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해 화백, “미협 미술대전, 지회로 이양시켜 토너먼트 방식으로 바꾸겠다”
김일해 화백, “미협 미술대전, 지회로 이양시켜 토너먼트 방식으로 바꾸겠다”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글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10.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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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제23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선거 후보 김일해 화백] 이사장 선출은 추대방식으로 가야… 선거로는 비리척결 할 수 없어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내년 1월에 치뤄질 제 23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을 돌아가며 릴레이 인터뷰를 할 예정이며, 첫 회로 김일해 후보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김일해 화백은 자신은 처음부터 이번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선거로 이사장이 선출되는 방식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해 더더욱 그랬다는 것. ‘화합’과 ‘동참’을 강조하는 그로서는 선거 한 번 치루고 나면 편 가르기에 친구가 원수가 돼 있고, 괜히 서로 껄끄러워지고 서먹해지는 미술계의 분위기에 또 다시 자신까지 낄 수는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 선거에는 김 화백을 포함해 총 3명의 후보가 출마한다. 추대방식으로 이사장이 선출돼야 한다는 김 화백은 올해 1월만 해도 직접 출마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마음이 온전히 그의 것만 일 수 없도록 이끌었고, 김 화백이 아니면 안 된다는 여론으로 그는 굳게 결심을 하고 출마를 선언했다. 가을비가 억세게 내리는 날, 김 화백의 작업실이 위치한 경기도 광주를 찾아 이토록 어렵게 출마한 그가 내세운 공약과 미술계의 발전을 위한 깊은 고민을 들어봤다.

 

△1954년 대구 출생 △현재 한국미술문화포럼 대표 / 동방의 빛-한중교류전 회장 △영남대학교 회화과 학사·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대한민국 미술대전 연 3회 특선 / 대구미술대전 최고상 / 한국 미술작가상 / 프랑스 파리 르-살롱전 은상 / 오늘의 작가상 외 다수 수상 △개인전 : 뉴욕, 파리, 동경, 북경, 서울 등 40여 회 / 단체전 : ART KOREA 표지작가초대전(서울미술관) / C-KOAS(북경상상미술관) / 서울미술대전초대출품(서울시립미술관) / 한국구상대제전(예술의전당) / 한국의Nude(세종문화회관) 등 500여 회 △대한민국 미술대전·대구 미술대전·목우회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3개월 전 쯤, 작업실에 화재가 났는데, 큰 피해는 없으셨는지요?
“마침 작품은 콘테이너에 옮겨 놔서 다행히 작품 피해가 없었어요. 고치고 수리할 부분이 남았지만, 이제 제법 정리가 돼 가고 있습니다. 불이나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는데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길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이번 선거에서 내세우는 핵심 공약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가장 먼저, 미협 이사장 선출 방식을 선거가 아닌 추대 방식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두 번째로, 미협 9개 분과별 부이사장의 역할을 확대함과 동시에 이사장은 미술대전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해서 이사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킬 겁니다. 미협 이사장 선거가 유독 조기 과열되고, 말이 많이 나오는 이유의 중심에는 미술대전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이사장하려고 하는 게 다 미술대전 때문 아니겠습니까. 전  이사장이 미술대전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이사장 하려는 사람들도 줄어들 거고, 자연스레 후보도 걸러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미술대전을 각 지회로 이양시켜 개최하도록 하고, 서울에서 결승전을 치루는 방식으로 운영하려 합니다. 그리고 예술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 등 어디를 가도 원로가 있기 마련이죠. 특히 미술계에 원로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 미술인들 스스로가 원로대접을 하지 않아요. 세월이 지나 나이가 들면 좋은 작품을 해온 작가 누구나 원로가 되는 건데, 그저 ‘고문’이란 타이틀로 뒷방에만 모실 게 아니라 원로위원회를 구성해 모셔야 하지 않을까요. 각 장르에 걸쳐 작품성과, 그 작가가 걸어온 길, 생각 등을 토대로 말입니다. 그래서 한국미술원로위원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미협은 알맹이는 없고 몸집만 큰 부정비리 협회의 표상으로 인식이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신뢰구축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예산을 끌어오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십니까?
“지금껏 재정은 회비로 충당해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회비 납부도 잘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선거철에 후보들이 다 대납을 하는 방식으로 가다보니, 계속 나쁜 일들이 벌어지는 거예요. 이렇게 상황이 오기 까지는 미술인들 모두의 책임이 있습니다. 이사장 선출에 표를 던져준 것도 바로 우리 미술인들이잖습니까. 이걸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술계는 화합된 모습으로 함께 뭉쳐 우리가 먼저 좋은 안과 프로젝트를 내놔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끊겼던 정부 예산도 다시 확보할 수 있고, 문화부 쪽에서도 보다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업실 이층 사방으로 유리로 전망이 트인 거실에서  김일해 화백

 

