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송현동 구 미대사관 부지, 이대로 안된다.
[독자기고]송현동 구 미대사관 부지, 이대로 안된다.
  • 서동일/서동일음성크리닉 원장
  • 승인 2013.10.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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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관광객 휴식처로,우리 근대사 사색할 수 있는 '녹색 공원'으로 조성해야

현, 서동일음성클리닉 원장
2년 전, 30년 이상 심겨진 소나무가 열 그루 이상 있었던 강남의 어느 큰 단독주택옆 건물로 이사와 삭막한 서울에서 그나마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행복감에 젖어있었는데 어느 날 사진작가와 영화, 음반, 광고관계자들의 복합건물을 건설하기 위해 철거가 시작되었다.

10그루 이상의 크고 우람한 소나무가 뽑혀 나갔을 때 본인의 소유는 아니었지만 무언가 빼앗기는 듯한 당혹감과 분노는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런 일을 보면서 ‘일정기간 이상 자란 나무를 뽑지 못하게 하는 법이 있어야 한다’는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외국의 사례가 궁금했다.

필자는 80년대 초  뉴욕에 갔을 때 복잡한 도시의 한가운데에 있는 뉴욕중앙공원(central park)의 넓이와 울창함에 놀라고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들렀던  뮌헨의 근교에 있는 깊고 울창했던 전나무숲(?)의 위력은 다시한번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충격을 늘 가슴에 품고 살면서 우리의 서울 강남에 큰 건물이 올라설 때마다  개발하기 전에 지금의 선릉을 지금보다 2배,3배정도라도 더 확보했더라면 강남이 지금 어떻게 변해 있을까 ,우리의 삶의 질이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로마의 보르게제(Borghese)공원 또한 삶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심장부처럼 로마의 한복판에서 자연과 예술과의 조화로 나그네의 몸과 마음까지도 어루만졌었다. 판교를 개발해서 회색도시로 만들 때 뮌헨의 숲을 생각하며, 로마의 보르게제 공원을 생각하며, 어디 그뿐이랴 , 지구상의 큰 도시민들이 지키고 가꾸고 있는 큰 숲을 생각하며 필자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참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최근 방문했던 시드니 하이드공원(Hyde Park)에서 100년(?) 이상 지난 나무를 보고나서는 이제 한 도시의 경쟁력은 나무나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서울 문화투데이가 내놓았던 구(舊)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의 잘 보존되어왔던 울창한 나무들을 대한항공(KAL)이 호텔 건설을 위해 모조리 잘라버린 사진을 보고 또 다시 충격을 받았다. 그나마 외국인들에 의해 잘 보존되어 왔던 울창한 나무가 다 뽑혀지고  황량한 흙바닥을 드러낸 송현동의 모습을 보고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다급해진 생각이 이 글을 쓰게 한다.

사진제공=한강문화재연구소

공사가 시작될 때 인근 학교의 학생들이 겪을 엄청난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지금이라도 그 부지를 정부가 사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땅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를 거론할 때 필자는 산림녹화에 대한 의지와 실적만은  대단한 공으로 부각시키고 싶다. 식목일에 이어 육림(育林)의 날을 제정한 것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나무사랑이었다. 197?년 11월 첫째 토요일을 육림의 날로 선포해 심은 나무를 열심히 가꾸도록 지극정성의 강력한 정책을 편 것이 4,50년 지난 오늘날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개도국에서 산림녹화의 성공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 후의 지도자들도 그의 뜻을 이어받아 계획적인 조림, 도시에서의 조림과 도시녹화 등으로 계속 유지시켰다면 좋았을 것이다.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는 살 수 없다고 한다. 나무를 함부로 뽑고 교체하는 행위는 이제 그만 두어야한다.

이제  대통령이 된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버지의 애국적인 뜻을 이어받아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녹화사업에 주력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간절히 기대며 조르는 마음이다. 송현동 나무들을 원상 복구시킴으로 선친의 녹화정책을 한 승계하는 즉, 숲을 보호하고 나무를 심어 도시녹화정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이런 제안은 이율배반적인 마음일수도 있지만 박정희 녹화사업기념공원은 어떨는지...?

송현동을 숲이 울창한 공원으로 인사동과 연결시켜 놓으면 이곳을 통해 곧 개관하게 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거쳐, 경복궁을 향한 관광객들이 지나면서 휴식하고 자연을 즐길 때, 이곳에 호텔을 짓는 것 보다 훨씬 더 대한민국의 이익이 되리라 생각한다.

정부와 국회도 일정기간 이상 자란 나무는 자르지 못하게 하는 법을 제정해 송현동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를 해 주기 바란다.

도시의 경쟁력은 수령, 즉 나무의 나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