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종덕 창작춤집단木 대표 / 한양대학교 강의 교수]“어쩌자고 이 험난한 길을 택했을까”
[인터뷰 - 김종덕 창작춤집단木 대표 / 한양대학교 강의 교수]“어쩌자고 이 험난한 길을 택했을까”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글 윤다함 기자
  • 승인 2013.07.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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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춤 여정 돌아보는 『모난 삶에 호통치지 마라』 출간

     김종덕 창작춤집단木 대표가 춤 입문 25주년을 기념해 <모난 삶에 호통치지마라.>를 출간했다. 지금껏 김 대표가 걸어온 춤 인생을 되짚으며 정리하기 위해 그의 일상과 예술세계를 모아 묶은 이번 책은 그가 직접 쓴 시와 수필, 작품평가, 인터뷰, 대담 등을 담고 있다. 개인으로서의 삶과 춤꾼으로서 내딛은 발걸음이 어떤 족적을 남겼으며, 어떤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 모색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현자 교수 문하에서 동양사상에 대한 탐구와 예술적 역량을 키워 현재 한국창작무용 부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안무가 중 한 사람으로, 한국인의 정서를 현재적으로 채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무용을 뿐만 아니라 인접분야와 다양한 공동 작업을 통해 예술성과 대중성을 주목받는 안무가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는 18일 저녁 7시30분 성암아트홀에서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주최·주관하고 김 대표가 기획 및 출연하는 ‘Talk & Dance - 이야기가 있는 춤’이 관객과 함께 한다.

     김 대표를 비롯해 김평호, 박시종, 정란 등 중견무용가 4인의 무대와 그들의 은밀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를 통해 무용가들의 속내와 작품의도를 그들에게서 직접 듣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어 작품의 이해와 몰입이 배가 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춤꾼으로 걸어온 김 대표를 만나 책 출간과 더불어 ‘이야기가 있는 춤’ 공연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창작춤집단 木 예술감독 / 한양대 강의교수 / (사)한국춤협회 이사 / 서울국제무용콩쿨 이사 △서울시립무용단원 /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겸임교수 역임 /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장학생(1991-1993) △대한민국무용대상 솔로&듀엣 부문 Best 5 / 제1회 전국차세대안무가전 최우수상 / 제11회 KBS 무용콩쿨창작부문 은상 등 수상 △대표작 <사계> <아빠의 청춘> <제망매가> 등 다수

-춤 인생 25주년을 맞이해 <모난 삶에 호통치지마라.>를 출간했다. 소회 한 말씀 부탁한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계산해보니 25년이 됐더라. 내가 원해서 해온 일이 어느덧 스물다섯 해라는 고난의 시간을 거쳐 왔다. 터닝 포인트처럼 지금쯤은 날 되돌아보며 정리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하겠다고 미루다보면 자료가 너무나 방대해져서 힘들어질 것 같아서….(웃음) 이 나이가 됐으면 최소한 내 자신이 발 딛는 곳이 어딘지는 알고 발을 내딛어야 할 것 같았다. 어렸을 땐 실수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관대하지만, 이제는 되돌아갈 곳도,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 앞으로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지나온 세월을 정리해봤다. 그랬더니 이 어려운 길을 어떻게 25년씩이나 버텼나 생각이 들더라.”

-앞으로는 이 험난한 길을 어떻게 헤쳐 나갈 생각인가?
“내가 계획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책 <모난 삶에 호통치지마라>를 출간했다. 제목이 지닌 뜻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억이 투영된 제목이다. 우리 집안은 남자가 감히 춤이나 예능을 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가족들 몰래 춤을 시작해 집으로부터 어떤 지원이나 도움도 받지 못했으며, 공부 외에 다른 재능을 많이 지닌 나는 전교 1등하는 형과 비교당하면서 돌연변이 취급을 당하곤 했으며, 아버지께서는 내가 춤을 춘다는 것조차 모르는 상태로 돌아가셨다. 대부분의 부모님들께서는 모범생을 기준으로 정해 두고 자식들에게 그렇게 되길 바라며 강요한다. 아이가 부모님께서 정해 놓은 기준에서 벗어나면 혼내려고만 하는데, 오히려 스스로를 깨우칠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할 뿐만 아니라 재능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목을 지었다.”

-책이 마치 화보집 같기도 하고, 문학서적 같기도 하다. 수필과 자작시가 많이 수록돼 있던데.
“고등학생 때부터 쓴 습작 같은 시와 수필들이며, 대부분 잡지사와 일간지에 게재됐었던 글들을 묶어서 내놓은 것들이다.”

