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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및 장신구를 비롯해 관련 문화상품을 제조하는 ‘찬란’을 운영하고 있다. 이름에서 자신감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소개 부탁한다.
“한복을 주제로 대중들에게 어떻게 하면 각인시키고, 자각하게 해줄까를 연구하며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전에는 10여 년간 재단을 통해 한복의 세계화 및 대중화에 힘써왔지만, 오히려 자금이나 활동 반경에 제약이 있었던 것 같다. 또한 한복 관련 종사자들이 생활이 어렵다보니 덩달아 한복 또한 침체기를 맞는 등 그런 점들이 너무 아쉬워서 내 갈 길을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보급해야겠단 생각에 올해부터 ‘찬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찬란이란 단어는 빛남과 아름다움이 정점을 이룰 때 허락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은 찬란하지만, 전통이 찬란한 빛을 받기 위해선 끊임없이 노력하고 최대결과물을 유지해야 그 찬란함을 잃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내 자신에게 도전하는 계기와 긴장감을 주기 위해 ‘찬란’이란 이름을 짓게 됐는데, 이게 ‘챌린지’(challenge)와 비슷하게 들리지 않나?(웃음)”
-기존 상품을 재해석해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제작하고 있다. 소개해 달라.
“LED광섬유를 접목해 한복과 한복장신구를 만들었는데, 한복에 쓰이는 금박의 역할을 LED가 한다고 보면 된다. 쇼나 행사장에서 보면 요란한 조명으로 한복의 화려함이 죽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때 LED광섬유가 접목된 말기 자수띠 등을 통해 보다 더 주목을 끌 수 있으며, 감동을 더할 수 있다. 전통과 기술의 멋진 만남 아닌가. 또한 일반 와인커버는 흔하지만, 우리가 재해석한 와인커버는 한복 모양으로, LED로 불빛이 들어오며 음성이나 음악도 넣을 수 있게 해 상품의 가치를 높였다. 특히 전통주에 씌우면 한복 모양과 어우러져 구매욕구를 높이거나 선물용으로도 적합하게 된다. 더불어 공연장이나 행사장 테이블 위 와인병 장식용으로도 좋다. 전통 관련 종사자들이 기법과 전통에만 집중하게 마련인데, 그러면 갇혀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전통을 자꾸 세상 앞에 끌어내야 한다.”
-오는 9월 20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제11회 한미축제(KORUS)가 열린다. 축제에서 한복패션쇼와 무용이 접목된 행사를 기획했는데, 소개 부탁한다.
“행사, 기념품 판매 등을 통해 우리 문화를 알리고, 즐기게끔 하는 장이다. 이번 패션쇼에는 김영석 한복디자이너를 초청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및 지난 5월 방미 때 입었던 한복 모두 김영석 디자이너가 지은 거다. 특히 이번 패션쇼는 우리 춤과 함께 진행되는데, 아름다운 우리 옷을 무용가들이 현대적으로 풀어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패션쇼와 함께 우리 춤을 통해 표현하는 한복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미국, 프랑스, 파키스탄,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한복패션쇼를 기획하고 개최했다. 한복패션쇼가 어떤 방향으로 기획돼야 된다고 생각하나?
“다들 한복이 예복 정도로나, 환갑잔치 때 입는 것 정도로만 생각하는데, 계속 강조하듯이 한복은 옷이다. 즉, 많은 이들이 입도록 해야 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패션쇼가 자극제, 동기부여가 돼 보는 이로 하여금 입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등을 접목시키고 있으며, 이는 문화상품과 연계된다. 특히 해외에서 개최할 때엔 나라마다 성향을 달리 해 기획해야 한다. 입고자 하는 욕구를 끊임없이 유발하게끔 하는 게 목적이다.”
-한복패션쇼뿐만 아니라 여러 콘텐츠가 어우러진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문화기획자로도 활동 중이다.
“무용가, 미술가, 도예가와 일하거나 심지어 자동차 런칭쇼를 한 적도 있다. 옷에만 치중하지 않고, 우리 전통 문화를 중심으로 여러 장르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것 역시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조명작가가 전시를 한다고 해서 한복의 소재와 접목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출하기도 하고, 현대무용작품이지만 한복의 느낌이 묻어나는 의상을 통해 공연예술에서도 우리 한복을 노출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어떻게 해서든 기회를 만들어 한복과 여러 분야 간의 융합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한복의 현대적인 주소를 찾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한복 여기저기서 자주 접함으로써 익숙하게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다. 고루하거나 어려운 한복이 아니라 멋지고 모던한 한복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한복은 지켜야할 우리 전통 의복이라기보다는 불편하고 번거롭다고 여겨지곤 하는데, 한복만이 지닌 장점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한복이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각광받는 다는 걸 알고 있나? 우리나라에서는 고루하다고, 불편하다고 멀리하지만, 해외에서는 패션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 전통 정서를 대변하고, 우리의 뿌리가 담겨있는 한복은 그 자체로 우리만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켜 나가야할 이유가 충분하다. 불편함이 그보다 앞서나가선 안 된다. 또한 세계인들이 봐도 누구나 아름답다고 말할 만큼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품위를 드러낼 수 있는 옷으로는 가장 적합하지 않나 생각한다. 원하는 색의 조합으로 개성도 챙기고, 체형커버까지 기대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나. 앞으로 많은 이들이 한복을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입길 바라며, 더불어 주변에서도 포용력 있게 받아줬으면 한다.”
