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이 경험하는 지옥이야기 <단테의 신곡>
산 사람이 경험하는 지옥이야기 <단테의 신곡>
  • 김민자 기자
  • 승인 2013.10.1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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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질문을 던져주는 연극

 

   
▲ 주인공 단테가 지옥·연옥·천국을 거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연극. <단테의 신곡>

누구도 가보지 못한 지옥, 이곳은 어떤 모습일까? 거칠게 박혀있는 녹슨 기둥들이 지옥의 인물들을 누르고 있다.

우리 삶의 영역 밖인 천국과 지옥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두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단테의 신곡>이 11월 2일~9일(토)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열린다.

단테가 평생을 그리워했던 연인 베아트리체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살아있는 몸으로 지옥에 떨어진 인간의 두려움과 연민, 공포를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시, 연극으로 재탄생하다

<신곡>은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시인이었던 '단테 알리기에리'가 집필한 서사시이다. 주인공인 단테가 지옥∙연옥∙천국을 여행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은 100편의 시로 구성돼 있다. 연출 한태숙 씨와 작가 고연옥 씨는 원작을 재해석하고 분석하는 공동 작업을 통해 100편의 시 중 동시적이고 가장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를 채택해, 단테의 여정에 사유와 성찰에 대한 질문을 덧붙임으로써 연극으로 새롭게 재창조해 냈다.

   
▲ <단테의 신곡> 포스터.
웅크린 영혼을 위로하는 무대

이 연극의 주인공 단테 역을 맡은 배우 지현준 씨는 15일 열린 기자 설명회에서 "웅크린 영혼이라는 제목처럼 먹고사는 육체의 문제 말고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부딪치고 깨지고 마지막과 같이 한걸음 나가는 힘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표정연기가 매력적인 베아트리체 역할의 배우 정은혜 씨는 올해 1월 국립창극단에 입단했으며, 판소리 일곱 바탕을 완창한 실력있는 인물이다.

단테의 길잡이 시인 베르길리우스역의 배우 정동환씨는 "연출가 한태숙씨와의 작업은 다른 연극 10개를 하는 것과 같다", "이번 연극을 보면서 내가 맡아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연극을 시작하면서 그 좋아하는 술을 한모금도 못 마셨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격정에 휩싸이는 프란체스카를 연기한 배우 박정자씨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힘 있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관객을 휘어잡는 배우로 "가슴이 설레인다"며, "지옥이 연옥보다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출을 맡은 한태숙 씨는 “평소 공연을 준비할 때보다 더 비열하고 잔인하게 나를 몰아세웠고, 이를 통해 삭막하고 거친 삶 속에서 상처받고 웅크린 우리에게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과 위로를 건네고자 한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덧붙여 "고정의 현대성을 재창조 하는데 역점을 두었으며, 지옥을 참혹한 요지경으로만 그리지 않고 웃음 터지는 장면도 많으니 재미있게 봐 달라"고 했다. 

   
▲ 10월 15일 열린 <단테의 신곡> 기자설명회에서 출연 배우와 연출진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곡의 다양한 볼거리
 

 <단테의 신곡>은 한태숙 연출의 창극 <장화홍련>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으며, 국립창극단의 소리꾼들의 시원하고 구성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판소리, 정가, 클래식 등 다양한 색채와 음악을 아우르는 15인조 오케스트라의 선율도 들어 볼만하다.

지옥∙연옥∙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의 독특한 의상과 무대 소품이 또 하나의 볼거리다. 독특한 캐릭터와 파격적인 의상으로 인간 군상을 새롭게 표현한다.

 '신곡의 맛과 감동(10월 18일)', '신곡의 목소리(26일)'라는 주제로 열리는 무료 관객 아카데미도 마련했다. 음악, 회화, 시, 신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신곡>과 단테를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준다. 18일에는 배우 박정자 씨, 26일에는 배우 정동환 씨가 함께한다.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 / 문의 : 02-2280-4132)에서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