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비밀의 화원’ 간송미술관…우리가 ‘간송’을 찾는 이유.
[전시리뷰]‘비밀의 화원’ 간송미술관…우리가 ‘간송’을 찾는 이유.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3.11.1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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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두 번, 6개월의 기다림 끝에 찾는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가을전시가 지난 10월13일에 열렸다.

광고도 없이 조용히 사람 끌어 모으는 재주가 남다른 미술관이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급 유물들을 공개하는 희소적인 전시이기에 관심을 끌기도 하지만, 최근 작품의 보관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미술 애호가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필자 또한 매년 작품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더 집중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어찌되었던 올해도 어김없이 30-40분 기다려 그 귀한 작품들을 줄지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간송미술관 전경
지난 5월, 봄 전시에서는 ‘표암과 조선남종화파전’이라는 제목으로 강세황의 작품이 다수 전시됐었다. 조선남종화파 표암 강세황 선생의 탄생 300주년 기념으로 열린 지난 전시에서는 강세황 작품이 주를 이루고 심사정의 작품이 많았던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10월 추계전시는 ‘진경시대 화원전’이라는 타이틀로 전시가 열렸다. 지난 8월 간송미술관이 학술연구재단인 간송미술문화재단으로 출범한 후 마련한 첫 기획전이여서 기대가 컸다. 진경시대라 함은 조선 숙종(1675년~1720년)부터 정조(1776년~1800년)까지 125년 조선후기 를 칭한다. 진경시대는 조선 문화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다.

전시는 이 시대의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80여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궁중화가 20여명의 작품을 비롯해 신윤복과 김홍도, 김득신, 김희겸 등 한국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산수화와 풍속화 등의 다양한 작품이 선보이면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익히 알려진 반가운 작품들이 소개돼 일반 대중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간송미술관 입구에서 40분, 전시실 들어가기까지 10분 이상의 기다림이 계속되면서 그 기다림이 지칠 법도 하지만 교과서에서 봤던 신윤복의 월야밀회(月夜密會)를 보는 순간 시간 들여 전시장을 찾은 보상은 확실했다. 우리가 간송을 찾는 이유는, 그 기다림 끝에 간송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의 묘미가 첫 번째 이유요, 둘째는 그 기다림 속에 간간히 찾아드는 미술관 풍경의 여유이다. 그것이 간송미술관을 찾는 이유가 된다.

내년부터 동대문디자인파크에 간송미술관의 소장품들이 전시된다고 한다.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의 외출은 그다지 반가운 소식만은 아닌듯 싶다. 전시를 함께 관람한 필자의 동행인은 ‘간송은 입장료가 무료여서 특별한 것이 아닌 한 개인이 문화재를 수집해 지금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지 않느냐’며 미술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늘어놓는다

 물론 인파 속에 밀리고 밀려 작품을 깊이 보지 못하고 쫓겨나듯 미술관을 빠져나와야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지만 간송미술관의 가장 큰 매력은 ‘비밀의 화원’이라는 이미지에서 시작 된다. 그래서인지 간송미술관 전시 관람평 끝에는 유물에 대한 기록이나 분석보다는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아담하고 운치 있는 미술관 풍경 속에서 추억들을 담아오곤 한다. 그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그 곳의 한결 같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무료가 아니어도 좋으니 전시기간을 길게 나눠서라도 전시 횟수를 늘리고 관람객 예약제로 제한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들을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성북동 간송미술관 그 곳에서 말이다.

그간 간송미술관은 여느 미술관의 전시와는 사뭇 달랐다. 미술관에 대한 관심에서 탄생한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그들이 소중히 생각하는 작품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연장시킬 수 있는 미술관 환경에 대한 과제와 ‘간송’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식지 않도록 미술관의 현재와 과거, 미래를 고스란히 담아낼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내야하는 숙제를 풀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