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가는 젊은 뮤지컬 배우들을 위한 이야기
꿈을 향해가는 젊은 뮤지컬 배우들을 위한 이야기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3.02.21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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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소극장 뮤지컬 <날아라, 박씨>

소극장 뮤지컬 <날아라 박씨>는 동명의 뮤지컬을 준비 중인 배우들과 작가, 스탭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공연은 크게 공연 준비과정을 담은 1막과 <날아라 박씨> 첫 공연인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 자기만의 개성을 내세우던 구성원들이 첫 공연을 통해 새롭게 변해가는 과정을 극중극 형식으로 담아낸 뮤지컬이 <날아라, 박씨>다.

컴퍼니의 매니저인 오여주는 원래 가수를 꿈꾸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공연 준비의 뒤치닥거리에 정신이 없는 사람이다. 프리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그동안 여러 갈등이 있었다. 아이돌 가수 황태경을 캐스팅하지만 미숙한 연기에 속을 태우고 작가와 음악감독은 회식 자리에서 서로의 잘못을 이야기하며 난장판을 만든다.

▲ 뮤지컬 배우들의 꿈을 극중극 형식으로 담은 <날아라,박씨> (쇼앤라이프 제공)

그런데 공연 첫 날, 돌발사태가 벌어진다. 더블 캐스팅으로 기용된 여자 주인공 배우 두 명이 모두 목이 쉬어 공연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연출자는 황태경과 연습 동안 호흡을 맞춰줬던 오여주에게 여주인공 자리를 덥석 맡긴다. 그리고 첫 공연을 시작한다.

모든 배역들에게 각각의 역할 부여한 점 인상적

일단 이 뮤지컬은 노래를 부르는 앙상블에게도 각각의 역할을 부여해 한 명이라도 빠지면 공연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배우들의 참여도를 높였다는 것이 눈에 띈다. 뮤지컬 배우들이 유명 배우들의 단순한 들러리가 아니라 꿈을 가지고 매일매일 노력하는 이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남자 주인공 황태경을 아이돌 가수로 설정한 것도 최근 뮤지컬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나름대로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기는 하지만 지나친 상업주의의 발로라는 비판도 받고 있는게 뮤지컬의 아이돌 가수 캐스팅이 처한 상황이다.

▲ 뮤지컬의 두 주인공. 오여주는 아이돌 가수 황태경의 연습을 돕다가 공연 첫 날 여주인공에 갑자기 발탁된다.(쇼앤라이프 제공)

하지만 뮤지컬은 뮤지컬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보다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들의 꿈과 뮤지컬을 통해 새로 태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동안 뒤치닥거리를 다하지만 인정받지 못했던 오여주는 생애 처음 엉겹결에 맡은 뮤지컬을 성공시키고, 자기의 노래를 듣지 않고 오직 함성만 지른다며 팬들을 원망하던 황태경은 뮤지컬의 매력을 깨닫고 새로운 가수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박씨부인전>을 통해 보여준 변화의 메시지

<날아라, 박씨>의 또 하나의 중요 소재는 바로 극중극인 <날아라, 박씨>다. 이 뮤지컬은 고전 <박씨부인전>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머리가 좋지만 얼굴이 너무나 못생긴 박씨 부인이 못생긴 얼굴을 보고 도망을 갔던 남편 시백을 도와 시백을 장원급제시키고 결국 진정한 사랑을 받아 허물을 벗게된다는 내용이다. 박씨 부인은 엉겁결에 주인공을 맡은 오여주와 비슷하다.

소극장 뮤지컬인 만큼 배우들과 가까운 곳에서 무대의 땀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이다.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무대, 젊은 연기자들의 꿈을 향한 노래가 관객들의 가슴에 와 닿을 것같다.

▲ 극중극인 <날아라 박씨>에서 오여주와 황태경이 분한 시백과 박씨 부인의 사랑(쇼앤라이프 제공)

이 뮤지컬의 가장 큰 아쉬움은 완급 조절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다. 흐름의 빠름과 느림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빠름과 느림이 교차되지만 그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자칫 느리게 흘러가는 부분에서는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대극장 무대가 조금 부담스럽다면 소극장에서 젊은 배우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이번 공연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다. 3월 17일까지 대학로PMC자유극장.
▲ <날아라 박씨>는 각 배우들마다 자신의 역할을 맡긴 것이 눈에 띈다.(쇼앤라이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