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Talk & Dance - 이야기가 있는 춤
[공연리뷰] Talk & Dance - 이야기가 있는 춤
  • 김인아 기자
  • 승인 2013.07.2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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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춤 공연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 무대

관객과의 소통은 무용공연이 갖는 난제로 춤 대중화와 맞물려 무용계의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그간 발레나 현대무용은 해설이 있는 공연, 안무가와의 대화와 같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관객과의 거리를 좁혀왔으나 한국무용만큼은 관객과의 소통에 물꼬를 틀만한 기획공연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에 자리한 성암아트홀에서는 이례적이기에 더욱 값진 한국춤 공연이 열렸다. 중견무용가 4인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와 함께 그들의 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춤판 ‘Talk & Dance - 이야기가 있는 춤’이 바로 그것.

▲ 춤공연에 앞서 토크를 통해 김평호, 정란, 박시종, 김종덕 4명의 무용가의 숨겨진 끼와 공연 에피소드 등으로 관객들과 무대의 거리를 한층 가깝게 했다.

서울문화투데이의 기획으로 사과나무미디어가 주최·주관한 이번 공연은 무용가와 관객의 친근한 토크와 한국춤이 한데 어우러져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콘서트형식의 춤판이었다.

이번 공연은 기획자인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대표가 사회를 맡아 중견 한국무용가 4인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김평호(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 정란(목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 박시종(청주대학교 겸임교수), 김종덕(창작춤집단 木 대표)가 무대 위에 자리해 자연스럽게 토크가 이어졌다. 한 무용가가 다음 무용가를 릴레이방식으로 소개하면서 시작된 토크는 칭찬과 격려, 조언과 바람이 진솔하게 묻어났다.

이어 4인의 중견무용가들은 관객의 이해를 돕고자 각자의 작품을 설명했고, 춤 인생에서 잊지 못할 재미난 에피소드와 애로사항도 풀어냈다. 마치 TV토크쇼의 한 장면과도 같았던 4인 무용가와의 유쾌한 토크는 객석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국무용의 대가(大家) 국수호 , 박재희, 채향순 선생이 객석에 자리해 무대에 오르는 제자 무용가와 사제간의 훈훈한 정이 연출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관객의 질문에 무용가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친근하고 편안한 소통의 장을 이뤄냈다.

이날 춤판에서는 우연하게도 전통춤과 창작춤이 각각 같은 모티브를 띈 작품이 선정돼 무대에 올려졌다. 김평호와 정란은 국수호류의 전통춤을, 박시종과 김종덕은 작고(作故)한 아버지, 어머니를 기리고 그 마음을 담은 창작춤을 선보였다.

▲ (왼쪽부터) 김평호의 '입춤', 정란의 '장한가'

김평호는 전통춤의 근간이자 한국춤의 기본인 입춤을 가무일체로 표현한 ‘국수호류 입춤’을 춤추었다. 땅으로부터 깊게 끌어올린 호흡을 끝까지 놓지 않고 손의 사위, 발 디딤새에 담아 가락을 잡고 풀어나가는 도입부가 매우 인상적이다. 굿거리, 자진모리 등 가장 기본이 되는 장단 구성으로 이뤄진 입춤은 춤판이 진행될수록 무대의 사방을 고루 이용하며 춤사위가 크고 웅장해진다. 기교적이고 와류(渦流)적인 느낌보다는 진중하고 묵직하게 펼쳐지는 강한 춤사위의 느낌을 받는다. 무용가 김평호는 2011년 청주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로 위촉된 이래, 지난 2년의 임기 동안 기획 및 안무에서 역량을 발휘하며 무용단의 든든한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4월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로 재임된 바 있다.

정란의 무대는 풍류를 즐겼던 선비들의 모습을 담은 한량춤을 안무가 국수호 선생이 새로이 무대화한 ‘장한가’이다. 남성의 춤 ‘장한가’를 국수호 선생이 직접 여무(女舞)로 재구성하여 정란에게 전수했으며, 재구성된 이 춤은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선보여졌다. 앞선 토크에서 정란은 “‘장한가’를 춤출 때 오른손에 들어야 할 부채를 구하지 못했었다. 공연 당일 국수호 선생께서 손수 그림과 존함을 넣은 부채를 주시어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하며 감사와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하얀 저고리와 보라빛 치마를 입고 들어선 무용수의 손 끝에 산수화가 멋들어지게 그려진 커다란 부채가 들려있고 그것을 펴고 접는 춤사위, 팔을 뿌리고 거두는 동작 하나하나에 진중한 호흡이 실어졌다. 탄탄한 발 디딤새와 과감한 손 매무새가 많았던 기존 작품에서 남성의 호방함을 덜어내고 여성의 섬세함을 더하여 어우른 춤사위가 매우 인상적이다. 동작이 시원스럽게 펼쳐지지만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선이 가미되어있어 작품의 고상함이 더욱 돋보인다. 6세에 무용에 입문하여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무용가 정란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목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로 활동하며 목포지역의 예술춤 활성화 및 무용단의 위상정립에 기여해오고 있다.

