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김종덕의〈Goodbye Mam〉
[공연리뷰]김종덕의〈Goodbye Mam〉
  • 인순환 객원기자
  • 승인 2013.07.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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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삶에 호통치지 마라’기념공연, 관객을 울리다.

무용인의 삶, 그 자체가 예술이라는 무용가 김종덕의  무대를 보았다.

 지난 달 20일 성암아트홀에서 열린 공연은 그의 첫 저서  <모난 삶에 호통치지마라>출판을 기념한 무대였다.

 그의 저서에는 자작시, 기고문, 그의 작품에 대한 평론가의 글, 매체인터뷰와 석 박사논문 등이 실려있다.

이날 공연은 사회자의 책과 공연 소개, 시낭송, 춤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유쾌하게, 한편에서는 가슴 먹먹한 눈물을 머금게 했다. 

특히 김종덕의 < Goodbye Mam>은 공연 때문에 부모님의 임종도 못 지킨 불효자의 절절한 회한이 가득했다.

연혜정의 <능소화>를 시작으로 김성옥 시인의 자작시 <백비> 낭송과 공연에 이어 김종덕의 무대가 시작됐다.

직접 낭송, 녹음한  자작시가  음악처럼  흘러나오자  그는 두 번의 종을 울리고 무대안쪽에 촛불을 향처럼 헌향했다.

그는 무대가 좁은 듯 온 무대를 휘젓는 춤사위를 보여주다 실신하듯 쓰러진다.

옷장을 열었을 때 나는 나프탈린 냄새가 사소한 것 같은 그 순간에도, 정갈한 어머니의 향수를 느끼던 늦둥이 막내아들은 억만 겁 세월이 가도 못다 할 업보에 대해 온 몸으로 용서를 빈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가슴 치며 얼굴 감싸고 괴로워하다 통곡하는 그런 순간이 있다. 바로 김종덕의 무대가 그랬다.

무대를 휘돌며 간절한 몸부림인 듯한 춤사위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때 암전이 되었다가 다시 한줄기 빚이 그에게만 비쳐졌다. 무대 벽에는 큰 원이 나타났고 그 안에 그가 가득 차있었다. 한걸음씩 무대 벽으로 다가 갈수록 그림자는 점점 작아졌다. 그렇게 어머니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 이라고 했지만 사실 나이 들수록 우주 속에서 점점 작아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동작하나 하나의 떨림이 그대로 객석에 전해와 감전되 듯 전율했다. 한마디로 무대와 객석이 똑같이 감정이입 상태로 몰입되는 흔치 않은 무대였다. 객석 이곳저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고, 마지막 무대정리를 위해 나온 사회자도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온갖 상념과 함께 마음을 제 멋대로 흔들어 놓고’라는 그의 책속의 시 구절처럼 무대 위에서도 다시 한 번 그의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는 것 같은 공연이었다. 영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진도의 씻김굿이나 제석굿처럼 의식을 치르듯 정성을 다해 어머님과 관객에게 온전히 바쳐진 무대였다.

저서에 보니 영혼의 생명력에 더 강한 애착을 느낀다며 아버지 탈상 때는 ‘꼭두의 눈물’이라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는데 이번 무대도 진혼곡을 듣듯이 숙연 했다. 부모 없이 세상에 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윗세대와 현재 우리자신 그리고 미래의 후손까지도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묵직한 무대였다. 

책 또한, 가리고 싶은 것이나 살짝 포장을 하고 싶은 것도 있을 법 한데, 그의 글에는 너무 솔직한 인생이 그대로 들어있어 무대만큼 감동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미술전시를 보며 얻는 영감, 박물관에서 느끼는 역사, 여행에서 보는 건축의 웅장함 등 때로는 밤새워 읽는 책, 어느 곳에서나 영감을 얻는다는 김종덕의 작품은 그렇게 탄탄한 기반위에 다져진 공연이었다. 

이 무대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서울문화투데이가 주최 주관하는 Talk & Dance '4색4인‘으로 중견무용가 김평호, 박시종, 정란 등 세 명이 더 합류해  김종덕과 네 명이 한 무대에서 그들의 무대 뒤의 이야기와 춤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오는 18일 오후 7시 30분에 같은 장소(성암 아트홀) 에서 있다.  (문의:070-8244-5114/02-543-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