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칼럼]이미테이션 뮤지컬, DIMF ‘Sunfish’
[공연칼럼]이미테이션 뮤지컬, DIMF ‘Sunfish’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3.06.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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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떨어지는 작품 개막작으로, 뮤지컬 흉내 내기인가?

지난 17일은 제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이 그 첫 문을 여는 날이었다.


모처럼 내 고향 대구에서 펼쳐지는 축제라 월요일이고 마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안고 내려갔다. 개막작 'Sunfish'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컸기 때문이었다. 'Sunfish'는 우리 이야기 ‘심청’ 스토리를 한미합작으로 미국에서 제작한 작품이라 더욱 그랬다.

이날 저녁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극장에서 올려진 'Sunfish'는 출연배우 전원이 외국인이었고 대사도 영어로 진행됐다.

대극장 무대 중심을 비워둔 대형 사각형의 프레임이 무대 배경처럼 세워져 있었는데, 이 대형 프레임이 왠지 무대를 가둬놓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번 공연을 위한 것인지 페스티벌 전체를 위한 것인지는 지금도 조금 헛갈린다.

공연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부터 필자는 실제로 조금씩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소극장 뮤지컬에서도 보기 어려운 단순함과 산만함 그리고 지루함 때문이었다.

뮤지컬무대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스펙터클함 혹은 화려한 의상, 배우들의 군무, 매끄러운 연결 등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고 소품들과 의상들도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오페라하우스의 무대시설은 이동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대는 시작부터 끝까지 싸리 담장 하나로 버텼다. 딱 한 번 썬피시가 인당수에 던져질 때 가운데가 갈라졌을 뿐이다. 심지어 황제의 궁이나 빈민가 배경 모두를 그 하나에 의지한다는 자체에 그저 놀랍기만 했다.

특히 극의 끝부분에 등장한 황제의 의상에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곤룡포(?)라고 입은 국적불명의 황제복도 그러려니와 그 속에 입은 면바지와 운동화를 관객들에게 거리낌 없이 내보여 민망했다. 또한 뺑덕어미는 ‘어우동’을 연상시키는 캐릭터에 과장된 가슴크기와 기모노의 오비를 등에 붙인 의상은 불쾌하기까지 했다. 관객들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같은 배우들의 끊임없는 회전출연, 암전도 없이 무대 소품을 배우들이 들고 퇴장하는 모습은 극의 긴장감과 몰입을 여지없이 떨어뜨렸다.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니 당연히 감동은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Sunfish'는 초등학생이상 관람가였다. 공연을 보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 아예 아동들을 위한 아동극으로 애초부터 제작하는 것이 맞지 않았나 싶었다. 인형극의 일정부분을 차용한 것 등 이날 공연은 아동극이라 하기엔 성인코드가 들어가 완전히 아동극이라 하기도 애매했다.

또한 공연의 제목도 바꿔야 할 것 같다. 정작 Sunfish보다 뺑덕어멈의 행동에 따른 전개와 심리상태를 시종일관 조명해 뺑덕어멈(마담 뺑덕)의 캐릭터에 집중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될 장면에 반복되는 대사를 자꾸만 조명하는 부분도 솔직히 짜증스러웠다.

그나마 마지막 부분의 심봉사와 뺑덕어멈의 눈이 바뀌는 반전 하나는 봐줄만 했다.

이렇듯 스토리전개 상 오히려 ‘마담 뺑덕’이라고 했으면 더 공연에 걸맞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용이 단순하고 단조로워 어린이를 위한 아동극으로 애초부터 타겟팅을 하는 것이 맞았다는 관객들의 반응이 많았다. 한 관객은 “아이들 영어 공부하기에는 좋겠다.”라고 할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만할 것이다.

이외에도 자막 번역 문제라든지 몇몇 배우의 떨어지는 연기력과 호소력 없는 노래 등까지는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

공연이 끝난 후 개막 리셉션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DIMF 관계자들은 개막작 'Sunfish'에 대해 ‘신선했다’라고 자평했다. 어쩌면 외국인이 우리의 전통소재를 가지고 자신들의 언어로 대사하고 연기 했다는 것은 신선하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주최 측은 이 작품이 이미 브로드웨이에서 관객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고 홍보했다. 미국에서의 공연은 소극장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대극장에는 대극장에 맞게 무대를 새로이 구성해야하는 것 아닌가? 뮤지컬과 공연계 전문가들이 집행위원으로 10여 명 가까이 참여한 DIMF에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아 줄 사람 하나 없었는지도 의문이다.

세계뮤지컬축제라는 타이틀, 그리고 세계뮤지컬의 얼굴이 되겠다고 선언한 대구이다.  중요하고도 중요한 개막작으로 완성도가 턱없이 떨어지는 작품을 버젓이 내놓고 어떻게 얼굴을 들지…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