-대체적으로 한복은 특별한 행사나 의식이 행해질 때 입는 예복의 성격이 강하다. 평상복으로서의 한복이 자리 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복도 패션이라고 보면 된다. 생활한복, 개량한복 등 굳이 그런 말을 사용해 한복을 저급화할 필요가 없다. 요즘 여성들이 많이 착용하는 블라우스, 셔츠 등은 서양패턴의 양장이긴 하지만 소재를 모시, 삼베, 춘포 등 우리 전통 소재로 만들어 한복적인 요소를 더할 수도 있겠다. 또는 신소재 등 서양원단으로 한복을 만들 수도 있고 말이다. 앞서 말했듯 따라올 수 없는 한복만의 기품을 좋아하는 이들도 한복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재에 있다. 소재만 현대적으로 바뀌어도 그 점을 훨씬 완화시킬 수 있으며, 반대로 한복의 소재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현대 옷에 접목해 색다른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
-부군이 신언 前주파키스탄 대사이다. 세계 대사 내외 등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았을 텐데, 그들이 한복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어땠나?
“한복에 대한 감탄과 극찬은 우리의 기대와 상상을 초월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복의 아우라와 카리스마는 어떤 옷보다도 강하고 멋지다. 행사 때마다 난 꼭 한복을 입고 참석하곤 했다. 언젠가 대사 부인들이 자국의 전통의복을 입고 참석하는 파티가 있었는데, 기자들이 한복을 입은 내게만 관심을 가져 곤혹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신문에도 한복을 입었던 나만 사진이 실려 괜스레 미안했다. 이렇듯 한복은 어딜 가나 주목과 찬사를 받는다. 어떤 이는 한복을 보고, ‘한국이 빠르게 경제 성장한 나라인줄로만 알았더니, 그 근간에는 있는 이런 섬세한 수공업을 이루는 손끝의 힘이 현대적인 기술로까지 이어진 걸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복의 화려한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우리의 정서와 정신까지 인식하게끔 해주는 기회를 제공하는 거다.”
“원래 나는 현대의상을 공부했고, 한복은 수업시간에 잠깐 자료만 습득한 정도였다.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웃음) 첫 관심은 남편 덕분에 가지게 됐는데, 남편과 함께 대외적인 행사에 참가할 때부터 한복을 입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들어진들 현대 패션을 입고 세계에 나서면 다들 아류로 밖에 봐주지 않는다. 한복을 입고 나가자 그 색감과 배색에 감탄하며 대사 부인들이 모두 반하더라. 그때 난 한복을 통해 진정한 ‘패션인’으로 거듭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내가 문화적으로 기여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전통과 모더니즘으로 풀어나가고자 뛰어들게 된 거다.”
-대사 부인으로서 해외에 있는 시간이 많아 재단사업 활동이 어렵지는 않았나?
“그보다 공직자의 아내란 입장에서 제약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내 인적 네트워크가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인터넷과 기술발달로 내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다른 대사 부인들과 교류하며 피드백이나 조언을 받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 이런 게 ‘민간외교’가 아닐까 생각도 들더라.(웃음)”
-부군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 같은데.
“실은 전통 관련 사업이 사양 산업으로 가게 되면서 나도 지치고 그만 두고 싶을 때가 있었다. 특히 올해에는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안식년처럼 쉬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이 정부 사업들을 알아봐주며 지원해보라고 용기를 줬다. 때로는 날 야단치면서 끝까지 포기 못하게 잡아주기도 했다. 남편 덕분에 한국여성벤처협회를 알게 돼 들어오게 됐다. 국가 지원비가 있지만 사비 또한 1천여 만 원 들어가는데, 이것도 남편이 도와줬다. 현재는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로 있으니 기업채널을 가진 나만의 자문위원으로 써먹고 있다.(웃음) 남편 없이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내 든든한 버팀목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꿈은 무엇인가?
“내 마지막 목표는 ‘찬란’이란 이름으로 토탈문화브랜드사업을 펼치는 거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토탈문화브랜드를 만들어 뉴욕 등 세계에 브랜드 빌딩을 세우고 싶다. 그곳에 가면 한국적인 모든 것들을 다 만날 수 있도록. ‘찬란’이 해외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