-미술대전과 관련한 비리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와 관련해 미술대전을 지회로 이양시키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미술대전에서 탈락한 화가가 입선작을 봤을 때 의문을 가지는 일이 일어나면 안 되겠죠. 지금은 미술대전에서 상 받은 사람이 오히려 부끄러워요. 돈 주고 산 상이란 인식이 많으니…. 수상한 작가들 역시 수상 후 흔적도 없이 화단에서 사라지곤 하죠. 미술대전을 지회로 이양시키겠다는 뜻은 마치 전국체전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 지역의 대표선수를 뽑아 최종적으로 중앙에서 전국대회를 갖는 방식 말입니다. 토너먼트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회는 각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좋은 작품을 뽑기 위해 노력하게 될 거고, 그렇게 전국에서 모인 작품들을 공개심사를 통해 정계 및 재계가 상을 제정하도록 해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상금을 줄 수 있게끔 할 겁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가면 모두가 수긍할 수 있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는 미술대전 수상자 중 일부인 24명 작가에게 사비를 털어 지난 7월 ‘한국구상미술 리필’展을 열어줬다. 미술대전 심사를 맡았던 그는 평론가 신항섭과 함께 특선 이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며, 한국 구상의 맥을 이어갈 수 있는 진정한 ‘실력자’를 골라냈다고 한다. 그는 “상만 주고 내버려 두지 말고, 정말 좋은 작가들에게는 다시 한 번 자기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원래 미협에서 해야 할 일을 보다 못한 자신이 개인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혹시라도 불거져 나올 수 있는 ‘전략적 선거운동’이란 의심에 대해서는 “24명 작가 중 미협회원은 고작 3명밖에 없었다.”고 일축하며, “당선 되면 구상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도 모두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1대 선거 당시 상대 후보는 선거비리의혹을 받으며, 미술계가 한바탕 뒤집어졌었죠. 그 후, 22대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고, 이번 23대 선거에 출마했는데, 22대 선거에는 왜 나오지 않으셨는지, 또 21대 선거 때의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21대  선거에서 낙방하곤 절 지지해줬던 많은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었죠. 그리고 알려진 바대로 21대 선거 직후 아주 시끄러웠는데, 그래서 전 선거 직후 선거판에 환멸을 느껴 바로 외국으로 출국해버렸어요. 하늘이 제게 다른 큰 역할을 주시려고 그런거라 생각키로 했습니다.”

-21대 선거와 23대 선거와의 차이가 있을까요?
“21대 선거 때에는 제가 뭘 잘 몰랐어요. 그저 저와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라면 가지 치듯이 끊어버리곤 했죠. 하지만 지금은 모두 함께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 공약 자체에서 분과와 관련한 비리가 있을 시에 가차 없이 사퇴시킨다고 했으니,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아예 제게 오질 않거나,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죠. 한 번 떨어져 봤기에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아무리 좋은 공약과 뜻을 갖고 있다한들 당선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러니 지금은 당선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미술시장에서 작품이 인기리에 판매되는 작가 중 한 분이십니다. 지금도 바쁜데, 이사장에 당선된다면 작업시간이 보다 더 줄어들 것 같은데요.
“처음엔 저도 고민이 많았어요. 더군다나 지금부터 앞으로의 4-5년은 작가로서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시점에서 제가 화단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하지 않고 내 그림 몇 작품 더 그리는 게 맞는 것인지 회의가 들더군요. 제가 미술계의 불만과 문제점을 잘 알고 있고, 그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몰라라 하고 내 그림에만 집중한다면, 나중에 미술역사와 후진들이 절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그림 몇 점 덜 그리고 제대로 돌아가는 한국미술계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전체 미술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싶고, 당선되면 본분에 맡도록 미술협회를 위해 힘쓰고 싶습니다.”

-국내 미술시장은 점점 위축돼 가고 있습니다. 문제점과 해결안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국내 옥션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원래 화랑에서 옥션을 운영하면 안 되는 것이거늘 이름을 바꿔 옥션을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자신들의 화랑과 거래가 있었던 작가들은 높은 가격에 팔고, 반대의 경우에는 싸게 팔고 하는 그런 식으로 말예요. 그렇게 옥션에서 비싸게 주고 구입한 작품을 미술시장에 되팔려고 하면 구입가의 반값도 나오지 않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그 구매자가 다시 작품을 활발히 구매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서는 국내 미술 경기가 좋아질 수가 없어요. 저는 미협 자체에서 온라인 옥션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원들은 자기 작품을 스스로 값을 매겨 올리는 거죠. 단돈 몇 십만 원이라도 팔아야 하는 작가들도 있으니까요. 온라인에 접속한 어느 누구라도 볼 수 있고, 자유롭게 작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해야 가격이 투명해질 거고, 미술시장의 긴장 역시 좀 완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이와 관련한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습니다.”

-나머지 두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세요.
“저는 선거한답시고 서로를 적대시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후보도 분명 훌륭한 사람들일 수도 있으며, 좋은 뜻을 갖고 나왔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당선되면  중요한 자리 두 군데를 비워두고 두 후보들을 위해 내어줄 생각입니다.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와 의견이 있다면 서로 뜻을 합쳐 함께 가고 싶어요. 임원을 구성하고 이사진을 구성할 때에도 서로 편 가를 필요 없이 전체 화합을 도모할 수도 있고 말이죠. 나머지 후보들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모두 함께 가고 싶다고 거듭 말하고 싶습니다. 비워놓았다는 두 자리는 지금은 알려줄 수 없습니다.”(웃음)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인 미협 회원들에게 지지발언 한마디 해주세요.
“자신의 안위만 생각할 게 아니라 한국 미술계가 함께 가야하는 길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관심을 갖고 다 같이 동참하고, 같이 갈 수 있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