▲ 박시종의 '가시었다.', 김종덕의 'Goodbye mam'

박시종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사부곡으로 노래했던 ‘바람의 緣(연)’을 솔로로 재구성한 작품 ‘가시었다.’를 춤추었다. 이 작품은 올해 한국무용제전에서 선보인 ‘나비꽃 한 쌍’과 비슷한 도입부를 가진다. 흰 종이꽃을 든 무용수가 등장해 무대중앙에 흰 종이꽃을 두고 사라지는 장면을 시작으로 안무자가 입은 삼베옷과 같은 상징적 장치가 제의성(祭儀性)을 강하게 만들며 작품의 무게를 더한다. 안무자는 특유의 여성적 감성과 짙은 시적 서정성을 놓치지 않고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깊은 호흡으로 섬세한 움직임을 그려낸다. 허공을 바라보는 시선은 공허함을 담았고 아버지를 보내는 슬픔과 회한의 감정은 일관된 흐름으로 극진하게 표출된다. 무용가 박시종은 전 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로, 현재 청주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작품 '나와 나타샤와 시인'으로 제33회 서울무용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종덕은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바치는 창작춤 ‘Goodbye Mam’을 무대에 올렸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도, 49제를 참석하지도 못한 불효자의 회한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독특하게도 안무자가 직접 녹음한 일기체(日記體)의 나레이션이 배경음악을 대신해 도입부에서부터 중간중간 흘러나온다. 담담한 어투로 일관된 나레이션과 대조적으로 비통하고 먹먹한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춤사위가 돋보인다. 핀 조명 아래 우두커니 서있는 김종덕은 가슴을 몇 번 두드리더니 손등을 손바닥에 마주치는 제스쳐를 반복하며 어머니의 부재를 비로소 실감하는 듯 사무치는 그리움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긴 호흡과 분절적으로 뱉어내는 호흡, 간결한 동작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안무자의 심리적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출하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었다. 무용가 김종덕은 창작춤집단 木의 대표로 한양대에 출강하고 있으며 지난해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무용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이 환호하는 모습

‘Talk & Dance - 이야기가 있는 춤’은 무용가의 이야기를 토크 진행방식을 통해 솔직하고 정감있게 풀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뿐만 아니라 중견무용가 4인의 전통춤 및 창작춤을 한자리에 모아 각 춤판을 차별화시킨 점은 한국춤이 관객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실험해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춤의 깊은 호흡은 작은 규모의 공연장에서 더욱 생생히 전달되게 마련이다. 올해부터 무용공연을 부쩍 늘려 무용과 관객과의 활발한 만남을 이끌어오고 있는 성암아트홀은 200석에 달하는 크지 않은 규모로 무용가와 관객의 긴밀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관객은 춤꾼의 기량과 감정을 바로 눈 앞에서 감지하고, 춤꾼은 관객의 반응을 그 즉시 느껴 다시 관객에게 춤으로 화답했다. 더불어 이색적인 토크 진행방식, 작품구성의 기획력까지 한국춤의 이 같은 시도는 관객과 무용가의 소통에 있어 매우 긍정적 현상이다. ‘Talk & Dance - 이야기가 있는 춤’의 공연이 한국춤 공연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관객리뷰]

