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과 개발의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국보 반구대의 보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민과 관계전문가들의 토론회가 열려 주목을 모으고 있다.
울산시민단체협의회(권필상운영위원장)는 지난 22일 오후 울산 YMCA 대강당에서 “반구대암각화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울산시민의 입장에서 ▲반구대암각화 보존논란 쟁점과 문제 알아보기▲ 울산지역에 위치한 국보의 보존관련 울산시민사회의 주체적 입장과 역할을 모색 ▲반구대암각화 일대의 문화유산가치를 홍보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반구대암각화는 울산 언양읍 사연리와 두동면에 걸쳐 흐르는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변에 위치한 선사시대의 유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1971년 발견되었으며 가로 10미터 세로 3미터 규모의 바위그림이다. 그러나1965년 준공된 사연댐의 영향으로 훼손속도가 빨라져 소멸위기에 처해있어 보존대책이 시급하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10년째 펼치고 있다.
울산시는 반구대바위그림만 보전하자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차수벽, 유로변경, 생태제방 등의 연구를 해왔다. 반면 문화재청은 천전리 각석, 반구대암각화가 포함된 대곡천 일대를 대곡천 암각화군으로 보고 반구대암각화의 주변경관까지 함께 원형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세계문화유산 잠재목록에 등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계획으로 명승지정을 서두르고 있다.
울산시민단체협의회는“ 양자가 첫단추와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십여년 기간동안 서로 다른 연구, 다른 주장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우선 반구대암각화를 포함한 주변경관 모두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토론회 개최의 의의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이 “ 국보 반구대암각화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보존운동의 경과”를 주제로 주제발표를 했다. 이어진 토론시간에는 오영애 울산환경연합 정책실장이 “사연댐의 기능과 물문제”, 이재권 울산저널 부대표가 “반구대 명승지정과 지역의변화 : 명승지정과 관광가치 증대/ 반구서원, 구곡문화의 산실, 지역주민의 역할”, 배성동씨가 “대곡천과 울산의 자연유산”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주제 발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 소개한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주제발표 전문
- 암각화란
암각화를 간단히 설명하면 바위에 새긴 그림이다. 암각화는 전 세계 5대륙에 공통적으로 분포하며, 850여 군데에 7만여 개의 유적이 있고, 4천5백만 여 그림이 보고되어 있다. 암각화는 공동체 집단의 표현물이며, 의사소통의 수단이며, 제작한 집단의 정서가 잘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암각화는 제작한 집단의 생활양식을 표현하며, 인류의 표현 욕구에 의한 결과물로, 그림을 통해 메시지나 생각을 기억하고 전달한다. 암각화는 선사 예술작품 중 99%를 차지한다. 암각화가 그려진 위치는 신성한 장소이며, 암각화 유적 근처는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없고 고립된 오지이다. 햇빛의 동선을 고려한 정남향이며 노천에 위치하며 물과 직접적 관련이 있어 하천이나 호숫가에 위치한다. 물과 관련이 있다는 점은 숭배 및 제의 공간이었음을 말해준다. 암각화의 의미는 현재에 대한 역사 문화의 관계를 발견하게 하고, 그 시대의 문화상이 직접적으로 반영되는데, 수렵 시기의 그림은 사실적으로, 농경 시기에는 특정한 도식으로 구성한다. 결국 암각화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가치가 반영되어 있다.
