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빨간 빛일까? 파란 빛일까?
도서정가제, 빨간 빛일까? 파란 빛일까?
  • 이소리 기자
  • 승인 2013.04.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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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가 vs 서점가 끈질긴 샅바싸움··· 국회에서 법제화 공청회 열려

“중소서점을 살리기 위해 도서정가제 강화에 온라인서점이 통 큰 양보를 해야 한다.”(양수열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정무위원장) /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면 도서판매가격이 인상되고 결국 도서판매량이 줄어들게 된다.”(유성식 예스24 도서사업본부 이사)

출판가와 서점가에 ‘뜨거운 무’가 되어버린 도서정가제를 놓고 허가 찔린 중소서점과 온라인서점이 끈질긴 샅바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너무나 오랜 불황에, e북과 대형마트 책값 할인경쟁까지 등에 업은 중소서점과 온라인서점가··· 21세기 들어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도서정가제는 이제 너무나 뜨겁게 달구어져 누가 먼저 물어도 이빨을 다치거나 입천장을 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출판가과 서점가 사이에 ‘밥그릇 크기’ 싸움처럼 번져 그동안 무늬만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던 도서정가제가 한동안 국회에 작은 불씨만 던져놓은 채 어영부영 넘어가는가 싶더니 마침내 공청회로 옮겨 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다. 도서정가제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가 17일(수)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김윤덕·최재천 의원이 이끌고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돕고 있는 이번 공청회에서는 도서정가제 뿌리내리기를 위해 최재천 의원이 올 1월 대표 발의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 출판가와 서점가 관계자들이 소매를 걷고 참가한 가운데 침 튀기는 거친 입씨름을 주고받았다.


온라인서점 ‘10%+10%’ 할인 없앤다, 발끈

지금 우리나라 도서정가제는 책을 펴낸 지 18개월 미만인 새 책에만 할인율을 10%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이번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와는 달리 출판사에서 책을 펴낸 기간에 아무런 상관없이 새 책이든 헌 책이든 모두 할인율을 10%로 못을 박는 것을 그 뼈대로 삼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새 책 10% 할인에 마일리지와 쿠폰 등으로 10% 적립 혜택을 추가해 사실상 고객들에게 19%라는 할인혜택을 주고 있는 온라인서점이 내세운 ‘10%+10%’ 할인까지도 없애는 것이어서 몇몇 온라인서점이 입에 게거품을 물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이날 공청회에서도 도서정가제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중소서점들과 이에 맞서는 온라인서점들이 서로 장단점을 내세웠다.

양수열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정무위원장은 “현재 전국에 남아있는 서점은 1천700여 곳에 불과하며 온라인 서점의 매출이 1% 성장할 때마다 가격경쟁에 밀린 동네서점 50~70개가 사라진다”며 대기업이 꾸리고 있는 온라인서점에 대해 “통 큰 양보와 상생의 손을 내밀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양 위원장은 “이번에 발의된 도서정가제 개정안에서 동네서점도 완전 도서정가제에서 한발 물러난 양보안으로 10% 할인을 수용했듯이 19% 할인 주장을 철회하고 상생의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서로 한 발 양보’라는 상생카드를 내밀었다.

유성식 예스24 도서사업본부 이사는 이에 대해 “온라인 서점의 반값 할인으로 말이 많지만 이는 극소수이고 인터넷 서점 매출비중으로 보면 1~2% 수준도 안 된다”며 “유통합리화를 통해 소비자가격을 절감해 독자가 한 권의 책이라고 더 많이 읽도록 보급해야 한다”고 시장경쟁 논리로 맞섰다.

유성식 이사는 ‘10%+10%’ 할인이 없어지고 모든 책에 대한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강화법(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출간될 신간을 감안해도 소비자 판매가격이 당장 15% 인상되고 도서구매권수도 15% 감소된다”며 “결국 도서판매량이 줄어들고 특히 구간은 판매량이 급감하므로 도서 원가가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인터넷서점협회의회는 이에 앞서 지난 2월 21일 이번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낸 바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지름길 찾아라!

조재은 양철북 대표는 유 이사가 내세우고 있는 이 같은 의견과는 달리 “도서정가제가 강화돼 10% 이내로 할인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독자들의 책값 부담이 증가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도서정가제 강화가 책값을 하향 안정화시킨다”고 못 박았다.

조재은 대표는 “책값 할인이 무한정 가능한 현행 도서정가제로 독자들은 단기간 할인 혜택을 받지만 그에 대한 대가로 출판 기반이 파괴되는 비용을 지불해왔다”며 “할인 판매를 하게 되면 최소한의 마진을 보장하기 위해 책값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요즘 출판사가 겪고 있는 고민을 털어놨다.

최낙범 불광문고 대표도 “도서정가제 강화도 중소서점의 몰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도 “어떠한 할인도 용납되지 않는 완전정가제가 꼭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호 교보문고 광화문점장은 “기본적으로 업계가 가진 대의에 따른다”며 “현재 도서정가제는 도서 구매의 쏠림 현상을 조장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도서 판매의 다양성 등을 위해서라도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에 찬성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출판가와 서점가, 중소서점과 온라인서점 사이에 반드시 건너야 할 징검다리처럼 놓인 도서정가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런 지름길을 찾을 수는 없을까. 그 답은 서로 한 발씩 물러서는 것에 있지 않을까. ‘상생’과 ‘공존’이란 낱말이 지닌 깊은 속내를 출판가와 서점가 모두 닫힌 마음을 활짝 열고 깊이 새겨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