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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복지재단이 지난해 11월 출범해 이제 두 달 가까이 돼 간다. 하지만 재단에 대해 모르는 예술인들이 여전히 많은 걸로 안다. 재단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국내에 사회복지도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인데, 예술인복지는 그 중에서도 가장 늦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재단은 가난한 예술인들의 생활비를 대주는 곳이 아니라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증진에 그 목적이 있다. 예술인들이 잡념이나 어려움 없이 자신의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끔 도와주려고 한다. 오는 3월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시스템 구축과 기반을 다지는데 힘쓰려고 한다. 첫 발 떼는 입장에서 많이 초조한 것도 사실이다. 잘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부담감이 크다. 나 역시 연극연출가로 현장에서 활동했던 사람으로서, 남의 일이 아니기도 하고,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김주영 이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복지기금이 예술인들에게 돈 나눠주려고 만든 법이 아니다’고 밝힌 적 있다. 하지만 당초 예술인복지법은 소위 ‘최고은 법’이라고 해서 가난한 예술인들의 최저생계라도 유지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던가?
“단순히 생활보조비 대주는 법이 아니라는 뜻에서 그렇게 말씀하신 듯하다. 입법 취지는 예술인들의 예술활동 증진과 직업적 지위 확보 및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면에서 예술인들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필요하고 말이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창작활동에 지장을 받으면 안 되니까 기본 생계를 이어가게끔 도와주는 거다.”
-일부에서는 예술인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 특히 창작보조지원금은 최저생계비와 비교되곤 하는데, 전혀 다른 개념이다. 복지는 무조건 국가에서 돈을 준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사회 내부터 더불어 살겠다는 인식, 문화예술의 가치에 대한 재고가 확산돼야 한다. 사회가 먼저 변해야 우리도 따라가는 거지, 우리부터가 뭔가 하기에는 어렵다고 본다. 이 사회에게,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한다면 모든 화두가 경제에서 온다. 하지만 과연 경제 성장만이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거냐고 생각해본다면 그건 절대 아니다. 이 모든 걸 지탱해주기 위해서는 정신, 혼 등이 필요한데 그건 문화예술에서 나오는 거 아닌가. 비록 문화예술이 직접적으로 큰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경제발전으로 가는 견인역할을 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예술의 가치를 인정해주기 위해서는 예술인들도 그저 권리 주장만 할 게 아니라 굉장히 책임감을 느끼고 스스로 나서서 모순을 바꾸고 변화해야할 거다.”
-지난해 출범 이후 한 달 동안 예술활동증명 신청 접수자가 73명 불과한 실정이라 들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과 각 분야별 예술활동 증명 기준도 궁금하다.
“순수예술, 대중예술 모두 포함이 되며, 근로복지재단에서는 54만 명 정도로 보고 있다. 우리도 재단과 예술활동실적증명을 홍보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가 얼른 사업을 통해 예술인들에게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해줘야할 것 같다. 처음에는 시작만한다면 많은 예술인들이 등록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도 200여 명 남짓 등록된 상태다. 본격적인 사업은 올해 3월부터 시작되니 그 이후부터는 많이들 등록해주시지 않을까 싶다.”
-예술인복지금고의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아직 제대로 착수된 게 아니라서 지금은 한 푼도 없다. 곧 들어서는 새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금고가 설치되면, 정부의 지원은 물론 모금운동과 더불어 예술인들도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놔야할 거다. 대기업 등을 통한 모금운동과 사업아이템을 만들 계획이다. 금고가 꽤 차면 공제 운영을 할 수도 있고…. 막연하게 생각해보면 적어도 2, 3천억 원은 모아져야 제대로 운영이 이뤄지지 않겠나? 하지만 어렵지 않다고 본다. 어차피 예술 분야만 따로 복지가 이뤄지는 건 아니지 않나. 사회 분위기가 일자리창출, 나눔 등으로 흘러가는 추세니 앞으로는 금고 운영이 좀 수월해질 거라 생각하고 있다. 사회복지가 증진돼야 예술인복지도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
-산재보험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하던데, 일반산재보험과 예술인 산재보험의 차이는 무엇인가? 실제로 1~2만원도 부담스러워하는 예술인이 많다.
“예술인복지법 시행으로 그동안 산재보험 가입이 불가능했던 예술인들이 가입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예술인들은 본인 전액 부담이다. 원래 노사간 반반씩 해야하는 건데, 예술인들은 노사가 성립이 안 되니 자신이 다 낼 수밖에 없는 거다. 하지만 앞으로 재단에서 30~50% 정도 일부 지원하려고 한다. 이 안만큼은 정부에서 꼭 받아줬으면 좋겠다. 내년부터라도 꼭 가능할 수 있도록…. 나도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 상황을 많이 봐왔다. 사고가 나도 제작자나 제작사들도 도와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도 가난하기 때문이다. 고용보험까지 되면 좋겠지만, 일단은 산재보험만이라도 내년 안에 꼭 성사되길 바란다. 나도 이 안을 꼭 이루겠다고 약속하겠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 등 다른 재단 사업과 중복은 없는가?
“지원기관은 지원에 한계가 있다. 우린 취업까지도 알선해주는데, 특히 장애예술인들 등 사각지대에 놓여 창작활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예술인들까지도 챙긴다. 또한 작품창작기간 동안 창작보조금을 지원해주는데, 창작기간은 분야마다 다르다. 지원기간은 대체적으로 작품의 질이나 결과물만을 갖고 평가하는 반면, 우리는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이 소외돼 있는 예술인들에게 상대성을 갖고 도와주려고 한다.”
-수입이 높은 예술인들과는 어떻게 구별하나?
“예술활동 경력과 저작권을 갖고 있는지, 다른 곳에서 지원받은 적이 있는지, 그리고 예술활동 소득을 살펴보게 된다. 수입이 높은 예술인들은 기본 서류에서부터 걸러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 때문에 소득이 없는 어려운 예술인이 도움을 못 받는 경우는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술가들의 창작지원에 있어 한 편의 우려는 간섭도 많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 잘 알고 있다. 창작물이란 게 바로바로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 쌓이고 쌓여서 창작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거다. 물론 우리도 어느 정도 결과물을 기대하긴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멀리 내다보고 있다.”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를 꿈꾸는 거 같은데, 이게 단순히 표어로만 끝날 게 아니라 정말로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줘야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우리 예술인들이 왜 필요한지, 예술인복지재단이 왜 필요한지 알아줘야 한다. 아까 말했듯이 예술은 경제성장으로 가는 견인역할을 한다. 예술인들이 이 사회에 기여하는 점을 알아주고, 예술인들이 예술활동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길 바란다. 예술인복지법은 가난한 예술인들을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 예술활동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거다. 요즘 대중한류문화를 ‘케이컬쳐’라고 하면서 관련 사업을 진행하더라. 이 역시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케이컬쳐가 어떻게 탄생된 건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