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서울 중심 ‘충무아트홀’, 세계 중심 향해 나아간다
[인터뷰-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서울 중심 ‘충무아트홀’, 세계 중심 향해 나아간다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글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11.1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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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하루도 공연 쉬는 날 없어… 관객 선호도 높이기 위해 공연 많이 올릴 것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은 공연예술 행정과 관련해 오랜 공직 생활을 했다. 공무원 시절, 그는 예술인들과 가깝게 지내며, 예술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다 보니 정작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왕따를 당할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상임이사, 서울예술단 이사장, 예술의전당 사장, 세종문화회관 사장 등을 지내며 밖에 나와 예술인들과 함께 발로 뛰어보니,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했었다며, 관료 시절의 권력이 모든 과정을 수월하게 만들어줬었다는 걸 새삼 깨닫기도 했단다. 하지만 예술인들의 애로사항을 정부에 건의하는 입장으로서 관리에서 예술인의 민원인으로 탈바꿈한 그때의 삶을 제2의 인생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예술과 함께 걸어온 길은 어느새 45년이란 시간으로 채워졌다. 일흔을 훌쩍 넘긴 지금도 그는 공연예술에 이바지하며, 매일 도전에 대한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국내 극장 전문경영인 1세대 대표주자인 그와 나눈 일문일답.

△1935년 출생 △현재 충무아트홀 사장 △경복고, 연세대 문과대 사학과 졸업 △문화공보부 정책연구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상임이사, 서울예술단 이사장, 예술의 전당 사장, 아시아태평양공연예술센타연합회 회장,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세종문화회관 총감독 사장, 성남아트센터 사장, 제주세계델픽대회 조직위원장 등 역임 △문화공보부장관표창, 보국훈장 삼일장, 국민훈장 목련장, 국무총리 표창, 석주미술상 특별상,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특별상, 문화경영 명인상 등 수상

-2011년 사장 취임 이후, 충무아트홀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는 평가가 있다. 특히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서 자리매김 했는데, 이에 대해 자평을 한다면?
“충무아트홀은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충무아트홀이 뮤지컬 공연장으로서 가장 적합한 게 사실이지만, 뮤지컬 외에도 클래식, 오케스트라, 오페라, 발레, 국악까지 이벤트성 공연 및 행사도 동시 주입하고 있다. 여기에 얼마 전 개최한 ‘서울뮤지컬페스티벌’까지 더해져 뮤지컬 전용 공연장으로서의 면모와 여러 장르의 공연을 무대에 올려 균형 잡힌 모습을 보이며 다방면의 공연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사나흘 공연하는 클래식 등 다른 공연에 비해 뮤지컬은 두, 세 달씩 장기간으로 공연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뮤지컬에 치중하는 듯 보이지만 충무아트홀은 장르 구분 없이 여러 공연을 올림으로써 명품공연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충무아트홀, 한국뮤지컬협회, MBC+MEDIA가 공동주최하는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은 매년 8월 충무아트홀에서 개최된다.
-뮤지컬 전용 공연장으로서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2005년 개관이래 7년 동안 확보해온 관객들이다. 예전에 단성사 영화라면 이유 불문하고 으레 보러 갔듯이 충무아트홀의 뮤지컬이라면 꼭 봐야 한다하는 인식을 가진 기존 관객층이 두텁다. 지리적으로도 서울의 한복판인 중구에 위치해 있어서 찾기 쉽다. 다만 과거에 낙후됐던 지역이라 기대했던 것보다 지리적 장점을 크게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처음 충무아트홀의 사장을 맡는다고 했을 때 그의 주변에서는 왜 그리 멀리까지 가냐고 묻곤 했단다. 지금의 경남 통영의 옛 이름인 충무를 떠올리며, 그가 통영으로 근무하러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장 취임사에 명사 2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충무아트홀의 ‘충무’는 중구 인현동에서 태어난 이순신 장군의 시호에서 따온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충무아트홀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면?
“충무아트홀은 서울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하도 ‘중구 충무아트홀’이라 불리다보니 중구 문화재단 정도로만 인식이 되는 것 같아 아쉽다. 또한 괜히 변두리에 위치해 있는 것 같이 느끼지만 전혀 아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서울의 중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 게 바로 충무아트홀인데, 그런 변두리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 또한 충무아트홀을 통해 과거 낙후됐던 이 주변 지역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충무아트홀은 공연제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어떤 작품을 올릴 것인지 기대가 되는데….
“라트라비아타도 직접 제작해 실제로도 성과가 좋았다. 지금도 구상 중인 작품이 있다. 작품 제작 단계에 누가 참여하느냐, 얼마만큼 의욕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작품을 만들게 되는데, 물론 우리도 구청에서 예산 지원을 받고 있긴 하지만, 정부예산 외에도 독지가를 찾아 공동 투자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 충무아트홀 자체 내에서 대규모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다. 내년이면 작품 윤곽이 서서히 발표가 될 거다. 

