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삼성, 베끼고 보자고요? 야유의 휘파람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기자의 눈]삼성, 베끼고 보자고요? 야유의 휘파람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3.02.18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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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적 재산권' 보호 못하면 '국제망신' 자초
80년대 중반, '보리탄산음료' 경쟁이 치열했던 때가 있었다. 맨 처음 일화에서 '맥콜'을 내세우고 이것이 인기를 끌자 해태음료가 '보리텐'을, 롯데칠성음료가 '비비콜'을 내놓았다. 보리음료의 추격을 받기 시작한 코카콜라는 급기야 '보리보리'라는 이름의 음료를 내놓기도 했다.

보리음료의 1인자 자리를 굳히려던 '맥콜'은 '빅모델 전략'을 쓴다. 당대 인기가수였던 조용필을 모델로 영입한 것이다. 조용필을 내세운 맥콜은 록 콘서트 형식의 광고를 선보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당시에 파격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고무된 맥콜은 드디어 조용필과 한 소녀가 애니메이션 공간에서 만난다는 설정의 광고를 선보이게 된다. 연필 스케치를 이용한 에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한 광고에 사람들은 신기해했고 광고계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이 이 광고에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광고가 팝그룹 아하(A-ha)의 히트곡 <Take On Me> 뮤직비디오를 완전히 베꼈다는 것이다. 당시 이 뮤직비디오는 MTV의 개국과 함께 세계적인 선풍을 불러일으켰는데 연필 스케치를 이용한 에니메이션과 실사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국내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었던 뮤직비디오였다.

한 번이라도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들은 맥콜 광고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세계적인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고스란히 베낄 수가 있을까. 그러나 그 비판은 '새로움이 가득한 광고', '대한민국 광고의 새 역사' 운운하는 사람들의 찬사에 파묻히고 말았다. 그해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받고 칸 국제광고제에 한국 대표로 출품됐을 때까지만해도 그랬다.

88년 칸 국제광고제. 상영장에서 때아닌 야유의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그 주인공은 바로 대한민국 대표였던 맥콜 광고였다. 아하의 뮤직비디오에 사람만 바꾼 것을 광고라고 상영한 것에 사람들은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 야유의 휘파람까지 들릴 정도로 한국 광고는 세계인의 비웃음을 한몸에 받고 말았다. 맥콜 광고는 국제광고영화제에서 엄청난 망신을 당한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굴욕을 당하고 있었을 때 이미 한국에서는 다른 내용의 광고가 상영되고 있었고 표절에 대해 반성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국제적인 굴욕을 당해도 일단 실속은 챙겼다고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대한민국 광고대상이란 영예를 얻었으니 말이다.

이명호 사진작가의 작품을 도용한 의혹이 짙은 지난 1월2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삼성전자 스마트 TV 기사.

얼마 전 본지는 올 초 2013 CES에서 선을 보인 삼성 스마트TV 광고 이미지가 사진작가 이명호씨의 '나무 시리즈'와 유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물론 삼성 측은 이명호씨의 작품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미지가 자신의 허락없이 도용되었고 여기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에 무척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작가들은 자신의 이미지가 도용을 당했다고 주장해도 온전한 보존을 받을 수 없다. 우리에겐 아직 '지적 재산권'이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표절이 사실이라해도 작가가 받을 수 있는 것은 몇백 만원의 보상금이 전부다. 표절을 해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고 설사 '재수없게' 걸려도 보상금만 주면 끝난다고 생각하는 광고주들은 '선 광고 후 보상'을 고수하고 있다.

어쩌면 '맥콜의 굴욕'은 지금 당장 일어날 수도 있다. 작가들의 이미지를 계속 베끼고 돈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는 기업과 광고 제작사의 안일함이 대한민국을 '표절국가'로 만드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칸 국제광고영화제에서 들린 야유의 휘파람 소리를 정녕 다시 듣고 싶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