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불안과 꿈이 잉태되는 장소 <물탱크 정류장>
현대인의 불안과 꿈이 잉태되는 장소 <물탱크 정류장>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3.06.0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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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테크놀로지 결합해 불안한 심리 형상화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와 ‘스튜디오 반’이 공동 제작하는 <물탱크 정류장>이 오는 이달 26일부터 7월 14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물탱크 정류장>은 태기수의 동명 원작소설을 각색해 스튜디오 반 이강선의 연출로 관객을 만난다.

이번 작품은 옥탑방 옆에 놓여 있는 물탱크 안에서 살고 있는 ‘물탱크 사내’를 만나 우연한 하룻밤을 보낸 뒤 ‘물탱크 사내’와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 있는 주인공 한세종의 이야기를 그리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그의 기억을 통해 현대인의 삶과 존재에 의문을 던진다.

물탱크 정류장은 노동 유연화, 실업, 부동산 격차를 축으로 한 소외된 인간들이 수렴되는 공간이다. 한편 동시에 억압된 희망, 유예된 욕망의 공간으로서 역설적으로 이들이 꿈꾸는 공간과 인간관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물탱크 정류장은 공간화된 계급적 공포와 불안이 투사된 곳으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사무직 노동자와 일용직 노동자의 사회적 탈구를 체현하는 상징적 공간인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비디오와 음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불안한 현대인의 실재(實在)를 압축해 무대에 형상화하는 실험적 시도를 선보여 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캐릭터들의 존재감은 영상과 소리로 실체화한다.

특히 극영화 연출을 전공한 이강선 연출의 감각적인 영상과 ‘물탱크 정류장’ 밴드가 연주하는 록과 재즈 선율의 효과적인 조합은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 연극의 ‘마술적 사실주의’ 시도를 극대화하며, 고독하고 외로운 현대인들의 심리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무대미학 언어로 표현된다.

또한 주인공 한세종이 머무르는 ‘옥탑방’과 바(Bar), 공학박사의 연구실 등 작품의 무대가 크게 세 개로 나뉘며, 현대인들의 소외된 삶을 상징하는 분리된 공간, 건물 한 채를 옮겨 놓은 듯한 무대를 통해 타인의 삶을 엿보는 색다른 관극경험을 선사한다.

옥탑방에는 침대가 놓여있는데, 이 침대는 극중 매우 중요한 장소로 활용된다. 한세종이 만나는 여자들과의 무의미한 섹스, 뜨거운 사랑, 불륜 등의 감정을 교환하는 곳으로 대변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물탱크 또한 특별한 오브제로 활용되는데, 이 공간은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일상의 시간 속에 있는 공간이 아니다. ‘백남준의 TV 물고기’와 같은 영상 이미지를 차용한 아이디어로 비춰지는 다양한 영상들은 물탱크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의미를 담는 공간으로의 변신을 가능하게 만든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꿈을 동시에 드러내는 극적 장치인 물탱크 정류장은 인간 존재의 생성과 소멸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마술적 공간이기도 하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있는 제3의 공간인 물탱크 정류장을 통해 관객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지금, 여기’를 낯설게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