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 없는 찐빵?”… 유화 빠진 대규모 피카소展 개막
“앙꼬 없는 찐빵?”… 유화 빠진 대규모 피카소展 개막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3.07.0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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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재단, “피카소 부친 유화만 소장하고 있어”

피카소가 다시 한국을 찾는다. 200여 점의 작품과 피카소가 직접 제작한 책 초판본, 그의 일상을 담은 사진 등 100여 점의 사료들이 공개되는 대규모 전시이다. 다만, 피카소 작품의 핵심인 유화는 출품되지 않아 아쉬움을 사고 있다.

<의자 옆의 누드> 1954 ⓒ 2013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스페인 피카소재단의 소장품 특별전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이 이달 6일 개막해 11월 24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과 서울예술의전당에서 순차적으로 개최된다.

양국 문화교류 증진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피카소의 초기 화풍부터 노년까지의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의자에 앉은 여인> <마담X의 초상화> <살로메> 등 피카소의 대표적인 석판화를 포함하고 있지만 유화는 전시되지 않는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피카소의 유화가 전시되지 않은 배경에는 피카소재단이 피카소의 유화를 한 점도 소장하고 있지 못한 까닭이 있다. 이에 대해 피카소재단장은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피카소 작품 800여 점 중 꼭 봐야할 200여 점을 선정한 것”이라며, “피카소의 작품을 기법으로 나누기 보다는 그의 모든 작품은 강의 흐름처럼 하나로 엮여지며, 가치가 있으니 전시장을 찾아 관람객들이 확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재단은 피카소 부친의 유화만 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도나무 덩굴을 머리에 쓴 수염이 많은 남자> 1962 ⓒ 2013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재단은 지금껏 12개국 200여 회의 전시를 가져왔는데, 특히 이번 전시는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전시이자, 재단의 주요 소장품들이 아시아에 최초로 공개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200여 점이 출품되는 대규모의 전시인 만큼 총 14개의 섹션으로 구분돼 이뤄진다. 특히 다양한 기법의 판화, 드로잉, 도자기 등 피카소의 예술분야를 아우르는 주요 작품들 외에도 그의 유년시절을 엿볼 수 있는 100여 점의 사료들도 전시돼 눈길을 끈다.

평생에 걸쳐 2천점이 넘는 판화작품을 제작하는 등 피카소는 예술적 실험의 과정으로서 판화 작업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드라이포인트, 에칭, 석판화, 동판화 등 다양한 기법의 판화를 제작했으며, ‘시간적 지연’을 거쳐 완성되는 신선한 창작의 과정을 즐겼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피카소가 몰두한 판화의 세계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화가이면서 동시에 삽화가 및 수필가로서도 활동한 피카소의 자취를 엿볼 수 있도록 당시 발간된 책들과 삽화들의 원본이 공개되며, 직접 제작한 산문 집 초판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라 관람객들의 호응이 기대된다. 사료와 방대한 작품들의 유기적인 접근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피카소는 누구이며, 예술적 창작의 영감은 무엇이었는지를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비록 이번 전시에서는 유화가 빠졌지만, 피카소의 가족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 그의 고향인 스페인 말라가에서 온 작품들이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 재단 부총장은 피카소가 생전, 작품에 ‘말라가시민 피카소’라고 사인할 정도로 말라가에 큰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하며, 전시 출품작들에 의미를 더했다.

작품 외에도 피카소의 사료들이 함께 전시되기에 그의 예술 궤적을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입장료는 성인 1만2천원, 학생 1만원, 유아 8천원이다. (문의 : 032-861-3200, www.picassoabsoluto.com)

한편,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스페인 남단의 아름다운 항구도시인 말라가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며, 향후 만개할 독창적인 예술세계의 싹을 틔웠다. 뛰어난 상상력과 창의력을 근간으로 한 피카소의 예술적 천재성은 사후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식지 않는 인기를 얻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피카소 생가에 박물관과 피카소재단을 설립해 주요 작품들을 보관·연구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