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파르지팔> 세계적 수준 공연 볼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Review] <파르지팔> 세계적 수준 공연 볼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 인순환 객원기자
  • 승인 2013.10.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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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파르지팔>은 잠시 바깥세상과 단절을 시키고 머리를 식히 듯 거의 20분 가까이 조용히 전주곡만 들려준다. 시작부터 바그너는 이처럼 훌륭한 음악으로 관객을 훈련 시키기는 건가(?) 하는 사이 1막이 올라가 구르네만츠역 연광철 베이스의 무게 있는 곡으로 시작된다. 무대 중앙에는 빙산처럼 보이게 쌓아놓은 옆에 굵직하게 세워진 나무한그루이지만 조명의 화려한 연출의 역할이 큰 것 같다. 바그너가 <파르지팔>을 ‘무대신성축제’라고 했지만 성배의식은 산이 갈라지듯 가운데가 열리고 조명으로 ‘붉은 빚 성배’를 둘러싸고 의식을 시작한다. 성배를 지키는 암포르타스왕의 저주받은 상처는 지독한 고통을 주지만 죽을 수도 없어 오직 순수한 바보만이 치료 가능하여 그를 기다리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오페라 <파르지팔>

성배 기사단 수장 구르네만츠역의 연광철의 묵직한 베이스가 성배의식을 치르는 역에 잘 어울려 마치 진짜 어떤 의식을 치르는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대 가운데가 열렸다가 붉은 조명이 서서히 닫히는 동안 관객도 숨소리 하나 없이 몰입하여 오케스트라 소리가 있었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다시 무대 안쪽으로 비스듬히 거울처럼 다 비치게 설치되니 무대가 세배 정도 확장되어 거대해졌다. 거울의 특징을 십분 활용 하여 피트에 숨어있는 지휘자와 연주까지 무대 맨 위 거의 천정 가까이 끌어올려 3D화면처럼 입체적 무대가 되어 아예 극장 안을 다 볼 수 있는 듯 보였다. 무대에서 먼지 하나 숨을 곳 없이 샅샅이 보여주는 연출기법은 마치 하이퍼 리얼리즘의 극 사실화 그림을 보는 듯 한 무대였다.

2막은 하늘에서 내려오듯 철제박스를 타고 천정에서 내려왔던 클링조르는 양준모의 멋진 바리톤으로 쿤드리에게 파르지팔을 유혹하라는 미션을 남기고 다시 하늘로 퇴장한다.

붓다는 600명의 여자가 유혹했다는데 여기서도 그런 분위기를 내려 한 것인지 무대 가득 나타난 30명 넘는 여자들은 어깨에 꽃이 가득 넘쳐 흘러내려 몸에까지 주렁주렁 꽃을 달고 빨간 원피스를 입은 차림으로 한꺼번에 무대를 휘저으니 혼란스러웠다. 바그너는 여행에서 보았던 이태리 정원을 연출 했다는데, 그녀들은 “우리가 바로 정원이에요.” 한다. 여기에 빗살무늬 조명이 마법의 빛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로 연출되고, 무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강줄기 같은 네 개의 줄이 위에는 퍼지고 아래는 작아져 컵 모양을 하고 있는게 마치 커다란 움직이는 대형 성배처럼 보여 또 다른 미니멀리즘의 전형 같았다. 이 특이한 꽃밭에서 파르지팔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오히려 모든 전후 사정을 깨닫고 성창까지 찾아 들고 왕에게 가는 것으로 2막은 내린다.

3막은 1막에서와 같은 빙산이 있지만 나무는 앙상하게 작아져 누워있다. 1막과 거의 같은 연출로 성의가 부족해 보였지만 구르네만츠는 쫒아냈던 파르지팔이 성창을 들고 나타나 놀라움을 보여주는 곡들로 그런 마음마저 녹여버렸다.

바그너음악을 정확히 표현한다는 슈트가르트 수석 지휘자였던 로타 차그로색(Lothar Zagroek)지휘는 훌륭했지만 코리안 심포니가 힘겨워했던 같다. 연출에 프랑스출신 필립 아흘(Philippe Arlaud)도 지금까지 누구도 보여준적 없는 조명으로 빙산도 빛만으로 여러 모습으로 다르게 변화 가능했고 주인공이 설치 사이사이를 지날 때 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무대 바닥에  흩어진 조각들도 일일 다른 조명으로 세밀한 분석적 조명은 압권이었다. 하지만 1막과 3막이 큰 차이가 없어 다소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파르지팔이 성배 가까이 갔다가 쫒겨났으면서도 다시 극적인 순간들을 지나 부활을 하는 과정이 연출을 맡은 필립 아흘이나 연광철교수도 비슷한 과정을 격었다. 필립 아흘도 바이로이트 첫 작품 연출에 비난을 받았지만 독일에 남아 계속 바그너의 작품을 연출하다보니 인정받게 되었고 연광철교수도 처음 출연 후 몇 년은 잊혀진 채 있다가 다시 출현한 이후 7년간 계속중요배역을 맡으며 세계최고 반열에 올랐다.

유럽에서 자주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는 유정우 음악 칼럼니스트는(병원 원장겸 한국바그너지부 실행위원) “구르네만츠의 세례식 때 부르는 곡은 지금까지 그 이상 좋은 것은 못들어 봤다.”고 극찬했다.

바그너는 21C 대한민국에서 와서도 이처럼 시작부터 공연 후 에도 무수한 이야기를 남다. 국립 오페라단에서 제작한 오페라<파르지팔>은 10월 1일, 3일, 5일까지 삼일동안 뉴욕의 메트로 폴리탄이나 유럽을 가지 않고 예술의 전당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을 볼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