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 봄의 소식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 봄의 소식
  • 신동엽 시인
  • 승인 2013.03.13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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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소식 

                         신동엽 시인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서

봄 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봄은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희망을 상징합니다.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참 봄은 어두운 군사독재정권 아래 묻혀버린 민주주의를 간절히 바라는 그런 봄입니다. 이데올로기로 갈라진 남과 북에게 깊숙이 새겨진 상처를 따스하게 어루만져 마침내 하나로 꽃 피우는 그런 찬란한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