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 은행나무·필운동 홍건익 가옥, 문화재로 지정된다
방학동 은행나무·필운동 홍건익 가옥, 문화재로 지정된다
  • 권지윤 기자
  • 승인 2013.01.24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산군 향한 일편단심 폐비 신씨의 마음 지켜본 「방학동 은행나무」

서울시 도봉구의 방학동 은행나무와 종로구의 필운동 홍건익 가옥이 각각 서울시 기념물과 민속문화재로 지정·보존될 전망이다.

방학동 은행나무

방학동 은행나무는 연산군과 그의 비 신씨의 합장묘(연산군묘 : 사적 제36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가 있는 구릉 아래 자리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크고 수령이 오래된 것으로 추정돼 이미 서울시 보호수 서10-1호(1968.2.26)으로 지정돼 있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과학적 수령조사 결과, 빠르면 1460년대 늦어도 1510년대에 심어진 나무로 측정(550±50년)되는데 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울시 소재 수목 중에서도 최고령에 해당하는 천연기념물 제59호 서울 문묘 은행나무(수령 : 702년) 다음으로 수령이 오래된 것이다.

세월이 흘러 외관은 그 옛날의 모습과 달라졌지만, 조선 전기에 식재돼 연산군과 신씨 합장묘의 조성과정도 지켜보는 등 이 지역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목으로 생장상태가 양호하고 수형 또한 아름다워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

이에 지난달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시 기념물 지정 가치가 있다고 의결됐다.

필운동 홍건익 가옥 별당

필운동 88-1번지(필운대로1길 14-4)에 위치한 홍건익 가옥은 사람이 거주한 지 오래돼 관리상태가 좋지 않으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개보수가 자주 이뤄지지 않아 1930년대 축조 당시의 건축기법과 구조, 세부시설이 잘 남아있다.

서울의 근대한옥들이 보통 ‘ㅁ’자형 구조를 가진 것에 비해 나지막한 구릉으로 이루어진 지형을 잘 이용해 한옥 5동(대문 및 문간채 1동, 행랑채 1동, 사랑채 및 중문채 1동, 안채 1동, 별채 1동)의 각 채 공간 분할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배치돼 있고 후원 입구에는 일각문 1기가 세워져 있으며, 전통 우물까지 완전하게 보유하고 있는 서울 시내 유일한 한옥이다.

뿐만 아니라 별채는 태극문양과 이화꽃 문양이 새겨진 꽃담이 있고 안채 마루의 앞면 기둥 사이를 막은 여모판(풍혈)에는 팔괘 문양이 새겨져 있는 등 아기자기한 장식적 요소들이 아주 잘 남아있다.

구전되는 말 중에는 백사 이항복의 고택이라는 말도 있었으나, 건축사적 측면으로 일제강점기 근대 한옥의 형태와 구조를 가지고 있고, (구)토지대장과 (구)가옥대장에서도 현존하는 한옥 5동의 신축 기록(1936년에 ‘홍건익’씨 신축)이 확인될 뿐 아니라, 별채의 상량문 '龍 歲在甲戌十月壬午逆十五日丙申申時立柱上樑 龜'에서 갑술년(1934년)에 상량됐음을 확인할 수 있어 축조시점이 명확하게 밝혀졌다.

안타깝게도 건축주인 홍건익이라는 인물의 주요활동에 대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가옥 자체가 전통방식 일부를 수용한 근대 한옥의 과도기적 면모를 잘 나타내고 있어 건축사적으로 그 가치가 크다.

이 역시 지난달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시 민속문화재로 지정 가치가 있다고 의결됐다.

서울시는 방학동 은행나무와 필운동 홍건익 가옥에 대한 문화재 지정계획을 24일부터 30일 동안 예고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최종심의를 거쳐 3월 말에 각각 서울시 기념물과 민속문화재로 최종 지정고시할 예정이다.

지정계획과 관련해 의견이 있는 경우 서울특별시 역사문화재과(☎02-2171-2548)로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