-싸이, 케이 팝 등 한류는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나아갈 수 있는 공연 제작에도 생각이 많으실 듯한데.
“2014년에 국내뿐만 아니라 국내 투어실적으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세계브랜드 공연이 되기 위해서는 순수한 우리 전통을 담은 공연과 국제성을 지녀 세계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연 등 두 가지가 있다고 보는데, 충무아트홀은 후자에 관심을 두고 있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의 한장면. 얼마전 개막한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개막 첫 주부터 객석 점유율 93%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내년 1월 27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2014년에 올리는 작품이라면, 2014년 끝나는 임기와 맞물리는데, 연임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난 작품의 발판을 만들어주고, 계획성 있는 행정의 기반을 다져놓겠다. 2014년 초에 난 떠나지만, 그 작품은 올리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들어 놓겠다는 거다. 연임은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 나이가 있는데….(웃음)”

-충무아트홀 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임원진과 회원들이 아주 ‘빵빵’하더라.
“후원회원들은 우리 울타리가 돼주고, 동시에 어느 누가 보더라도 이런 분들이 이사회구나 할 수 있게끔 구성돼 있다. 이런 점들조차도 충무아트홀이 품격 높은 공연장으로 나아가는데 밑거름이 돼 주고, 좋은 작품을 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보다 더 많은 인지도와 관객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충무아트홀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자는 나보고 작은 곳에 와서 고생만 실컷 하고 있다고 말하던데, 난 늘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도전정신으로 살아왔다. 충무아트홀은 지금껏 하루도 쉬지 않는 공연장으로서,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공연을 많이 올리고 있다. 우리가 앞서서 홍보하고 끌어들이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다보면 나중에는 많은 관객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공연장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내년 공연 일정까지 하루도 공연이 없는 날이 없이 쫙 잡혀있다.”

-충무아트홀은 서울 중구청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구민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 등 지역문화사업을 소개해 달라.
“충무아트홀은 중구청 출연기관으로서 공익적인 목적으로 다양한 지역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문화콘서트, 축제, 순수예술교육사업부터 평생교육차원의 사회교육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2년째 추진하고 있는 사랑방콘서트는 중구 구석구석 찾아다니면서 마을도서관, 동주민센터, 마을마당 등에서 클래식앙상블 공연, 국악공연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축제는 올해 어린이날 북드라마페스티벌, 지난 9월 장애어린이축제 등 두 번 열었다. 교육사업은 충무예술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올해 국립발레단과 업무제휴를 맺고, 발레아카데미를 신설했다. 또한 인문아카데미를 통해 팍팍한 요즘 세상을 조금이나마 풍요롭게 하기 위해 문학 역사 철학, 고전 등에서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최근 인기몰이를 한 ‘춤추는 꽃중년 프로젝트’에서 커뮤니티댄스 교실을 운영해 20여 명의 중년 여성이 수료해 발표공연도 가졌다. 이와 관련해 곧 자료집도 발간된다. ‘꽃중년 프로젝트’는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갈 거다. 한 번 하면 이벤트 행사에 그치지만, 계속 해나가면 문화가 되는 거 아니겠나. 사람들이 자꾸 모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계속 열어야 충무아트홀도 발전해나가는 거다. 또한 올해 마지막날에 제야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연은 물론이거니와 군고구마, 군밤, 시루떡 등을 나눠먹는 정감 넘치는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중구 지역 인사뿐만 아니라 문화계 인사가 모여 충무아트홀에서 새해를 맞이할 거니 많은 분들이 찾아오길 바란다.”

-오랫동안 문화예술계 행정과 운영에 몸담아 오셨다. 오는 18일이면 시행되는 예술인복지법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한다.
“아주 잘 된 일이다. 다만 문화예술인이라면 누구나 그 혜택을 넉넉히 누리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 불우한 예술인들에게 큰 힘이 돼야 할 텐데, 예산이 많이 깎여서…. 아직 실천단계라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이렇게 법이 만들어졌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예술인들에게 많은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예술인들이 어렸을 때부터 접목시킬 수 있는 법을 세워야하고,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경제적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해야 할 거다.”

-우리나라 공연계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불과 몇 년 사이에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20년 전과 10년 전이 다르고, 5년 전과 1년 전이 다르듯이 공연계 역시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불과 5년 내에 그 몇 배 이상의 변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에도 그 이상으로 우리나라 예술계가 비상한 도전으로 한류의 역할이 세계 곳곳에 필요할 것 같다. 지금은 막연하게 느껴지겠지만 난 분명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한다.”

-<서울문화투데이>가 창간 4주년을 맞이한다. 마침 오는 12월 3일 충무아트홀에서 창간기념행사를 갖는다. 덕담 한 말씀 부탁한다.
“문화예술전문 신문사로서 오랫동안 지켜봐온 결과, 유익한 볼거리도 많고 참 마음에 든다. <서울문화투데이>와 더불어 충무아트홀이 함께 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