-국보 반구대 암각화는
반구대 암각화는 물가에 그려져 있고, 오지에 위치해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제작 기법과 도상전개 방식이 세계 암각화와 유사하며, 세계 암각화와 동일한 정서를 가진 보편적 요소이지만, 세계의 암각화와는 달리 반구대 암각화는 하나의 바위 면에 그려져 있고, 세계 여러 나라가 암각화는 남향 인 것과는 달리, 반구대 암각화는 북쪽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암각화는 육지 동물이거나 추상형 도상이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육지 동물과 해양 동물이 하나의 바위에 동시에 그려져 있으며, 신성한 제의 공간인과 동시에 영혼숭배 성격의 유적이다. 반구대 암각화에 적용된 시각은 육지동물의 경우, 옆에서 본 측면의 모습을 그린 반면, 해양 동물은 윗면, 측면, 아랫면을 조합해 그렸으며, 육지 동물은 사실적으로 표현하였고, 해양 동물은 이시동도법(異時同圖法)에 의한 복합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육지 동물은 수평으로 그려졌고, 대부분 우측 방향을 향하고 있다. 반면 해양 동물은 대부분 수직 방향이며 상단을 향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 좌우측의 그림들은 모두 중앙 앞면을 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진 300 여점의 그림에는 고래, 호랑이, 사슴 순으로 숫자가 많다. 이 세 동물이 반구대 암각화의 중심 주제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석질은 이암으로 된 셰일로, 물에 매우 취약하다고 토목교과서에도 나와 있다.
-세계유산의 가치
이러한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야 한다. 세계유산등재하자고 한 것은 울산시가 먼저였다. 우선 첫째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면,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반구대 암각화는 정착시기, 인류문화의 발전과 연관된 초대형 암각화로서 수렵과 어로의 문화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어 역사 문화적으로 탁월한 가치를 지닌다.
둘째, 완전성이 있어야 한다. 반구대 암각화를 중심으로 1.5키로 거리에 성격이 전혀 다른 대형 추상형 암각화가 있다. 천전리 암각화는 인류 문명사와 조형예술의 원형으로서 삶의 근거를 밝히는데 중요한 가치가 있다.
셋째,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반구대는 원형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진위여부에 지장을 줄만한 어떠한 근거도 없다.
넷째, 보존 및 관리체계가 구축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점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 반구대 암각화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 완전성, 진정성 등이 완벽히 갖춰져 있기 때문에 세계문화유산 점정목록에 등재되어 있다. 그러나 울산의 사연 댐의 저수량으로 인해 침수와 건조가 반복되면서 원형 훼손이 심각한 상태이다.
-물에서 해방시켜야한다. 울산이 물 부족이라는 근거가 없다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려하면 조건반사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물 부족’ ‘수자원확보’ ‘맑은 물’ 이라고 주장한다. 물 3~4년, 수자원 확보 3~4년, 맑은 물 3~4년 등으로 시간 끌기는 계속되었다. 어떤 근거로 ‘물 부족 ‘수자원확보’ ‘맑은 물’ 이란 주장이 나왔는지 밝혀야한다. 물 부족이라는 근거도 족보도 없는 내용을 가지고 악용한 사람들은 이명박의 4대강 사업 추종자들과 울산시(시장 박맹우)가 말하는 ‘물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UN은 한국이 물 부족이라고 발표한 어떤 사실도 없다.
필자가 알기로는 울산은 우리나라에서 물이 좋고 충분한 양이 있는 도시로 알고 있다.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에 의해 울산에는 공업용수 확보를 위해 많은 댐을 만들었다. 현재울산의 많은 기업은 공업용수를 원활하게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국이 가뭄에 들어가도 울산이 가뭄에 고통 받았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현재 울산의 정수능력은 약32만 톤으로 알려져 있지만, 필요양은 25만 톤 정도이라고 한다. 향후 인구증가, 상수도와 생수보급 등을 따져 봐도 충분한 양의 물이 공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자료>
<울산시의 물부족 주장 근거 없다> 염형철(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울산시의 생공용수 사용량은 161만톤/일이며, 낙동강으로부터 122만톤/을 사연댐, 회야댐, 대암댐, 대곡댐으로부터 39만톤/일을 공급 받고 있다. (울산시 상수도 통계)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 보호를 위해 사연댐 수위를 조정했을 경우 공급에 차질이 빚는 다고 주장하는 용수량의 6만톤/일(2020년 기준)으로 전체 이용량(161만톤/일)의 3.7% 수준임. 따라서 암각화 보호를 위해서는 6만톤/일에 대한 용수 공급량을 확보하면 될 것이다.
