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 - 100] 짜장면박물관
[박물관기행 - 100] 짜장면박물관
  • 이정진 Museum Traveler
  • 승인 2013.08.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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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었던 상징적 아이콘

인천 차이나타운은 개항 후 1884년 청국조계지(淸國租界地)가 설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대한민국 근 현대사의 편린이다. 화교들에 의해 생겨난 음식점들은 1920년부터 항구를 통한 무역이 성행하면서 근처 부두 근로자들이 값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안해 내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짜장면이다. 짜장면은 중국된장인 미옌장(甛麵醬)을 비벼 먹는 작장면(炸醬麵)과 달리 달콤한 캐러멜을 첨가하고 물기를 적당히 유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점차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진화되어 곧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짜장면이 최초로 판매된 곳은 공화춘(共和春)이다. 공화춘이 인천 차이나타운에 문을 열게 된 것은 1908년으로 중국 산동지역 출신인 우희광(于希光, 1886~1949) 선생이 22살 산동회관(山東會館)이란 이름으로 첫 영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당시 산동회관은 단순한 중국요리점이 아니라 개항장이었던 인천항을 오가는 각국의 무역상들이 기거하는 중국의 객잔 성격의 공간이었다. 산동회관이 공화춘으로 이름을 바꾼 계기는 1911년 1월 15일 청나라가 중화민국으로 바뀌면서, ‘아시아 최초로 공화국이 됐으니 매우 기쁜 일이며, 봄이란 한 해의 시작이고, 청춘의 활기와 희망을 담고 있다.’는 의미를 담아 개칭한 것이다. 그 후 공화춘은 차이나타운을 대표하는 중국 요리집으로 호황을 누렸으나 화교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정부의 정책에 밀려 1983년 폐업하고 말았다. 

공화춘은 중국 산동지방의 장인이 참여하여 지은 중정형(中庭型)의 중국식 건축물로 2개 층(약 230㎡)으로 되어있다. 외부는 벽돌로 마감하고 내부는 다양한 문양과 붉은색을 사용하여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세부구조는 눈‘목(目)’자형으로 앞뒤에 일(一)자형 구조물이 있고 그 사이 공간에 4개의 건축물이 연결된 것이 주된 특징이다. 1층 기단부는 화강석을, 2층 창호는 목재 창으로 조성하여 독창적인 특징을 띄고 있다. 이러한 건축적 가치와 역사성을 인정하여 문화재청은 2006년 4월 등록문화재 246호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옛 공화춘은 인천광역시 중구가 2010년 매입하여 짜장면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짜장면박물관으로 2012년 4월 28일 개관하였다.

짜장면박물관 전경

우리나라 국민들의 짜장면에 대한 인식은 아마도 ‘뜻 깊은 날에 먹는 음식’일 것이다. 짜장면은 근대 음식문화의 주요 아이콘임과 동시에 중장년층에겐 향수를 제공하는 음식으로 긴 세월을 함께 해오며 아직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64년, 쌀이 부족했던 시절 정부가 주도하여 실시한 혼?분식 장려운동은 국민들의 식생활을 크게 개선시켰다. 이로 인해 밀가루음식의 수요가 늘자 밀을 활용한 제면업도 크게 발달하였으며 짜장면의 입지 또한 크게 높아지게 되었다. 

짜장면의 전성기는 1970년대로 입학식과 졸업식, 생일에 부모님과 아이들이 손을 잡고 중국집으로 향하는 모습은 이때부터 생긴 외식문화의 한 단편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짜장면의 치솟는 인기는 1990년대까지도 이어졌는데, 1996년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89%가 짜장면을 가장 선호하는 음식으로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근대를 거쳐 현대에 오기까지 사랑받는 짜장면 - 그렇다면 짜장면박물관이 이를 보여주는 방식은 어떠할까?

짜장면박물관 입구

박물관은 2층으로 총 6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기획전시실로 구성되어있어, 짜장면의 역사를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화교의 역사를 통해 본 짜장면의 탄생과 변천사, 개항기 인천항의 노동자를 지칭하는 쿨리와 함께했던 짜장면, 1930년대 공화춘의 접객실을 재현한 모습과 짜장면의 전성기인 1970년대를 거쳐 현대의 짜장면에 이르기까지의 변화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1960년대 공화춘 주방의 모습을 재현한 전시실과 기획전시실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마네킹을 이용한 재현은 짜장면과 관련한 다양한 장면들을 생동감 있게 연출하고 있어 보다 직접적이며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는 관람객들에게 소소한 웃음과 즐거움까지 선사해 준다. 특히 짜장면의 가격 변천사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1960년대 15원, 1970년대 중반 140원, 1980년대 350원, 1990년대 초반 1,300원, 2000년 전후 3,000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4,000~5,000원 정도로 급격히 올라 짜장면의 위상을 대변하고 있다. 과거 짜장면은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오늘날에는 서양음식에 밀리고 있으며 이에 더해 가격마저 크게 올라 서민과 멀어지는 슬픈 면모도 엿볼 수 있어 씁쓸하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2층에서 내려다본 중앙계단, 공화춘의 옛 현판, 상설전시실(2층)

한편 박물관에는 실제 공화춘에서 수습하여 그대로 활용한 유물들 또한 전시되어 있으며, 나무배달통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알루미늄 배달용기에 이르는 철가방의 변천사나, 과거 가격이 한자로 표기된 메뉴판 등은 젊은 층에게는 근대 짜장면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재미를 제공해 준다.

박물관에서 보여주는 짜장면의 대한 다양한 정보는 유익함을 주지만, 음식을 테마로 한 박물관 특유의 향(香)과 먹음직스러운 색감 등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점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국에서 유입되어 토착화 된 음식으로 거듭나 우리 근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_짜장면. 그 찬란했던 모습을 관람객들로 하여금 좀 더 체감적으로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전시와 기획은 앞으로 박물관에서 고민해야할 과제가 아닌가 한다. 

한편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인천 아트플랫폼, 인천 개항박물관, 인천 근대박물관 등이 인접해있어 작은 박물관 타운을 형성하고 있으며, 일대가 근대 건축물이 그대로 숨쉬고 있는 거리의 분위기와 더해 찾는 이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철가방의 진화

 
박물관의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1월1일, 설날 및 추석연휴, 공휴일은 휴관이다.

짜장면박물관(www.icjgss.or.kr/jajangmyeon) 발췌 및 참조
위치_인천광역시 중구 선린동38-1 / 문의_ 032-760-7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