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칼럼] 예사 등급제 유지하되 고려해야 할 것
[윤태석의 박물관칼럼] 예사 등급제 유지하되 고려해야 할 것
  •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 승인 2013.07.1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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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문화학 박사(박물관학·박물관 정책)
학예사 자격증제의 개요

박물관ㆍ미술관(이하 박물관) 학예사 자격제도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하 박미법)이 1999년 2월 8일 전부 개정되어 2000년 2월 9일 시행(법률 제5928호)되면서 최초의 박물관 전문 인력으로 공식화되었다.

당시 박미법에는 ‘박물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박물관사업을 담당하는 학예사를 둘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1급, 2급, 3급의 정 학예사 및 준 학예사 등 네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제도의 시행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하여는 대통령령(박미법시행령)으로 정하고 있으며, 시행령에는 ‘학예사의 자격을 취득하고자 하는 자는 학예사 업무수행과 관련된 실무경력(이하 실무) 등의 자격요건을 갖춰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이하 문화부)장관에게 자격요건의 심사 및 자격증 교부를 신청하여야 한다. 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준 학예사 자격을 취득하고자 하는 자는 문화부장관이 실시하는 준 학예사 시험(이하 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 고 명시했다. 자격증의 등급과 등급의 최하위에 있는 준 학예사 자격취득에 시험이 신설되었음을 알 수 있다.

등급별 취득과정은 1급은 2급 자격을 취득한 후 경력인정대상기관(이하 인정 관)에서 재직경력(이하 경력)7년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인정 관에는 국공립박물관은 조건 없이, 사립과 대학은 박미법상 등록관에 한해 인력·시설·자료의 관리실태 및 업무실적에 대한 전문가의 실사를 거쳐 인정한 관만이 대상이 되며 외국박물관도 전문가 실사를 거치게 되어있다. 또한 2급은 3급 취득 후 인정 관(이하 표기 생략)에서 재직5년 이상, 3급은 박사_실무1년 이상, 석사_실무2년 이상, 준 학예사_자격증 취득 후 경력4년 이상이면 된다. 고 규정했다.  

그리고 시험을 꼭 통과해야하는 준 학예사는 학사_시험에 합격한 자로 실무1년 이상, 3년제 전문학사_시험합격자로 실무2년 이상, 2년제 전문학사_시험합격자로 실무3년 이상, 끝으로 학사(전문학사)미만 자_시험합격과 실무5년 이상이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학예사 자격증제는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최초 취득자를 배출한 2001년 이후 2012년 말 현재 3,926명(2급:451, 3급:3,088, 준:387)의 자격증 취득자를 배출하였다.

학예사 자격증 승급, 경력보다 능력을 봐야

최근 학예사 등급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하자는 논의가 분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승급의 기준이 소위 박물관 짬밥으로만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짬밥은 전문성을 전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 석박사의 경우 전공과 무관하게 실무경력만 있으면 3급 정학예사 자격증이 발급되는 현실에서 박물관학, 외국어(영어 등 9개 언어에서 1)(이상 필수과목)와 고고학, 미술사학, 예술학 등 12개 과목에서 2과목(이상 선택과목)등 총 4개 과목을 대상으로 시험을 합격해야하는 준 학예사보다 기초실력이 높다고 할 수 없는 현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박물관현장에서 등급별 자격증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국가 자격증이면서도 국공립에서조차 승진여부나 호봉조정, 인사 등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국공립에 비해 시스템이 불안정한 사립과 대학에서도 매일반이다.

따라서 이러한 실정을 모르고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학예사들의 수고와 승급 여부를 심사하는 정책당국의 정책적, 행정적 노력, 이에 수반되는 예산 등은 허망한 낭비가 되고 있다. 제도 폐지에 명분이 될 수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인 것이다. 승급(진)을 경력으로만 결정하는 자격증이나 조직은 없다. 하물며 운전면허증 조차 승급과 무관하게 운전자격이 있는지 만을 보기위해 정기적으로 적성검사를 하고 있는 판에 인류문화유산을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교육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학예사 자격을 이렇게 운영하고 있다면 말이 되겠는가?
자격증 승급제가 이렇게 운영되어온 지난 10여년에 대해 누구를 탓하고 싶진 않다. 다만, 승급 제를 실력을 담보하는 절차적 노력이나 현장에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나 정책적 장치한번 마련해보지 못하고 이제 와서 폐지를 운운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발상이다. 지금에서라도 개선책을 마련해 시행해본 후 그 결과를 갖고 존폐여부를 논함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개선안으로 먼저, 승급기준을 경력에 앞서 전문성을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시험(실습포함)이나 일정 시수의 연수(교육) 등을 거치도록 하는 방법은 가장 보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연수나 교육과정에서 요구되는 등급별 커리큘럼은 문화부의 요청에 의해 한국박물관협회가 연구 수행한 〈박물관 전문인력 교육과정 표준안 연구〉가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이렇게 승급한 자격증 소지자는 국공립에서부터 솔선수범하여 관련 업무에 적극 반영하여야 한다. 승진 등의 인사 시 가산점 등을 부여하고 호봉 등 급여와 관련해서도 반영하여야 한다. 2007년부터 사립박물관을 대상으로 국고로 지원하고 있는 학예사인건비 지원 사업에도 당연히 등급에 적합한 적용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사립과 대학은 우선 장려하되 차츰 반영여부를 박물관 평가인증제 도입 시 전문 인력 관리 분야에 지표로 넣으면 정착될 수 있다. 국공립도 행정평가에서 들여다보면 된다. 박물관 학예사-존경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