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아리랑 정선골에 모이다
위대한 유산, 아리랑 정선골에 모이다
  • 이현 객원기자
  • 승인 2013.10.0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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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세계 대한민국 아리랑 축전’… 2일~5일까지 정선에서 열려

 

   

옥토에 거름 주고 토종종자 씨 뿌리고

곡식 거둬들이니 천년만년 애국이요

식량주권 이뤄가는 땀젖은 노동위로

가리왕산 함백산 잎새바람 산들 오네

곤드레 나물밥으로 손님맞이 하고서

골지천송천 만나는 아우라지 달뜨고

강바람 산바람 하늘바람 분다

부모형제 하나바람 삼천리서 불어온다

-박금란, 제1회 정선아리랑문학상 창작가사시 당선작 ‘아우라지’에서

‘2013 대한민국 아리랑 대축제, 정선아리랑제’가 2일(수)부터 5일(토)까지 나흘 동안 강원 정선군 정선읍 아라리공원과 장터무대, 아라리촌 등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정선군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 원년을 맞아 대한민국 아리랑을 정선아리랑으로 끌어안아 지구촌 곳곳에 알리겠다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 주제는 ‘위대한 유산, 아리랑의 귀환’.

지난 1976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정선아리랑제’는 지난해 ‘2013년 문화관광축제 유망축제’로 뽑힌 바 있다. 올해는 특히 ‘제1회 세계 대한민국 아리랑 축전’도 함께 펼쳐져 축제를 더욱 살찌우고 있다. 이 축전은 강원도와 정선군이 2018년 평창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열려고 올해 처음 기획한 야심찬 행사다.

강원도와 정선군은 대한민국 전통문화를 지구촌 곳곳으로 알리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축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번 축제에는 이 같은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 내려오는 아리랑 초청공연, 대한민국 창작 아리랑 노래·춤 공연, 우리나라 10개 지역 아리랑 공연팀 초청공연 등 여러 가지 행사를 마련했다.

정선아리랑문학상 시상식을 비롯한 대한민국 아리랑 학자대회, 아리랑 전시회, 아리랑 가사집 발간, 청소년 아리랑 특강 등 아리랑 정체성을 세우고 닦는 문화·학술행사도 올해 처음 열린다. 풍물놀이 경연대회, 다문화 정선아리랑 경창대회는 물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무형문화재 등 여러 장르에서 탁월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가 초청공연도 함께 펼쳐진다.

제1회 정선아리랑문학상… 소설가 유시연, 동화작가 유진아, 시인 박금란 당선

 “길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하루거리였다. 정선 초입에 들어서면서 굽이굽이 산기슭을 돌아가는 길은 자꾸 여자의 발목을 휘감았다. 낭떠러지 뼝대에 아슬아슬 피어난 진달래, 몸을 바짝 낮추며 휘어진 소나무, 우렁찬 고함을 지르듯 열병식을 하며 서 있는 옥수숫대, 속을 꽉꽉 채우며 완만한 구릉지대를 가득 채운 고랭지 배추, 고갯마루에 걸린 구름, 좁은 길을 느리게 가로지르는 꿩 병아리 가족을 만나며 여자는 그것들을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누구라도 그러했을 것이다. 겸재의 그림에나 나옴직한 바위절벽의 풍경 앞에 한번쯤 뒤돌아보게 만드는 무엇이 이곳에는 있었다.

광대곡 큰어머니 묘지와 작별을 하고 내려오는 여자의 등 뒤로 바람이 수런거리며 불었다. 바람의 말은 많은 것들을 담아 여자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여자는 자꾸 뒤돌아보았다. 가을볕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반짝이는 나뭇잎과 바위와 자갈돌들이 여자의 눈을 찔렀다. 여자는 눈을 감았다 떴다. 가파른 계곡을 내려올 때 손을 잡아준 고동민의 체온이 아직 여자의 손안에 남아 있었다. 고동민은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고 엉덩이를 길게 빼고 엉거주춤 바위 사이 산길을 조심스럽게 걸어오며 오래된 것들, 만남이라는 말을 가슴에 담았고 긴장으로 손에 땀이 났다. -유시연, 제1회 정선아리랑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 ‘그 여자의 전설’에서

   

‘2013 대한민국 아리랑 대축제, 정선아리랑제’에서 가장 눈에 띠는 행사는 제1회 정선아리랑문학상 시상식이다.

