.

엘리아슨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그의 작업 방식 때문일 것이다. 스튜디오를 만들어 다양한 아티스트와 건축가 및 기술자들을 모아놓고 이들과 협력한다. 마치 실험실과 같은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들은 철학, 미학에 대한 토론은 물론 기술적 부분까지 모든 이슈를 공유한다.

엘리아슨은 미술관에 또 다른 공간인 ‘냉장고’를 만들어 그 속에 BMW를 ‘아이스 카(ice car)’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실현했다. 자동차를 오브제로서 고찰하는 게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관계에 의해 생성되는 건축 복합물의 부분으로서 바라보고 있다. 냉장고라는 공간적 설정에 온도와 물성(物性)에 대한 이해가 결합되면서 상상력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오브제를 만들어냈다.

▲aa-Diller & Scofidio-Blur Building

건축이 대중화 될수록 건축가들로 하여금 더욱 건축과 예술을 통합되는 제안을 요구할 것이다.

▲Eliasson03-ice car01

미국 롱아일랜드시티의 P.S.1현대미술센터와 현대미술관이 공동 주관하는 ‘P.S.1프로젝트’는 매해마다 P.S.1현대미술센터의 안뜰을 새롭게 개선하자는 흥미로운 공모를 주관하기도 한다.주인공인 젊은 건축가들은 경치, 기술, 공간 개념을 포함해 설치물을 완성한다. 다양한 이벤트와 축제에 이용되는 공공의 공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축과 예술이 결합된 설치물을 재현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ak-Herman Diaz Alonzo-ps1프로젝트의 예

현대의 건축은, 건축과 미디어 설치, 시각예술, 행위예술,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예술과 건축의 새로운 소통을 제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 건축은 구조와 공간, 재료, 스킨(skin), 주변 환경(landscape) 등을 모두 통합해 하나의 새로운 틀을 구성하며 새로운 건축 모델을 발견하는 모색기에 와 있다.
현대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발전은 이런 움직임에 가속도를 더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건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통합 움직임은 다양한 분야들이 상호 작용하며 사회 문화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를 대변한다. 철학은 통섭을 논하면서 모든 학문의 상보적인 결합을 이야기하고, 예술도 그 분야를 뛰어넘는 새로운 결합을 탐색하고 있다. 특히 예술과 건축의 결합은 더 큰 변위와 변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건축가 장윤규 서울대 건축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운생동건축가그룹’ 대표,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 ‘갤러리정미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금호복합문화공간 크링, 예화랑, 서울대 건축대학,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파주출판단지의 생능출판사, 광주 디자인센터, 이집트 대사관 등이 있다. 세계적인 건축상인 AR Award 와 뱅가드상을 비롯해 2008년 한국공간디자인대상 대상, 대한민국 우수디자인(GD) 국무총리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