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칼럼] 2013년 문화 트렌드 - 문화예술이 힐링하다.
[윤태석의 박물관칼럼] 2013년 문화 트렌드 - 문화예술이 힐링하다.
  •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 승인 2013.01.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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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문화학 박사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말 ‘2013 문화예술의 새로운 트렌드 분석 및 전망’을 발표했다. 문화예술인과 해당 기관 및 관련자, 학계, 언론, 홍보 등 각 분야별 전문가를 대상으로 문화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조사한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오늘 현재의 문화현상이 비교적 잘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공감의 문화예술, 아픈 사회의 힐링(healing)”은 2012년에 유행처럼 번진 힐링의 개념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통합으로 승화해가자는 의미로 이해된다. 우리사회의 핵심화두는 소통과 통합이다. 치유는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커뮤니티와 예술, 함께 길을 찾다.”라는 두 번째 트렌드와도 부합된다. 이 역시 예술의 공유와 교감을 의미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세 번째로 “문화예술, 공정한 시장을 요구하다.”는 문화예술계의 전반적인 유통현상을 생각하게 한다. 필자가 수차 강조했던 국공립박물관ㆍ미술관(이하 박물관) 관람료무료화정책과 공연계의 만연한 초대권 과잉난발은 문화향유는 공짜라는 그릇된 인식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미술품양도소득세 부과방침은 그렇잖아도 침체된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옥션 등 미술시장에서의 고ㆍ현대미술품 하락에 따른 미술시장위축 등은 복잡한 문화예술의 유통 상황과도 맞물려 생각해 볼 대목이다.

다음 화두인 “예술가로 먹고 살자: 예술인 복지와 협동조합의 본격화”는 그동안 생존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문화예술인들의 권익에 대한 것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사안을 거명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예술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제도는 이를 개선하고자한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으며, 박물관 인을 비롯한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생활환경으로의 개선은 문화예술이 국민의 삶의 질 정도를 좌우하는 현대사회에서 매우 시급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문화예술인은 문화콘텐츠의 생산 처로 이들에 대한 관심은 자구적 문제를 떠나 국가적인차원에서 우선 다뤄져야한다. 인류문화유산을 관리하고 보존하여 국민들에게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박물관 인은 물론 예술가들에게 이들이 소속된 단체나 협회, 조합 등을 통해 최소한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정도는 가입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한다. 규모나 형편이 어려워 보험가입 여건을 갖추지 못한 박물관, 전통공예나 예술 활동을 생업으로 하는 전업개인들에게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핵심과제임이 분명하다.

다음으로 “한류의 새로운 이름, K-Culture로 비상하다.”라는 키워드 역시 이제는 보다 진일보한 변화가 요구된다. 일부 영상물과 아이돌그룹, 소수의 배우 및 가수들에 의해 불붙기 시작한 한류열풍은 그 특성상 지속적이지 못한 측면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이제 문화저변으로 보다 폭넓게 확대하기 위한 방편으로 우리 전통문화예술콘텐츠의 보고인 박물관이 그 핵심으로 부각될 수 있도록 국제적인 전시와 교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민관의 노력 또한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소장 자료의 장기임대나 특정기간을 설정한 전시 등을 통해 한류가 하나의 유행이아니라는 것을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확대해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여가소비의 세대별 다층화와 문화복지 화두의 부상”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화향유를 통한 삶의 질과 관계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은 강남스타일로 우리나라 대중예술을 국제적으로 알린 싸이의 현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는 체계적이고 계획적이지 못하면 신기루와도 같은 개연성도 있어 지속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때 이른 점이 있다. 이 역시 정책적인 계획과 모색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문화다양성, 문화정책의 키워드로 부상하다.”는 2012년도 문화현상의 큰 반향 중에 하나였다. 그 동안의 다문화라는 용어는 어감과 활용에 있어 후진국을 우리로의 동화, 교감보다는 흡수, 상생보다는 일방적인 지원 등 문화 비교주의에 무게중심이 가있었다. 그러나 새로 대두된 문화다양성은 이해, 소통, 통합, 상생, 교감을 의미하는 쪽으로 변화했다는 점에서 진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개념의 확대만큼 금년부터는 박물관에서도 변화된 활동이 예고된다.         

다음으로 “SNS로 놀기, 말하기, 뭉치기”는 문화예술계에서 뿐 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현상으로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마지막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에서 시티즌 오블리주로”는 말 그대로 나눔을 의미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이원적 개념이었다면 시티즌 오블리주는 다원화된 나눔문화로 볼 수 있다. 나눔과 봉사, 기부는 물질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에 와서는 개인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기를 통한 재능 나눔의 실천으로 보다 큰 기부의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통해 나눔의 영역을 확대하고 수혜자의 폭을 늘리는 새로운 기부문화로의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문화예술에서 재능 기부는 그 어느 분야보다 풍부한 재원과 콘텐츠가 있어 고무적이다.

2013년, 이 10가지 문화현상은 관련기관과 관계자, 국민이 함께 인식하고 그간 잘되어 왔던 분야는 보다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발전해 나아가고 부족했던 점은 개선하는 상호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