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주는 서울문화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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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
  • 승인 2009.06.2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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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6


유월의 언덕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 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평생 호올로 살다 가신 여류 시인의 시를 오랜만에 낭송해 본다.

푸른 녹음이 절정을 이루는 계절,
아카시아 꽃향기도 어딘지 모르는 유월의 언덕도 마음에 다 있을 것 같다.

장미의 아름다움도 사슴의 고귀함도 말이 필요하지 않다.

자연의 섭리를 지키고 따를 뿐이다.

단지 군중 속에 외로움이 잠시 견디기 어려운 유월의 한 낮이다.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