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 - 102] 서울교육박물관
[박물관기행 - 102] 서울교육박물관
  • 이정진 Museum Columnist
  • 승인 2013.10.11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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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50세대들이 최고의 해설사로 등극하는 박물관

요즘 학생들이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교련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이 수업에서 남학생들은 군사훈련을, 여학생들은 전쟁 시 부상당한 군인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실무 - 예를 들어 붕대감기, 부목대기, 심폐소생술 등을 익히고 시험까지 치르곤 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쟁발발의 위험이 항시 남아있는 국가이지만 교련같이 군사문화적인 과목은 사라지고 없다. 정권이 바뀌고, 교육정책과 과정이 변화하면서 20여년이 흐른 지금, 교육계는 미래를 이끌어나갈 창의적인 인재양성에 가치를 두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추구하는 교육도, 그로인해 다가올 역사도 함께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교육이라는 것은 그 시대를 투영하는 또 다른 역사의 척도가 아닌가 한다. 

서울시교육청 정독도서관 부설 교육 전문 박물관으로 설립된 서울교육박물관에서는 대한민국 교육의 발전모습과 함께 그 정책에서 배우고 성장해온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통한 다양한 변화상을 엿볼 수 있다. 먼저 정독도서관으로 향하는 언덕을 오르면 입구서부터 등교하는 아이들과 이를 반겨주는 선생님의 모습을 한, 패널이 관람객을 즐겁게 하며 박물관입장을 재촉한다. 마침내 안으로 들어서면 왼편의 상설 전시관에선 먼저, 머나먼 삼국시대부터 훈장님이 계시던 서당, 조선시대 인재양성을 위한 성균관 등 고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들과 수업모습, 사용하였던 필기구, 교육활동 등과 관련한 유물들을 시대별로 재현, 전시해 놓았다. 

서울교육박물관 상설전시관

서당교과서

근대의 학교생활을 보여주는 유물 및 재현 작이 특히나 많은데, 주로 학업으로 지친 모습이 아닌 즐거운 학교생활의 다양한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다. 청소시간 빗자루와 대 걸레로 칼싸움을 하던 철없는 남학생들의 모습들로부터 시작하여 소풍 날 양은 도시락에 싸가던 김밥과 사이다, 군것질거리가 변변치 않았던 당시의 간식 삶은 달걀 등의 먹 거리와 하교 길 문방구에서 볼 수 있었던 소소한 싸구려 장난감, 군것질거리들은 자녀를 동반한 부모들로 하여금 추억담을 자아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당시 학생이었던 부모들은 도슨트(해설사)가 되곤 한다.

문방구(좌), 동네(우)

전시된 수많은 교과서들이 보여주는 것들 또한 다양하다. 셈본, 고장생활 등의 과목들이 자아내는 생소함과 의아함에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하는 반면 6.25전쟁 때에 있었던 농사짓기 책 등은 배움이 곧 생활과 연계되어지는 즉, 실과(實科)와 같은 힘들었던 시대의 모습에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상설 전시관을 나서는 한 쪽에는 1950년~1980년대의 교과서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상설 전시와는 다르게 배치되어있는 모니터는 전시물로는 다 보여줄 수 없는 교과서의 내용들을 디지털화하여 보여줌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기획전시
기획전시관에 들어서면 작은 학교가 눈에 들어온다. 학교 안에 위치한 작은 교실엔 학생들을 기다리듯 아기자기한 책상과 걸상이 줄을 맞춰 서있고, 겨울날 온기를 지피던 석탄난로위에는 따뜻한 점심을 바라는 아이들의 양은도시락이 놓여있다. 교실 뒤 붙여놓던 그림들, 쉬는 시간 물을 마시던 주전자, 고운 소리를 내주던 풍금 등 옛 추억이 묻어나온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수업이 실제로 진행되기도 하는 체험교육실을 겸하고 있다. 옛 모습을 간직한 교실에서 지금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시대를 거슬러 배움의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입게 되는 학교생활의 꽃, 교복들의 변천사를 보는 일도 소소한 흥미를 자아낸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근대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교복의 모습들은 건국의 역사와 함께 다사다난했던 과거의 아픔까지 서려있어 역사의 편린을 상기시켜주기도 한다. 교복을 관람하고 나면 교복 체험의 장이 펼쳐진다. 특별한 사진을 찍기 원하는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옛 교복을 입고 짧게나마 그 시대의 학생이 되어보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기분을 선사해 주기에 충분하다. 박물관을 나서면서 보이는 정독 문방구에서는 노르스름한 백열전구(알전구) 빛이 새어나오고 있어 기성세대들에게 우선 또 다른 추억을 끄집어내어준다. 그 포근한 불빛에 안을 들여다보면 보이는 알록달록한 불량식품들, 그리고 빛바랜 종이딱지들이 조용하게 손짓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학창시절 가졌던 옛 추억들이란, 지나고 나면 유치하지만 아름다운 색으로 남아있기에 더 눈길이 가고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학교(좌), 교실(우)

교육은 시대를 반영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며 박물관에 기록되고 있다. 사라지고 생겨나는 수업과 제도들을 비롯한 현재 학생들의 모습들 또한 추억으로, 역사로 남아 우리들에게 시대를 거스르는 추억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그 때를 기약하며 한번쯤 교육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는 것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서울교육박물관 (http://edumuseum.sen.go.kr/) 참조
위치_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5길 48(화동) / 문의_02-736-2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