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 - 85] 동서양 차(茶)문화를 입체적으로 체감하는 공간
[박물관기행 - 85] 동서양 차(茶)문화를 입체적으로 체감하는 공간
  • 한국박물관연구소
  • 승인 2012.12.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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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무라미술관(野村美術館)

노무라미술관은 노무라 도쿠시치(아후 德庵)옹이 소화 518년인 1983년 문을 연 미술관으로 내년이면 개관 30주년이 된다. 이 미술관은 명치[明治, 일본 메이지 천황 시대(1867~1912)의 연호], 대정[大正, 일본 다이쇼 천황 시대(1912~26)의 연호], 소화[昭和, 일본 히로히토(裕仁) 시대(1926~89)의 연호를 거치면서 미술공예품을 수집했던 것이 모태가 되었다. 현재 미술관을 이끌고 있는 관장은 설립자의 손자 인 탄린이다. 그에 말에 의하면 ‘노무라는 일본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위해 증권, 금융, 해외사업 등 활발한 경제활동을 해왔고, 특히 다도에는 각별한 관심을 갖고 생애를 바쳐 차 도구를 수집했다. 이 외에도 노[能(のう)는 가마쿠라 시대 후기에 발원하여 무로마치 시대 초기에 완성된 일본의 가무극(歌舞劇)]와 관련된 자료와, 서화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한 뒤 1958년 7월 재단법인 노무라문화재단을 설립하였다. 이를 통해 미술관에서는 이렇게 수집한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일반에게 공개하게 되었다.

▲ 미술관 전경

일본의 다도가 500여 년 간 다양한 유파를 형성하면서 눈부시게 발전한 계기는 차 마니아들에 의해 차 도구가 수집 연구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의 이름 없는 사기장이 만든 이도다완(井戶茶碗)이 일본 국보가 된 사실은 일본인들의 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단편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미술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이 얘기를 좀 더하고 하고 넘어간다면 노무라미술관의 차에 대한 관심 또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일본의 국보(제26호)가 된 이도다완은 우리에게 친근한 이름인 조선막사발이다. 이 그릇은 기자에몬이라는 사람이 수집한 찻그릇이었다.

기자에몬은 다케다(竹田)라는 성을 가진 오오사카의 상인이었다. 그가 소유한 물건이었기에 기자에몬오이도(喜左衛門 大井戶)로 불린 것이다. 그리고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이름은 그대로 불리어 온다. 그 그릇은 17세기 초 혼다다다요시(本多忠義)에게 헌납된 뒤 다시 1634년 고오리야마(郡山)로 옮겨간다. 시간이 흘러 그 뒤 다도의 대가인 나카무라소에추(中村宗雪)의 손에 넘겨진다. 그리고 1755년 무렵 마침내 다완 수집에 열심이었던 마추다이라 푸마이(雲州不昧)에게 오게 되었다. 당시 그 찻그릇을 구입하는데 든 돈은 550량이었다.

푸마이는 1818년 그의 아들 게탄(月潭)에게 유훈을 남기길 ‘이 사발은 천하의 명물이다. 오랫동안 소중히 보관하도록 하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그라나 푸마이가 죽은 후 그의 아들 게탄이 종기를 자주 발병하자 그 다완에 한이 서려 있는듯하니 가지고 있으면 안 되며 병을 낳기 위해서는 이를 절에 기증하자는 의견이 내부로부터 크게 일어, 교토의 다이고쿠지(大德寺)의 분원인 고호안(高蓬庵)에 기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날이 1818년 6월 13일이었고, 그 다완이 국보로 지정되어 아직도 고호안에 보존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다완 수집에 대표적인 역사의 한 단면이다.

▲ 조선시대 (17세기) 다완

교토시 남선사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노무라미술관은 노무라 증권, 대화은행을 창업한 노무라가 차 도구에 관심을 갖고 수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일본 중요문화재가 36점에 이르는 미술관에는 회화, 서화 등 다양한 유물이 있다. 특히 이 미술관에는 청정호다완을 비롯 김해다완, 천목다완 등 다양한 소장품들이 있다. 필자가 방문했던 지난 10월 초에는 고려와 조선의 다완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의 그것이 비교전시 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여러 종의 명품 다완이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어 필자에게는 큰 자긍심을 주기에 충분했지만 한편으로는 망향의 응어리를 껴안은 채 이국을 맴돌고 있는 도공의 슬픔과 한이 서려 있는 듯해 서글프기 까지 했다.

이 미술관에서 전시장 뿐 만 아니라 별도의 차실과 정원 등을 갖추고 있는데 정원은 근대 일본정원의 대표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술관은 노무라의 다양한 소장품에 의해 설립되었지만 그보다 차가 중심이 되는 특수박물관으로서 성격이 매우강하다. 노무라는 별장 내에 9개의 차실을 만들고 그곳에서 손수 차를 우려내었고 별도의 공연공간을 마련하여 차를 들면서 노의 공연과 관련한 음악을 연주하는 일본 전통문화에 각별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미술관은 무엇보다도 다도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관련하여 제반 문화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연구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는데 일 년에 한 번씩 다도 관련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있으며 그 내용을 차문화연구지에 지속적으로 수록하고 있다. 필자의 방문 시 미술관 현관에 마련된 도서코너에는 그간에 누적된 연구 성과물을 직접 확인 할 수 있었다.

노무라미술관의 설립이념으로 가장 큰 것은 다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모아 연구회와 독서회를 겸하여 실시하는 등 이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차 문화를 저변 확대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공휴일이면 그 다음날)과 한 여름, 겨울은 일정한 기간을 정해 휴관한다. 교토 시에서 버스를 이용할 경우 난젠지(절) 에칸도 미치에서 하차하면 된다.

관람료는 일반 700엔, 고등학생과 대학생은 300엔,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200엔이다. 물론 ICOM(국제박물관위원회) 회원카드 소지자는 무료이다.

호남풍수지리연구소 블로그(http://blog.daum.net/samhang61) 참조
THIS IS LOVE SMAP 블로그(http://blog.naver.com/PostView.nhn) 참조
노무라미술관(野村美術館)
교토시 사쿄쿠 난젠지 시모카와라쵸 61
문의: 075-751-0374
한국박물관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