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장] “한국 정체성 담은 창작, 세계에서 인정 받기를…”
[인터뷰 -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장] “한국 정체성 담은 창작, 세계에서 인정 받기를…”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정리 고무정 기자
  • 승인 2013.09.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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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시스템 구성과 관객 저변 확대, 세계성 고려한 유통 경영 시스템 갖출 것

 

지난 7월,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예술감독이 공식 취임했다.

안애순 감독은 국립 현대무용단 개관 이래 두 번째로 부임하는 무용단장으로, 1985년 안애순 무용단 창단 이래 현대무용과 한국전통 미의 조화를 이뤄왔다.

한국의 전통적인 춤사위를 현대무용으로 풀어내며 끊임없는 창작을 하는 그녀는 초기 작품 (정한수1989), (업1990), (씻김1992) 등의 작품으로 한국성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1990년 제12회 서울 무용제에서 (바람의 나라) 뮤지컬 대상을 수상한 그녀는 2007년 제1회 더 뮤지컬 어워즈 안무상까지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1980년대부터 컨템플로리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를 실천해 온 그녀는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아가씨와 건달들’ ‘대장금’ ‘파우스트’ 등 수많은 뮤지컬의 안무에도 참여하였으며, 대중으로부터 소외된 한국 무용계를 이끌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근 안애순 감독 취임 후 첫 번째로 선보이는 공연 ‘11분‘ 개봉을 앞두고, 공연 11분의 의미와 창단 3년차로 중요한 기점을 맞이한 국립현대무용단의 나아갈 길을 물었다.

 

-먼저 취임 축하드린다. 앞으로 예술감독으로서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관객이나 다른 예술 장르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현대무용이 더 밝은 곳으로 나왔으면 한다. 현대무용의 저변 확대가 가장 큰 관건이라 생각한다. 또한 세계성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 시대 한국의 정체성을 담아 창작한 작품들이 세계에서 인정받길 바란다. 이를 통해 우리의 현대 문화를 알렸으면 한다.

-국립현대무용단 창단 3년차인 지금이 중요한 기점이다. 내외부적으로 어떻게 기틀을 마련해 갈 것인지?
제작 시스템의 구성과 관객의 저변 확대, 세계성을 고려한 유통 경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 제작 시스템의 경우 학술, 연구, 출판부를 둬 한국의 철학, 미학 전공자 등 다른 장르의 도움을 받아 세계의 흐름 속에 한국 철학을 발굴해 예술로 구현해내는 부서를 만들고 있다. 또한 다른 무용 관계자와의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제작 감독(드라마 투르기)을 따로 둘 예정이다.
유통과 경영을 위해서는 피디 씨스템으로, 프로젝트마다 맡은 파트의 1년 계획과 마무리를 그 피디에게 맡기려 한다. 지방공연 쪽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지방 공연 담당자를 둘 것이다. 국외의 경우는 그곳에 있을 에이전시와의 연계를 통해 그곳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뚫어보고, 더 적극적인 그 지역 전문인들과의 만남을 추진할 것이다.
연구를 통해 커뮤니티 댄스 공연의 방향성을 찾으면 그 지역에서 현대무용을 체험, 교육하는 커뮤니티 담당하는 그룹도 둘 것이다. 예를 들어 굿에 대한 해석을 할 경우, 그 지역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굿에 대한 설명은 자연스레 춤과 이어질 것이다. 지역공연 전 한 달 정도의  커뮤니티의 홍보는 자연스럽게 공연 티켓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지 않을까.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실험적이고 앞서가는 예술지향 집단인 우리를 찾는 관객은 다양한 문화 경험이 있었으면 한다. 미술 관객과 함께하기 위해 여러 미술관들과 연계하고 있다. 시각예술이 아닌 비시각 예술로 전시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데 이는 무용의 추상성과 결합할 수 있을 듯하다. 무용은 블랙박스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다양한 공간에서의 활동으로 답할 수 있는 기회이다. 동시에 순수미술집단과 동행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무용은 테크닉이 아닌 창작을 가르친다. 몸의 자유로운 표현과 상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어린이 대상 아카데미나 실버 관객을 위한 아카데미 클래스를 가져 대중과 함께할 것이다. 또한 젊은 무용수들도 함께 몸을 푸는 공간으로서 여기(국립현대무용단)를 개방할 것이다. 그렇게 국립현대무용단이라는 장소를 개방해 춤을 배우고자 하는 다양한 연령대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으면 한다. 춤의 행위로 자신의 몸을 움직여 흐름을 알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공간을 개방하겠다는 말이다.

-신구간의 계층과 연령을 아우르는 작품을 올 12월쯤에 하고 싶다하는 말을 했었는데.
한국공연예술센터에 있을 때도 무용계의 어려움은 물론 어머니와 딸, 스승과 제자를 다루는 작업들을 했다. 현대 무용 안무가가 발레를 하고, 한국무용이 현대무용을 하고. 세대나 장르 간에 화합하고 충돌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는데, 오는 12월 일반인 가족을 모아 따뜻한 공연을 생각 중이다.

-프로젝트팀을 장기 계약해서 레퍼토리 공연화 한다 했다.
조금 더 당돌하고 강하게 하는 다양한 형식들이 있어야 한다. 국립 현대 무용단이 안애순 개인의 취향이 아닌 다양한 작가들의 레파토리를 남겼으면 한다. 우리의 창작이 국외에 비해 조금 뒤쳐진 느낌이 있다. 그들(국외)은 끊임없이 문화와 시대, 역사를 반영해 그들의 이야기와 방식을 내놓는 반면 우리는 늘 따라가기 급하고, 어느 시대에 국한되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대무용의 폭을 좀 더 넓히고, 다같이 아우르는 다양성을 지녀야 한다.

