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식
신동엽 시인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서
봄 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봄은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희망을 상징합니다.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참 봄은 어두운 군사독재정권 아래 묻혀버린 민주주의를 간절히 바라는 그런 봄입니다. 이데올로기로 갈라진 남과 북에게 깊숙이 새겨진 상처를 따스하게 어루만져 마침내 하나로 꽃 피우는 그런 찬란한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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