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다룬 연극 '봉선화'와 고은 시인의 만남
위안부 다룬 연극 '봉선화'와 고은 시인의 만남
  • 최영훈 기자
  • 승인 2013.11.12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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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개막 공연 전 '만순이' 낭독 행사로 의미 더해

얼굴에 참깨 들깨 쏟아져
    주근깨 자욱했는데
    그래도 눈썹 좋고 눈동자 좋아
    산들 바람 일었는데
    물에 떨어진 그림자 하구선
    천하절색이었는데
    일제 말기 아주까리 열매 따다 바치다가
    머리에 히노마루 띠 매고
    정신대 되어 떠났다. (중략)
    비행기 꼬랑지 만드는 공장에 돈벌러 간다고
    미제부락 애국 부인단 여편네가 데려갔다
    일장기 날리며 갔다
    만순이네 집에는
    허허 면장이 보낸 청주 한 병과
    쌀 배급표 한 장이 왔다.
    허허 이 무슨 팔자 고치는 판인가
    그러나 해방되어 다 돌아와도
    만순이 하나 소식 없다
    백도라지꽃 피는데
    쓰르라미 우는데

-고은 시인  '만순이'-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 ‘봉선화’의 개막과 맞춰 고은 시인의 시 ‘만순이’가 낭독된다. 

15일부터 내달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이는 연극 '봉선화'는  일제강점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봉선화는 1980년대 위안부 문제를 다룬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윤정모 작)를 토대로 한 작품으로, 이 문제에 대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다시 풀어낸 정통 리얼리즘 연극이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언어가 돋보이는 봉선화는 서울시극단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사실적 연기에 표현적인 몸짓, 다큐멘터리 영상 등을 함께 사용해 가슴 아픈 역사에 대해 마음 깊이 느끼게 한다.

한 여인의 인생역경을 그린 원작에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와 함께 그 이후 세대인 아들(배문하)과 손녀(수나) 등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첨가했다. 이 공연에는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와 그의 아들, 손녀까지 3대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져, 관객들에게 일제 강점기 위안부 문제를 현재 이 땅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의 문제로 연결시켜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15일 오후 8시 개막 공연에는 시인 고은의 ‘만순이’가 낭독돼 극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내달 1일까지 공연되는 이 작품은 수능 이벤트로 수험표 소지자에게 동반 1인에 한해 50% 할인 혜택을 준다. 관람료는 2만~3만원.

문의 02-399-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