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문화로 감동시킨 정순왕후 추모음악제
[기자의 눈] 문화로 감동시킨 정순왕후 추모음악제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3.04.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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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키워 시민과 함께하는 세계적인 행사로 만들어가야

종로 숭인동에 동망봉은 정순왕후가 영월로 유배간 단종을 그리워하며 매일같이 눈물지으며 그리워한 곳이다. 지금은 그 곳에 정자가 세워지고 해마다 4월 이 즈음에 종로구가 추모제와 음악회와 추모제 행사를 열고 있다.

▲국악퓨전 걸그룹 아리아 그레이스의 공연 장면
비운의 왕 단종비 정순왕후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16세 꽃다운 나이로 지아비를 잃은 정순왕후는 단종이 영월로 유배간 뒤 노년까지 종로 숭인동 동망봉 인근에서 삯바느질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단종을 기린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지난 20일 창신동 창신초등학교에서 열린 정순왕후추모음악제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연 인원 300여명의 주민이 참석해 행사는 성공적이라 평가할 만했다.

문화예술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지..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은 6인조 퓨전국악팀 아리아 그레이스가 ‘대한민국 아리랑’ 등으로 화려한 첫 무대를 열었다. 이어 신미리 작가의 샌드애니메이션으로 ‘단종과 정순왕후의 이야기’를 동화로 풀어내 신선했다는 평가다.

이어진 정순왕후에게 바치는 추모시낭송회는 지역 주민인 김옥엽 시인이 쓴 두 편의 시가 낭송됐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만 만년 이어갈 이름을 위하여’를, 김옥엽 시인이 ‘불꽃의 영혼으로 날마다 오시는 이여’를 직접 낭독해 참석자들에게 정순왕후의 애절했던 심정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정순왕후 추모시를 낭송하는 김영종 종로구청장
샌드애니메이션(작가 신미리)과 함께하는 팝페라 아가페 공연이 무대를 점점 뜨겁게 달구었고 정옥향 국악 판소리공연, 메조소프라노 김수정에 이어 가수 김종환으로 이어진 무대는 참석자들이 문화로 하나된 감동을 안고 돌아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편 이날 정순왕후 추모음악제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두 가지 상반된 의제를 남겼다.
지역민들을 위한 동네잔치에 머물 것인가? 역사성을 살려 좀 더 판을 키울 것인가?

우선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하게 함으로써 예술적 감성을 일깨우게 한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단순히 주민들이 자리를 메운 행사가 아니라 행사의 의의를 충분히 전달받고 그에 상응하며 즐기는 것으로 참여의 의의를 충분히 살린 것이다.

그러나 이와 상반된 관점에서 보자면, 정순왕후가 단종과 관련 된 ,꽤 큰 역사적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인물임에 비해, 추모음악제가 동네잔치로 끝나게돼 아쉬움이 남는다.

▲환호하는 주민들
올해로 6회 째를 맞는 이 행사는 3년 전에는 뮤지컬로까지 만들어져 충분히 상품성이 인정됐으며, 청계천 영도교에서 단종과 정순왕후의 이별 장면의 퍼포먼스는 시민들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눈물 흘리게 하는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이듬해 부터 행사는 점점 축소되기 시작해 지금은 추모음악제와 추모제(24일)로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부끄러운 우리 역사지만 단종과 정순왕후의 애절한 순애보는 세계에도 내세울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종로가, 더 나아가 서울시가 내세울 수 있는 대표 행사의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판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행권자의 의지가 선결돼야할 과제다.

이은영 기자 young@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