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영화도 못 보겠네”
“이젠 영화도 못 보겠네”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7.06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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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시간대 따라 가격 다르게, 두세 개 영화 묶은 패키지상품 등 제안 쏟아져


복합상영관 체인 메가박스가 지난달 26일부터 영화 관람료 인상을 단행했다.

메가박스는 서울과 수원, 대구 지역의 극장에 대해 조조나 심야를 제외한 평일·주말 관람료를 각각 8천 원, 9천 원으로 1천 원씩 올렸다. 이는 2001년 이후 8년 만의 인상으로 14.3%나 오른 것이다.

또한 중고생 요금도 500원 인상해 7천 원으로 올렸고, 만 4세부터 초등학생까지는 6천 원으로 하는 어린이 요금도 신설했다.

메가박스에 이어 롯데시네마와 씨너스 극장 역시 7월 1일자로 관람료를 인상했다.


인상폭은 요금인상의 총대를 멘 메가박스와 같지만, 씨너스는 센트럴·강남·이수·분당 4개 지점, 롯데시네마는 서울·경기 지역의 평일·주말 요금이 모두 인상됐다. 다만 롯데시네마의 경우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평일 요금만 올렸다.

그동안 수익성 개선과 제작비 확보 등을 이유로 관람료 인상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영화 제작자들은 이번 인상으로 한시름 놓았다는 반응이다.

2007년 영화관련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가 11.4% 증가했고, 영화 제작비는 31.7%나 증가”했지만 “관람료는 제자리걸음이다. 현재의 요금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요금을 인상한 극장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영상기 도입 등 시설투자와 상영관 유지비,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가 올라 적자폭이 계속 커져왔다”면서 “이는 다른 극장들도 공통된 입장으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한국영화의 경우 극장과 배급사·제작사·투자자가 극장수입을 어떻게 배분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극장 수입에서 먼저 세금을 뗀다. 관람료를 7천 원으로 치면 세금으로 1천 원 정도가 빠진다. 거기에서 극장이 반을 가져가고 배급사가 나머지 3천 원의 8%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그 나머지 2760원이 투자자와 제작자의 몫(보통 6 대 4 또는 8 대 2로 이익을 배분한다)이 되는데, 그게 모여 투자비보다 많아지면 수익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 영화는 전체 개봉작의 11%에 불과하다. 대박 영화를 제외하고는 제작비 80%를 겨우 건지고 있는 것이 영화계의 현실인 것이다.

극장 수입만 놓고 보면 요즘 개봉되는 영화의 일반적인 총제작비가 40억 원, 손익분기점은 영화 관람료가 7천 원일 경우 관람객 150만 명 이상이 돼야 이익이 생기게 된다.

전국극장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극장의 연평균 객석률은 30% 정도로, 극장은 관객 수에 관계없이 매회 영사기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극장업계는 상영관이 5~10곳 정도 되는 복합상영관을 전국적으로 넓히고, 팝콘이나 음료 등의 매점 수입으로 이윤을 남겨왔다. 이번에 관람료를 인상한 극장들은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20%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영화산업의 수입구조를 봤을 때 이번 영화 관람료 인상은 극장에 유리하게 돼 있는 제작사와 극장 간의 입장료 배분 비율에는 전혀 변함이 없고, 가격 폭리로 이윤을 남기고 있는 극장 매점음식 가격도 인하되지 않아 단순히 극장 측의 이익을 위한 인상이 아니냐는 비난여론도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상산업정책연구소 최수영 연구원은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극장 관람료가 영화계 수입의 80% 정도를 차지한다”면서 “현재 불법 영화 시장 규모만 9362억 원에 달하고 있다. 영화 관람료 인상은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줄고, 한편으론 불법 다운로드가 더 활발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화 관람료와 관련, 국내 최대 영화예매 사이트 맥스무비가 실시한 2차례의 설문조사(1차 7,403명, 2차 7,033명 참여)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영화 관람료 인상과 관람횟수 및 관람패턴’에 대해 지난해 12월 4~8일 네티즌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 메가박스의 영화 관람료 인상을 앞두고 6개월 만에 같은 주제로 또 한 차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영화 관람료가 오르면 횟수를 줄일 것이다’라는 응답이 39.7%에서 5.4%p 증가했는데, 영화 관람 횟수가 많은 관객(연간 1편 관객은 10%, 연간 4편 이상은 35%)일수록 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영화 관람료가 인상되면 관람패턴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묻는 조사에서는 영화 선택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유형이 2.1%p 상승했다. 또한 ‘보고 싶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겠다’는 37.3%에서 39.1%로, ‘DVD 출시를 기다리는 경우가 늘어날 것 같다’는 5.0%에서 5.3%로, ‘주말보다 평일에 더 보겠다’는 2.5%에서 3.7% 증가했다.

이는 영화를 많이 보는 관객일수록 관람료 인상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영화 관람료는 관람 횟수에 상당 부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서울 중심가의 영화관에서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J대 영화학과 재학생은 “왜 갑자기 10%가 넘게 올랐는지 모르겠다”며 “1주일에 많으면 3편까지도 봤다. 앞으로 영화 선정에 더 신중을 기해 꼭 보고 싶은 것만 영화관에서 보고, 관람 횟수도 줄여야겠다”고 아쉬워했다.

