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유림을 모티브로 한 우리 춤의 창작 한 마당
[공연리뷰] 유림을 모티브로 한 우리 춤의 창작 한 마당
  •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 승인 2012.11.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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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순 안무의 『유림(儒林)―천추여죄균』

필자 장석용 문화비평가
11월4일(일) 오후 6시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백현순(한체대 생활무용과 교수)안무의『유림-천추여죄균』이 공연되었다. 백현순 무용단의 두 번째 이야기는『유림』(2010)의 2012년 버전이다. 유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는 『유림』시리즈는 늘 기대된다.

2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1부,『실크로드를 찾아서』는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 꼬레』의 이성과 감성이 조화된 실크로드에 관한 유쾌한 상상이다. 2부,『유림(儒林)―천추여죄균』에서 송시열은 반대파에 의해 역모 가담 누명을 쓰고 죽으면서 ‘천추여죄균’이란 말을 남긴다.

백현순의 『실크로드를 찾아서』는 마음으로 읽는 춤의 소리로 사람들을 소통시키는 미구(美具)로 사용된다.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의 도래, 그 이면의 남사당패들이 개척한 실크로드는 군무의 화려한 비주얼과 스펙터클한 조형으로 전위적 감성을 유발한다.

기존의 형식을 타파하고, 서역으로 떠난 사당패를 그린 백현순의 춤꾼들은 메아리의 반향(反響)으로 ‘실크로드를 찾아서’를 낳는다. 낭만적 춤 서사, 다양한 음악, 이국적 동작, 상상력을 극대화한 스토리텔링으로 유혹의 일면을 보인다.

재기적 발랄함과 오락성이 돋보이는 남사당패는 이동무대의 하단에서 코믹하게 등장한다. 시종(始終)의 어울림, 소통의 퍼레이드는 계속된다. 해학이 담긴 익살스런 풍자와 유쾌함, 사운드의 어울림까지 소통의 난장은 계속된다. 백현순은 카르페 디엠을 잊지 않는다.

플로어에 꽂히는 채찍소리, 조련에 가까운 혹독한 훈련을 상징하는 사운드 코드이다. 남사당패의 영혼에 걸쳐있는 침묵의 대화를 깨닫게 하는 문화적 전통의 바탕위에 미래 사회의 특징인 상상력과 창의력, 춤을 매개로 한 조합은 시, 음악, 영상, 복식에 걸쳐있다.

백현순무용단 '유림'

『유림(儒林)―천추여죄균』은 당시 논쟁의 중심축인 문제적 인간 송시열을 내세운다. 그의 소피스트적 모습과 선비 정신을 앞세운 이 작품은 조선 후기, 효종 때 성인과 악마라는 찬사와 저주를 동시에 받은 유림을 통해 조선왕조의 운명과 현재의 권력과 오만을 비교한다.

‘대문’ 영상이 유림들의 장소임을 밝힌다. 바닥에 엎드린 유림들, 타이틀이 뜨고 긴 천과 연결된 송시열, 과거 장면이 재현되고, 미세음이 감지될 정도의 긴 간극, 서정적 음악과 수묵이 분위기를 살린다. 유림의 탄생에 부치는 아무(雅舞)는 평화의 서막으로 시작된다.

장원급제 장면과 잔치분위기, 신비스러운 샤막, 송시열(이경수)과 여인(김혜지)의 이 인무, 송시열과 여인들의 춤, 궁중무의 축약, 학습 씬, 학문에 대한 숭배의 춤, 송시열의 독무, 대형 붓이 살려주는 학문 분위기는 ‘붓 춤’으로 연결된다. 갈등의 고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의 아쉬운 점은 대중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나머지, 심도 깊은 집중도를 우회하여, 들뜸을 차분히 가라앉히지 않고, 사운드나 조명의 과잉이 드러난다. 송시열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디테일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 안정적 영상 사용 문제가 도출되었다.

그러나 커다란 문제제기, 유림들의 과거와 현재와의 대비를 통해 이미지 구조를 정적인 패턴으로 엮으면서, 송시열에 대한 숭상의 예(禮)는 결국 작인(作因)에서 보듯, 이 작품은 문제적 선비의 흐름이 아직도 잔존함을 상기시키고, 춤 공연은 엄숙한 공감대를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