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로 많은 사람들이 꿈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 영화로 많은 사람들이 꿈을 찾았으면 좋겠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3.02.2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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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에 출연한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황유시앙

선천적인 시각장애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음감과 풍부한 감성으로 피아노를 치는 대만의 피아니스트 황유시앙.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를 가지고 한국을 찾았다.

지난 26일 오후 그가 출연한 대만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장영치 감독) 시사회가 끝나고 황유시앙의 간단한 연주회가 있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천재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이며 이 영화의 '배리어 프리 버젼'(시각장애인을 위해 영화를 읽어주는 것)에 참여한 유예은양과 협연을 가졌고 이 영화의 OST를 직접 연주해 박수를 받았다.

▲ 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의 OST를 연주하는 황유시앙(메인타이틀픽쳐스 제공)

황유시앙이 출연한 <터치 오브 라이트>는 대학에 입학한 시각장애 피아니스트가 무용수를 꿈꾸는 여학생을 만나면서 서로의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이름인 '유시앙' 역으로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겪었지만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해 20년이 넘도록 피아노를 '배우고 치고' 있다는 황유시앙은 '도전하는 의미'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 제의를 받았을 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저 나를 연기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연기는 제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이고 쉽게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해서 이번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 영화는 황유시앙의 실제 경험이 50%, 픽션이 50% 들어간 영화다. 유시앙은 그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연기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초보 배우'에게 연기란 쉬운 것이 아니었다.

▲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유예은양과 함께한 공연(메인타이틀픽쳐스 제공)

"촬영할 때 자꾸 웃음이 나와서 감독님이 웃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저한테 부탁을 하셨는데 그 때는 참 곤란했었어요. 그래도 영화를 찍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서 흥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발레리나를 꿈꾸는 여자 친구와 함께 느리게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 유시앙이 난생 처음 춤을 배우는 순간이다. 또한 그것은 황유시앙이 난생 처음 춤을 배우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새로운 경험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황유시앙은 말했다.

시사회를 통해 소개된 <터치 오브 라이트>는 시각장애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이지만 그의 인간승리를 부각시키지 않는다. 그의 여자친구가 되는 발레리나 지망생을 통해 잃어버린 꿈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비보이나 밴드를 만드려는 젊은 캐릭터들을 통해 변화된 대만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청춘영화'의 스타일을 갖춘 영화다.

"꿈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잃어버린 꿈을 다시 깨닫고 찾았으면 좋겠다"는 황유시앙은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메시지를 남겼다.

"같이 힘을 냅시다. 시각장애인은 눈만 보이지 않을 뿐이지, 다른 것들은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것만 극복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습니다. 같이 힘을 냅시다."

▲ 포토타임을 갖고 있는 황유시앙. 왼쪽은 <터치 오브 라이트>의 프로듀서인 재키 팡.(메인타이틀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