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경계 없는 예술, 성숙해진 기획
[전시리뷰] 경계 없는 예술, 성숙해진 기획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3.05.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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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이병복, 3막 3장’ 展 & 삼성미술관 리움 ‘미장센-연출된 장면들’

미술과 무대는 길고 긴 역사와 동시대 창조의 예술로서의 관계를 이어왔다. 다른 시대의 다른 환경과 새로운 언어들을 매개로 알게 모르게 서로 의존하며 ‘예술’의 모체가 되어 왔던 것이다. 이 둘의 결합은 예술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작업에서 빛을 발했고, 그 관계는 음악과 문학, 영상과 연기가 더해져 공연예술이라는 장르에 화려한 옷을 입혔다. 미술과 무대의 역사는 고대 올림푸스 신전에서 이뤄졌던 바로크시대 극장주의에서부터 시작되어 20세기 극의 형태로 변화해왔다. 무대라는 공간 속에 미술이 되기도 하였고, 미술이라는 표현 속에 공허한 무대가 예술로 창조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둘의 관계가 신선한 시각에서 전시로 소개되고 있다. 미술과 공연의 매체가 확장되고 변화 되어온 흔적, 실험적인 무대로 창조의 힘을 쏟아낼 수 있었던 과거를 전시로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시각미술과 공연예술의 긍정적인 만남을 조명하는 기획 전시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술의 확장과 매체의 변화, 이 둘의 예술성 우열을 논하는 위험한 경계를 무너뜨리고, 미술과 공연예술의 만남에 대해 몹시 조심스러운 태도로 이 특별한 전시를 유쾌하게 바라보려 한다.

한국 연극사의 산증인이자 무대미술가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이병복(86)의 고집스런 삶과 작업을 엿볼 수 있는 ‘이병복, 3막 3장’ 전이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됐다. 오직 40여 년 간 연극인으로 활동하며 무대 뒤에서 그가 지켜온 흔적들을 기억케 하고 싶은 것이다. 척박했던 한국 근현대 연극사의 고집스런 연극인의 미술적 감성과 그 속에 담겨진 한국의 미, 미술의 흔적들을 한 편의 연극을 보듯 풍부한 이야깃거리로 담아내는 전시로 기획됐다.

무대를 미술의 테크닉으로 생동감을 더하고 자극적인 극의 요소를 채워 넣어 흥미가 더해졌다면 이제는 연극무대 같은 이미지를 지향했던 시각미술의 고정된 시점의 예술을 이야기하려 한다. 근세 또는 근대 서구의 시각미술은 연극무대를 바라보는 순간의 이미지의 그림을 추구했었다. 이미지의 배열작업은 19세기 이후 ‘모던아트’의 영역에서 사라졌지만 그 영향은 또다시 연극과 영화 등에서 연출가 작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프랑스 말에서 유래한 미장센(mise en scene)이다. 이러한 이미지의 배열작업은 예술에 영감을 주고받으며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돌고 도는 것이다. 이러한 매체의 미장센을 응용한 전시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소개되고 있다.



‘미장센-연출된 장면들’이라는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 작품 중에 영화적 연출을 보여주는 국내외 작가 8명의 작품이 소개됐다. 이번에는 연극과 미술이 아닌, 영화와 미술과의 영향관계를 조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장센’은 원래 연극무대의 연출을 말하는 것으로 영화의 시각요소들도 포함하고 있어 다양한 예술을 소재로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두 전시는 시각미술과 공연예술을 긍정적이고 새롭게 만난다. 서로의 모호한 경계 속에 어설픈 예술성 우열의 논란이나 가치성의 논쟁이 아닌 무궁무진한 예술의 창조 원천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 전시 기획의 접근은 다소 생소하고 연출된 전시는 무겁게 느껴지지만, 그 의도는 참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