-현대화에 있어 대중화는 양날의 칼과 같다. 진정성 있게 춤에 전력하겠다고 말했는데, 현대무용의 딜레마는 대중화되지 않은 부분이 ‘어렵다’ 는 것이다. 대중화와는 사실 상치되는 얘기다. 이를 어찌 풀어갈 것인가?
두 가지 군을 구상하고 있다. 하나는 철학, 세계와 함께 우리가 안고 있는 역사와 사회적 가치를 무용으로 풀어나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춤이 갖는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이다. 요즘 댄스 9, 케이팝 춤과 현대무용이 뭐가 다르냐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현대무용은 겉으로 보이는 춤의 신체성보다 어떤 철학과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이를 구상하고 지휘하는 이를 작가, 안무가라고 한다. 우리는 춤의 유희성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또, 구상에만 훈련되고 추상의 경험이 없어 현대무용을 난해하게 생각하는 분이 너무 많다. 그래서 구상과 추상을 적절히 배합한 레파토리를 생각중이다. 예술적인 군과 대중적인 군의 비율은 70:30 의 비율로 할 것이다.

-댄스9 이라는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바깥에서는 현대 무용을 즐겁게 접하지만 무용계 안에서는 ‘대중성’ 에 대해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의견을 듣고 싶은데.
프로그램에서 현대무용이 다른 춤보다 앞서는 모습이 있다. 이를 통해 현대무용이 많이 홍보 되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서의 현대무용은 신체성만 부각되고 있다. 현대무용은 몸을 통해 건네는 메시지와 그러한 작가 의식이 중요하다. 댄스9은 경쟁 체제의 방송이다. 이는 예술적이고 차별화된 경쟁이 아니라 이기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경쟁이다. 대입을 시작으로 나타나는 경쟁 구도 하의 사회체제에 문제의식을 지니고 반대로 문제를 의식하며, 자아의 독립을 위한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이 현대무용이다. 그러나 되려 그 체제 속에서 춤을 추는 것은 분명 위험한 것이며, 관객은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현대 무용의 정신성 없는 몸성만을 보고 현대무용을 판단하게 될까봐 우려된다.

-11이라는 공연을 앞두고 있다. 5명의 안무가와 작업을 직접 해보니 어떤가?
그들의 다른 언어와 다른 해석을 강조하고 싶다. 예술가의 시각과 해석이 중요하다. 다른 언어, 다른 해석, 다른 생각이 11분이라는 제약 안에서 파울로 코엘료와 잘 만났으면 좋겠다. 5명이 독특한 형식을 지녀서 춤이 강할 것 같다. 보기 드물게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무용이다. 복합적이고 다원적인 것들을 충분히 넣고 싶다. 관객이 세련된 감각으로 보길.

-티켓값 책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소극장에서 춤만 보는 것과는 다른 것이 현대무용이다. 적정가가 책정이 되어야 한다. 국립은 봉사를 해야 한다는 통념 때문에 티켓값을 내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공립으로서 전문적인 부분도 갖춰야 한다.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는 수익 없는 극단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뮤지컬 안무 작업에 참가했었는데, 어땠는가?
예술지향적인 무용이 마치 연구실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를 산업화된 밖으로 내놓았던 계기가 뮤지컬이었다. 동적인 몸과 이야기가 뮤지컬 안무에 반영되었다. 뮤지컬 안무상을 세 번씩이나 받았다. 우리나라 창작을 하는 경우에 다른 나라에 안무 저작권이 있는 것을 공연한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창작을 했다. 폭 넓게 대중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고, 같이 참여하는 것에 큰 의미를 느꼈다.

-한국적인 공연을 많이 했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도 한국성은 버리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전통성과 국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표성과 공공성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굿은 전통임에도 불구하고 포스트 모더니즘의 해체성, 해학성, 퍼포먼스성, 공간과 시간을 넘나드는 특성을 모두 지닌다. 블랙박스를 탈피하고 일상성을 지니는 것이다. 이러한 것에 끊임없이 시선을 두며 무비판적인 서구의 문물이 수입되는 동안 어디로 우리 문화는 가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할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불상과 많은 것을 쓰레기로 만들어야 하는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많이 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본인의 안무의 철학은 무엇이 있을까?
나 자신에게 갇히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컨템플로리의 특성상 하면 할수록 공부할 것과 동시에 부끄러움이 많아진다. 그러나 그런 긴장감이 계속 새로운 것을 하게 된다. 체력이 닿는다면 계속 현대성을 좆고 싶다. 어떤 이들은 남의 것을 좆지 않고 영향도 받지 않으려 하는데 나는 반대의 입장이다. 자신은 예술의 주체자가 아니라 객관으로 나와야 한다. 남과 소통하려면 남의 생각들을 다 읽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는 옛것만 있고 현재진행형이 없다. 끊임없이 만들어가야 한다. 전통에 대한 고민도 미약했지만 근현대를 지나며 만들어낸 우리의 것이 거의 없다. 서양에 가서도 한국은 현대가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동안의 창작은 개인들이 만들어 내는 것에 그쳤다. 이제 현재의 것에, 창작의 중요성과 컨템플로리가 가진 것을 아우르는 작품을 할 때이다.. 그 어느 단체보다도 크고,  다른 범위를 아우를 수 있는 ‘현재진행형 연구소‘ 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