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6) - 나제주도 요왕맞이굿에 담은 게릴라극장의 <오레스테스 3부작>
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6) - 나제주도 요왕맞이굿에 담은 게릴라극장의 <오레스테스 3부작>
  •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13.07.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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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이윤택이 이끌어 온 우리극연구소가 20년을 맞았다. 부산에서 활동하던 그가 1988년 상경해 <산씻김> <시민 K> <오구> 등을 연이어 공연하면서 극단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1986년 부산 (구)가마골소극장에서 창단되었다. 그는 자신을 거리패의 꼭두쇠라 자처할 만큼, 차거운 지성과 뜨거운 정열을 겸비한 채, 지금까지 미친 사람처럼 무대작업에 몰두해 왔다. 그는 살아있는 꼭두쇠로서 이 시대를 대표한다.

이번에 우리극연구소를 통해 그가 양성해 놓은 제1기의 김소희, 제4기의 김미숙, 이승헌이 처음으로 공동연출을 맡아 <오레스테스 3부작>(6,6-30)을 무대에 올렸다. 이 연구소는 1994년 이윤택, 윤광진, 이병훈 등이 주도해 만든 조직으로서, 전통의 현대화와 해외극의 우리적 수용을 목표로 매년 연기자훈련을 실시하고, 인재를 발굴해 왔다.

이 짧은 지면은 이번에 공연된 <오레스테스 3부작>에 관한 본격적인 비평론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연의 새로운 의의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견을 밝혀 두고 싶다. 이번 공연에서 필자의 관심을 끌게 한 첫 번째 요소는 그리스의 원작을 제주도의 요왕맞이굿의 구조와 논리에 담으려 했다는 점이다. “옛날 옛적 그 옛날에 음유시인이 존재했었고, 그는 이런 저런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시로 쓰고 극으로 지었다네.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지만 민중의 상담가요 선생이던 그는, 지금도 어디선가, 그런 신들린 푸닥거리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면, 연극은 여전히 연극답게 살아있을 것이네.” 대본을 만든 이윤택은 이렇게 그리스극을 하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음유시인으로서 한 편의 ‘신들린 푸닥거리’를 해 보려고 이 대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요왕맞이굿은 말 그대로 바다에서 용왕을 맞아 들이고 또한 보내드리는 제주도 대표적 굿거리의 하나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그곳에서 용왕은 인간의 생사와 운명, 길흉화복을 돌보고 구원하며 결정하는 최고의 신이다. 옛부터 제주도 사람들은 굿판에 이 신을 모셔 놓고 간절한 소원, 억울한 원망, 답답한 사연을 들어주고 풀어 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역사적인 대작 <오레스테스 3부작>을 우리의 가치관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한국판으로 완전히 번안하는 것은 기대할 만한 일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퍽 위험하고 적지 않은 어려움이 동반된다. 누구도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이윤택은 이러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번 기회에 조심스러운 모색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제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의 첫장면 코러스를 제주도 칠머리당굿에서 하는 요왕맞이굿으로 설정해 놓았다. 그리고 「제3부 자비로운 여신들」의 마지막 장면 코러스를 무가사설로 설정했다. 「제1부 아가멤논」에서 왕비 클레테메스트라 역의 김소희와 코러스장의 역을 맡은 이승헌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이러한 역할과 조화되어, 코러스장과 수심방 역을 맡은 김미숙의 빼어난 기량은 이번 작품에 역동적인 활기를 불어 넣었다.

대본 작업을 통해서 이윤택은,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를 걷어내고, 가능하면 우리 관객들이 그리스 비극에 접근하기 쉽도록 친철한 어휘와 발성, 즐거운 농담과 몸짓으로 3시간 10분의 공연을 만들게 했다. 전체적으로 우리의 현실적 삶에 대한 동시대적 알레고리를 느끼게 하는 대사들, 특히 요왕맞이굿과 서사무가를 통해 물씬 느껴지는 한국적인 삶의 존재감을 창출해낸 것은 큰 성과로 평가된다.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우리극연구소 이외에, 서울 게릴라극장과 밀양연극촌, 김해시 도요창작 스튜디오, 부산 기장어린이극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공연집단이다. 밀양연극촌에는 가마골소극장, 우리동네극장, 숲의 극장, 성벽극장, 실내스튜디오 등 5개의 극장도 운영하고 있다. 7월 24일부터 8월 4일까지 밀양연극촌에서 열리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벌써 제13회를 맡고 있다. 그들의 작업에서 거리를 밝히는 정신이 나날이 불타 오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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