대안 1. 사연댐의 현재 공급량은 13만톤/일로 시설용량(공급가능량) 22만톤의 59%에 불과하다. 따라서 실제 공급량에 맞춰 수위를 조정할 경우 상당한 비율의 수위를 저하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안 2. 사연댐과 함께 울산시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회야댐의 경우 시설용량 27만톤을 갖추고 있으나 현재 공급량은 12만톤/일으로 가동률이 44%에 불과한 상태임. 따라서 회야댐의 공급량을 18만톤으로 제고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울산시 공무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음. 또한 극히 낮은 문화의식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안 3. 울산시는 관내의 상수관망들이 상호 연결되어 있고, 이미 낙동강으로부터 122만톤/일을 공급받고 있음. 즉 공급이 부족할 경우 추가의 시설 공사 없이 즉각적으로 용수 공급이 가능한 상태임. 즉 극단적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연간 10억원 수준이면(60,000톤×50원/톤×365일≒10억원) 암각화 보전이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데에 있어서 연간 10억원 수준이라면 얼마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된다. 하루빨리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수리모형실험 연구보고서(2013.3, 울산광역시)에 대한 검토의견서>
검토기관 : 시민환경연구소장 박창근/관동대학교 교수
사연댐으로 침수되는 암각화의 훼손이 우려되기 때문에 문화재청은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법이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울산시는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면 ①빠른 유속에 의한 암각화 하부세굴과 부유물에 의한 암면훼손 가능성이 증가하고 ②홍수시에도 암각화가 일정부분 물에 잠기고 또한 ③시민의 식수원이 감소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보고서 전체 흐름을 살펴보면 사연댐의 수위는 낮추는 방법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생태제방설치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암각화 앞부분에 하천 내부에 약 600m 제방을 쌓는 방법임. 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하면 제방설치안이 수리학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하나의 대안으로 추천하고 있다.
그동안 반구대 암각화를 보전하는 방안으로 ▲사연댐 수위조절안 ▲생태제방안 ▲터널형 물길변경안 등이 제시되었다. 여기서는 사연댐 수위조절안과 생태제방설치안에 대한 울산시의 검토내용을 검토하고자 한다. 사연댐 수위조절안은 사연댐의 현재 관리수위 El.60m를 El.5l.2m로 낮추는 방안이다. 생태제방설치안은 암각화에서 하천방향으로 약 80m 지점에 제방을 설치하고 맞은편 자연제방을 절초하여 필요한 유수단면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 연구 결과
1.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수위조절안에 대한 울산시의 평가는 다소 주관적이고 일정 부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면 홍수시에도 암각화가 일정부분 물에 잠긴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5~7천년동안 수많은 강우가 발생하여 암각화가 물에 젖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암각화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지만, 겨울철에 물이 결빙함으로서 암각화가 훼손되는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
시민의 식수원이 감소한다고 울산시는 주장하는데 사연댐의 용수공급능력이 일정부분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울산시 용수공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즉 울산시의 용수공급현황, 공급시설용량, 추가 확보가능한 수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또한 사연댐 하류에서 홍수위험이 증가한다는 울산시의 주장은 과장되었음. 사연댐은 홍수조절용량이 없기 때문에 홍수시 사연댐의 초기수위를 낮추더라도 태화강의 홍수위 상승을 일으키지 않는다. 즉 일정시간이 지나면 홍수시 사연댐으로 유입하는 물은 그대로 방류되기 때문에 태화강에서 홍수위가 상승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2. 생태제방을 설치하는 대안은 한마디로 문화재에 대한 기본인식이 없는 방안이다. 암각화에서 약 80m 떨어진 지점에 제방을 쌓고 반대편 자연제방을 절개하여 흐름 단면적을 확보하겠다는 대안은 우리사회가 받아들이기에는 지극히 부적절하다. 오히려 하천의 자연상태를 회복하기 위하여 사연댐을 철거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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