-책에는 지금껏 걸어온 25년 춤 인생이 담겨있다. 진솔한 이야기가 한편으로는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하더라.
“내 모든 걸 너무도 솔직하게 드러내 벌거벗은 느낌이다.(웃음) 부유하진 않았지만 남에게 동정을 구하거나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살진 않았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내가 애처로워 보이더라. 모든 걸 드러내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Goodbye Mam> 무대 위의 김 대표.

-어떻게 보면, 열심히 살았지만 무용으로는 이렇게 밖에 못 산다는 것에 회의가 든 적은 없었나?
“실제로 나도 책에 그렇게 써놓기도 했다. 지금껏 고군분투하고 살아왔지만 아무도 그 성과를 축하해주지 않는다고 말이다. 체념인지 자조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런 내 삶에 큰 불만은 없다. 내가 좋아서 뛰어든 일이었고, 그래서 책임감을 갖고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춤 외에 다른 걸 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버려 당혹스러웠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일에 후회는 없다.”

-지난달 20일 출판기념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감회가 어떤가?
“난 하나의 일에 몰두하면 지난 일은 곧바로 잊어버리곤 한다. 다가오는 18일 ‘Talk & Dance - 이야기가 있는 춤’ 공연을 준비하느라 출판기념회 겸 공연은 옛일처럼 아득하다.
세상에 내 자신을 대변해줄 수 있는 책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춤과 함께한 내 삶이 치열했음을 돌이켜볼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적어도 헛된 삶을 살진 않았구나 싶다. 또한 감사해야할 분이 참으로 많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동안 이끌어주셨던 스승님을 비롯해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 분들, 후원을 자처해주신 분들을 통해 내가 혼자가 아니란 걸 실감하는 자리였다. 앞으로도 더욱 더 춤추는 삶에 만족하며 살아갈 것이다.”

-공연을 본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신작 <Goodbye Mam>은 나프탈렌을 통해 연상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반추하며 쓴 글을 내레이션을 통해 이미지를 명징하게 하려고 노력한 작품이었는데, 내 글과 목소리에 춤을 더하니 감정이 복받쳤다. 이날 참석해주신 한 원로께서는 평생 수많은 공연을 봐왔지만, 자신을 포함해 관객 전부를 울린 작품은 처음이라고 회고하셨다.”

-본지가 주최·주관하는 춤 공연 ‘Talk & Dance - 이야기가 있는 춤’이 오는 18일 성암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공연 역시 기획을 맡았는데, 공연 소개를 부탁한다.
“누구나 관음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리얼 예능’이 유행하듯 포장되지 않은 진실을 엿보는 쾌감이 있지 않나. 관객들이 왜 춤을 어려워하는지 생각해보니, 무용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추는지, 어떤 뜻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란 결론이 나왔다. 무용가와 관객이 교감한다면 작품의 밀도 또한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관객은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감정이입이 훨씬 수월해지고 말이다.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무대,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연장을 콘셉트로 해 기획했다. 지난해 신예무용가들 4명과 함께 해 관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이번에는 중견무용가 4명과 함께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품마다 호평이 이어지곤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또 본인의 작품에 대해 자평한다면?
“또래 나이에 나 정도의 체격을 지닌 남성무용수들이 별로 없었다. 체격이 좋아 발레나 현대무용 제의도 많이 받았지만, 내 안에는 짙은 한국인 정서가 강하게 이식되어 있다고 느끼곤 했다. 그걸 오늘날의 작품과 연관시키기 위해 현대무용도 배우고, 연출, 조명, 미학, 철학, 의상학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다. 이런 무형의 자산이 축적돼 좋은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전통춤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나는 내 춤을 컨탬포러리 댄스라고 부른다. 무용수들을 전공이나 분야를 가리지 않고 캐스팅하는 등 가끔은 급진적이라거나, 현대무용보다 더 현대적이란 평을 들을 때도 있을 정도이다. 모형으로 박제된 문화가 아니라 현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말로 들리기에 기분이 나쁘지 않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달라.
“앞으로 이 시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그들이 꿈꾸는 일탈, 혹은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전문적이거나 장황한 얘기가 아니라 소박하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일은 안무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데, 안무를 시작한 초창기에는 정치, 이념, 전쟁, 환경, 기아 등 내 춤 주제가 좀 거창했다. 그런데 한 5년 전부터 주변 얘기를 하고 있더라. 나조차도 이해 못하는 어려운 얘기를 주제로 춤을 추는 건 감정이입도 안 되고, 진정성이 결여되어 관객도 감동을 받지 못한다. 앞으로도 내 사소한 이야기를 이미지 형상화시켜 즐겁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내 의도를 관객에게 전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