입체적인 예술작품의 움직임

4인 4색의 춤이야말로  숨을 쉴수 없었다.  난 우리춤을 하나도 모른다. 국악도 완전히 모른다. 내게는 아주 큰 한도 없고  예술세계의 극악무도한 괴로움도 없으며 나야말로 먼길 가신분들에 대한 그리움도 잊고 살았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여러 감정  극히 일부라는것에 비탄하며 이러한 다양한 자극이 나에겐 창작의 그무엇을 터치해주는 감성적 기회가 되지않나 생각해본다.
그저 춤으로만 보이지 않았고 '입체적인 예술작품의 움직임'이라 감히 평하고 싶다.  작품을 보는 각도는 빛에 따라 입체적으로 돌려봐야 한다는 어느 감독님말에 동감을 하는 한사람으로  오늘 작품4개는 빛에 따라 새로운 작품으로 변하고 다시 변한다. 때론 그 빛이 없어질때도 공간속을 채우는 절대적인 강렬함이 생성된다.
섬세한 선과 획으로 처리되는 다양한 4개 작품들. 그들의 움직임을 시간속에 머무는 음악이  대신할수 없었고. 공간속에 머무는 미술이 대신할수 없었다.
전통춤은 그 떨림이 너무 깊었다.
공연을 마치고 수고하셨다는 이 한마디밖에 할수없음이 내 무지함을 드러내고 컨템포러리를 은근히 뽑아내는 김종덕교수의 춤세계는 내가 오래전 잊었던 모태에 대한 그리움을 만나게했고 그것을 뛰넘는 찬란함을 만났다. 명작은 괜한 명작이 아니다.
유승현(도예작가)

토크엔 웃음. 춤에는 눈물과 사무친 그리움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네분의 무대는 참으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몸으로 그런 이야기를 써내려 갈 수 있다는것에 대한 감탄과. 선생님들이 열정에 큰 감명을 받음과 동시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선생님들이 관람객과 함께하는 토크와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이 애절하게 묻어나는 공연. 토크엔 웃음이 있었고, 그 춤에는 많은 이야기와 눈물 그리고 사무친 그리움이 있었습니다. 춤사위 하나의 몸짓마다 사무친 그리움의 애절함이 묻어나 가슴으로 한없이 울었습니다. 또한 선생님들의 부모님은 행복 하시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춤으로 부모님을 그리워 하는 맘을 전하시는 모습에 부모님도 자식이 자랑스러워 덩달아 춤추고 계신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유진성(회사원)

한국춤의 혼 제대로 보여줘

한국 전통무용 공연은 영혼의 떨림까지 그대로 피부로 숨 내쉬며 한국 춤의 혼을 제대로 보여 주었다. 마지막 한양대 김종덕 교수의 창작춤은 최대한 절제된 몸동작과 간결한 표현으로 단지 손바닥, 손등을 통해 돌아가신 어머니의 넋을 기렸고 지옥의 18층과 이별에 대한 인간 궁극의 비애, 그리고 천명의 순응을 잔혹하도록 보여주었다.
그렇다, 그건 잔혹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부터 숨 멎게 하였으며 끝까지 관객의 혼백을 비틀어 쥐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딱딱한 형식을 탈피 즉석에서의 토크(재담才談)까지 진행 되었는데 청주시립무용단 김평호 예술감독의 전남 고흥 소리가 예고 없이 무대를 누볐고굵은 남자의 저음에서부터 흐느끼듯 객석 틈새를 비집든 노이즈(잔떨림)까지 한국전통의 건강한 풍류를 유감없이 불살랐다.
곱고도 멋스럽게 등장한 목포시립무용단 정란 예술감독의 여인의 가녀린 몸으로도 억세고 억센 저승길 회한을 소리없이 울부짖었던 청주대 박시종 교수의 심로心路를 더해 한국 전통 춤의 정상을 보여준 이번 무대에 아낌없는 박수와 경의를 표한다.
송진수(자영업)

심리적으로 가까워진 무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꾸며진 무대!
스토리가 나와 춤 사이를 친근하게...이야기가 있으니 예술이 나에게 이웃처럼 다가왔어요. 물리적 심리적 가까움 때문일까? 춤이란 엄청난 자기 절제와 숙련을 요구하는 작업이라는 것이 더 잘 체험되었습니다.
goodbye mom. 창작춤집단 목 대표이신 김종덕 교수의 문학적 감성과 단련된 몸사위... 예술은 감성의 작업이자 끝없는 숙련의 과정...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정갈한 살림솜씨로 비유한 감수성에 눈이 가는 무대였습니다.
정란 목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의 힘있는 춤, 박시종 청주대 공연예술학부 교수의 가시었다, 김평호 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입춤 한국무용의 힘과 고요, 깊은 정한이 펼쳐졌어요. 춤 뿐이 아니라 종이와 같이 나부끼는 우리 옷의 아름다움도 눈에 밟혔습니다.
이은영 대표님의 사회도 멋졌습니다.
변신원(교수)

* 본 리뷰는 SNS를 통해 쓰여진 리뷰 중 발췌해 실었음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