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 투명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 투명
  • 황학주 시인
  • 승인 2013.05.1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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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황학주 시인
 
검지가 살며시 지문을 대는 듯한 입술이었지요

실눈 옆으로 말을 했고

그 웃음이 허리끈을 만지작거렸지요

투명을 본 적이 있나요

깊고 검은 눈은 백설을 바라본 것 같고

평생 착하다 착하다 말 들으며 괄시 받을 줄 알았다지요

어느 사이 흔드는 이 없이도

무슨 손이든 제 가슴에 옮겨볼 수 있을 만한

마른 가슴이었습니다 갈빛 무덤 옆에서

나는 투명한 말을 들었습니다

젖을 다 짜낸 시간 같은 지금에 와서
 

얘야,

너무 아프면 그냥 집에 오면 된단다

 

-‘투명’ 즉 티 없는 맑음… 그것은 어디 먼 곳, 우리가 잘 찾을 수 없는 아주 외딴 곳에 따로 숨겨져 있는 게 아니다. 참 맑음이란 우리들 삶을 가만가만 살펴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그곳에 샘물처럼 퐁퐁퐁 솟고 있다. - 이소리 시인

*시인 황학주는 1954년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시집 <사람>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갈 수 없는 쓸쓸함>,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 <루시>, <노랑꼬리 연> <某月某日(모월모일)의 별자리>등이 있다.

시선집으로는 <상처학교>가 있으며, 제3회 서정시학 작품상, 제1회 서울문학대상 수상. 2011년 문학청춘 작품상, 애지문학상을 받았다. 지금 아프리카민간구호단체 피스프렌드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