관객들의 이 같은 반응은 기존 이동통신사나 신용카드 할인 혜택이 어느 순간 거의 사라져 평균 5천 원대에서, 조조의 경우 무료관람도 가능했던 영화를 고스란히 제값을 주고 봐야 하는데다 관람료까지 인상돼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와의 할인제휴는 시작 당시만 해도 할인되는 가격을 통신사에서 전부 부담하다가 할인비중을 극장이 함께 분담해줄 것을 요구했고, 분담 금액이 점차 커지면서 극장 운영의 어려움으로 대부분의 복합상영관들이 제휴를 중단한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복합상영관은 이통사와 달리 할인 금액의 전액을 보전해주는 신용카드사와 제휴 마케팅을 하고 있다. 중소형 극장들이 대형 복합상영관과 경쟁하기 위해 이통사 할인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신용카드는 극장별로 종류도 다양하고, 영화 할인은 카드에 따라 전월 카드 사용금액이 10만~30만 원 이상 돼야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동통신사의 할인이 줄면서 CGV가 발표한 ‘2007년 영화산업 결산자료’에 따르면, 2007년 전국 총 관객 수가 2006년에 비해 5.5%나 하락했다.

이번 영화 관람료 인상에 대해 관객들은 “명확한 이유나 설명도 없이 갑자기 올려버리는 게 어딨느냐”, “팝콘, 음료 가격이나 내려라”, “관람료 인상보다 그에 걸맞게 영화의 질적 완성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관객들도 요금인상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은 근본적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갖춘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영화 최신작들을 보면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이유로 단순 재미를 추구하는 코미디 장르만 제작하고, 거액의 출연료를 써서 스타들을 출연시키고, 지나친 홍보로 제작비를 상승시켜, 결국 작품성은 떨어지고 제작비에 거품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네티즌 김회장(ID. 38)은 “물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그때마다 마냥 가격을 올려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비싼 돈을 주고 보느니 좀 기다렸다가 다운받아보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영화산업에 있어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는 만큼 극장 측도 콘텐츠와 완성도가 부족한 영화의 질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이 가장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인 영화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극장과 관객들이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도 제시됐다.

영화 관람료 인상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 네티즌 토토로(여. 26)와 오감도(남. 31세)는 영화의 장르나 성격, 제작비에 따라 가격을 차등화할 것을 주문했다.

“영화요금 인상에 찬성한다. 하지만 모든 영화를 같은 가격으로 무조건 올리겠다는 것에는 반대한다. 예술영화를 3천~4천 원으로 상영하면, 만일 보고 싶었던 영화가 매진일 경우에 보기 싫은 영화를 8천~9천 원 주고 보느니 차라리 참신한 예술영화를 볼 것이다.”

영화계의 입장에서도 소수 관객을 대상으로 만드는 소위 예술영화들도 관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상업영화 또한 가격대에 맞는 영화를 생산할 수 있으니 다양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영화들을 제작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저가 영화는 사람들을 극장으로 유도해 불법다운로드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조조·심야, 평일·주말 정도로만 나눠져 있는 요금을 조금 더 세분화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관객이 적절히 분산돼 안전 마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탄력요금제는 중국 등의 외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요일과 시간대별로 관람료를 다양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하여 관객들과 극장 측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영화 사이트의 ‘moviestar’를 비롯한 네티즌들은 “평일 저녁에는 나를 포함해 10명 정도도 안 될 때가 많더라”며 “주말에는 제값을 받더라도 평일에는 요금을 확 내리면 일부러 그 시간에 보러 오는 관객들이 많아져 극장이 원하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청소년들은 “이동통신사 할인혜택도 없어진 마당에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없는 청소년들은 성인 평일 기준과 1천 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 관람료가 부담스럽다”며 청소년에 대한 할인혜택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었다.

이밖에도 CGV가 STAR관이라는 상영관을 만들기 전에 해줬던 맨 앞자리 관람료 1천 원 할인 판매나 스피커 옆, 사이드 자리 등 사람들이 원하지 않아 공석으로 남는 경우가 잦은 일부 좌석을 할인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같은 영화라도 극장 시설에 따라 가격을 자율화하는 것도 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많은 관객들은 영화패키지 상품을 원했다. 심야영화 3편을 묶어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시네마정동처럼 2편을 묶어서 좀 싸게 볼 수 있는 상품이나 다른 영화에 한해 영화표 하나를 사면 다른 영화표 한 장은 몇 %로 할인해 준다던가 하는 등의 다양한 상품들을 기대하고 있다.

‘과속스캔들’, ‘워낭소리’, ‘거북이 달린다’ 등으로 한국영화가 희망을 보이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극장이 관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극장·관객·제작사가 모두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로 한국 영화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관객들의 이 같은 요구에 한 극장 관계자는 “영화 관람료를 일률적으로 다 통일시켜버리는 게 편하기는 하다”면서 “그러나 경제적 효율을 생각하면 영화·시간대·상영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중국식 모델도 검토해봐야 한다. 더욱 다양한 관람료를 제시하면 관객들의 선택 폭이 넓어져 수익 창출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