제1회 ‘정선아리랑 문학상’은 지난 6월부터 8월 20일까지 정선과 정선아리랑을 주제로 쓴 작품을 대상으로 공개모집한 바 있다.

이번 문학상은 지난 23일(월) 강원도 정선문화재단(이사장 이종영)이 3개 부문(소설, 동화, 창작가사시) 수상자를 발표한 바 있다.

소설부문은 중편소설 ‘그 여자의 전설’을 응모한 소설가 유시연이, 동화부문은 장편동화 ‘아라리 할아버지’를 응모한 동화작가 유진아가, 창작가사시부문에는 ‘정선골’ 외 7편을 응모한 시인 박금란이 당선자로 뽑혔다. 희곡부문에서는 아쉽게도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시상식은 3일(목) 낮 4시 정선 아라리촌에서 열렸다.

아리랑은 “정선 자연 산천이며 역사이고 문학”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강원도의 행정구역 중 하나인 정선군은 몰라도 정선아리랑은 안다. ‘아우라지’가 동쪽의 골지천과 북쪽의 송천이 만나 서로 아우른다는 의미라는 건 몰라도 알쏭달쏭하게 아름다운 말, 아우라지에 매혹된다.

산세가 수려한 정성군은 오래전부터 우수한 품종의 목재가 생산되었다. 산에서 베어진 원목들이 골지천과 송천에서 흘러와 아우라지에서 만나, 뗏목으로 엮여 천리 물길을 따라 서울에 닿곤 했다. 목재가 이렇게 강줄기를 따라 산골에서 서울로 오갈 때, 여랑과 구절리 사이의 아낙은 떠난 님이 그리워 정한(情恨)을 노래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아우라지 뱃사공에게 배를 건너 달라고, 건너편 동박은 떨어져서 낙엽에 쌓이지만 사시장철 님을 그리는 내 맘은 어디에 내릴거나…… 라고 노래하는 정선아리랑의 한 구절은 그것 자체만으로 부르는 이나 듣는 이의 애간장을 녹이고도 남는다.

이 정한의 노래가 바로 삶이고 정선의 자연 산천이며 역사이고 문학이었다. 이런 빼어난 문학적 자산을 가진 정선군에서 마침내, 드디어 ‘정선아리랑 문학상’을 제정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반갑기 그지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시와 소설, 희곡과 동화, 네 부문에 응모된 작품이 적지 않았다. 응모된 작품들은 한결같이 정선의 풍광과 아라리의 원형질 같은 정한의 미학을 표현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다만 희곡에서 수상작을 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연륜이 쌓이면 각 부분에 우수한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나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 정선아리랑 문학상이 문학적 성숙의 잣대가 됨은 물론 한국문단에서 주목받는 문학상으로 커나갈 것을 믿는다.” -심사위원장 이경자(소설가) ‘심사총평’ 모두

지난 5월 공개모집한 제1회 정선아리랑문학상은 강원도 정선을 그리거나 정선아리랑을 주제로 쓴 작품을 모집했다. 문학상 상금은 중단편소설 1천만 원, 장편동화 5백만 원, 희곡 5백만 원, 창작가사시 3백만 원 등 모두 2,300만 원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창작가사시 공모에서 상금을 5백만 원으로 내걸었으나 시상에서는 200만 원이 깎였다는 점이다.

제1회 정선아리랑문학상 심사위원은 양양 출신인 중견소설가 이경자(소설부문, 심사위원장)와 횡성 출신인 아동문학가 이주영(아동문학부문,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어린이문화연대 회장), 시인 이소리(창작가사시부문, 일간문예뉴스 문학iN 대표기자 및 편집인), 희곡작가 박상률(희곡부문, 시인 겸 동화작가)이 맡았다.

강원도 정선문화재단은 <제1회 정선아리랑 문학상 수상작품집>(시인학교)도 함께 펴냈다. 이 수상작품집에는 창작가사시, 소설, 동화 등 3개 부문 당선작과 당선자 수상소감 및 사진, 심사총평(소설가 이경자 심사위원장) 및 부문별 심사평 등이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은 전국 서점 어디서나 살 수 있다.

이번 축제에 곁들이는 길놀이, 고무줄 짱 언니 선발대회 등 9개 읍·면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행사기간 내내 뽐내는 군민화합행사도 눈요깃거리다. 이종영 정선아리랑제위원장은 “2013 아리랑 대축제는 모든 아리랑을 정선아리랑의 품으로 안아 통합한 나의 아리랑으로 거듭나 세계로 발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