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선율의 확장
[음악칼럼] 선율의 확장
  •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 승인 2013.10.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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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노바아르테 음악감독)

여러 개의 악구가 합쳐져 진정한 의미의 음악으로 인식되어 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조직된 것을 우리는 선율이라 한다. 물론 한 개의 악구로 이루어진 선율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듣는 대부분의 선율은 그 길이가 상대적으로 한 개의 악구로 이루어진 선율보다는 길다. 이렇게 선율의 길이를 길게 늘여가려면 어떤 기준적인 원리가 필요한데, 우리의 음악적 경험은 반복repetition과 대조contrast라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된다.

반복은 선율을 확장하는 간단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악구가 처음으로 나타나고 바로 뒤이어서 반복이 일어나게 되면 우리의 관심은 곧 그 악구에 집중하게 된다. 많은 선율들을 살펴보면 그 확장이 서로 다른 음높이에서 악구를 반복함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형태의 반복을 음악용어로 동형진행sequence이라고 한다. 이 동형진행적인 반복은 선율 확장에 있어 중요한 도구이다. 이는 음악의 구조적인 면에 단순성과 간결성을 줄 뿐만 아니라 통일성과 계속성 그리고 다양성을 제공해 준다.

그렇다면 반복이라는 것이 앞의 구성요소를 항상 동일하게 일치시켜야 하는 것일까? 꼭 그렇게 분명하게 모든 요소를 반복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떤 곡조에서는 악구의 리듬이나 동기만 반복하기도 한다. 반복하는 각 악구의 음정은 똑같지 않아도 리듬형이 동일하다면 그 반복 선율은 균형이 있는 통일감을 제공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악구에 어떤 요소를 첨가 내지는 삽입하여 확장한 후에 반복하거나, 악구를 축소하거나 생략하여 반복하기도 한다.

한 개의 음형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는 것은 선율을 확장하는데 있어서 오히려 그 가능성을 제한시킨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한을 극복하려면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 극복의 방법은 바로 대조contrast의 기법을 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첫 악구 요소의 반복은 대조적 음형의 도입으로 인해
‘방해interupted’를 받게 되고, 이는 후에 다시 나오는 시작음형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한다.

이러한 대조는 앞에 나온 선행악구에 대해 뒤에 오는 후행악구는 윤곽과 리듬의 변화, 일시적인 종지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선율선의 변화에 인한 대조는 전체 선율에 다양성을 더 해주게 된다.

여기에 조성의 변화를 주게 되면 대도를 유발하는 요소들, 즉 윤곽의 변화, 음의 진행 방향 및 성향의 변화와 결합되기도 한다. 조성의 변화는 한 부분의 끝에서 주로 나타나며 새로운 형태의 요소가 뒤따르리라는 것을 예견케 한다. 일반적으로 조성의 변화는 짧은 선율보다는 확대된 작품에서 더욱 중요하다.

음악적 요소의 반복은 강조를 나타낼 수 있으나 극단적 반복은 지루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대조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며, 이는 대개 선율을 여러 부분으로 구별하여 음악적 균형과 다양성을 제공한다.

이제 다시 음악에서 우리의 삶을 조명해 본다. 우리 삶은 짧고 단순한 선율이 아니라 생각한다. 지난 칼럼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인생에는 동기 즉, 목표가 있어야하고 이 목표는 올바르게 확장되어 나아가야 한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단순성과 간결성뿐만 아니라 통일성과 계속성 그리고 다양성을 지녀야한다.

반복과 대조는 반대 개념이다. 교환change이 이 두 극단적인 양상을 결합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리듬형과 음의 형태가 변화되어 서로 유사한 범위 내에서 대비를 일으킬 수 있듯이 삶의 기본 목표의 범주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생을 확장된 멋진 선율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커다란 강물의 흐름은 작은 샘에서 발원하여 그 길을 서서히 확장하여 흐르며 바다에 이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