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대형미술관, 시민 문화갈증 해소
도심 속 대형미술관, 시민 문화갈증 해소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3.12.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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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미술연구소, 2013년 자료 분석

2013년 도심 속에 중대형미술관이 생겨나 시민들의 갈증을 풀어줬고, 경기불황에 화랑가는 전시장을 이전하거나 분점 통합을 하며 운영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한해였다.

김달진미술연구소가 서울아트가이드와 월간지, 일간지, 웹 검색 등을 통해 2013년 한 해 동안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등 전시공간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종로구립미술관으로 문을 연 '박노수 미술관' 전시장 모습

신규공간은 총 167곳으로 집계됐다. 2008년은 143곳, 2009년은 99곳, 2010년은 144곳, 2011년 176곳, 2012년 182곳으로 집계되었고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다.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전체 40%에 해당하는 67곳이 서울 지역에 집중해 있고, 구 단위별로 살펴보면 종로구가 약 40%에 해당하는 27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남구(13), 서초구(5), 성북구, 중구(4), 동작구(3), 마포구, 영등포구, 용산구(2) 등으로 집계됐다.

미술시장 호황기인 2008년을 전후로 강남구, 특히 청담동으로 몰리던 추세는 완화됐고 종로구에 개관한 전시공간 27곳 중 67%에 달하는 18곳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인접한 북촌과 서촌지역에 몰린 것은 국공립미술관과 중대형화랑의 개관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남동과 이태원 구역은 2012년 7여 곳 개관에 추가로 2곳이 늘어 떠오르는 미술벨트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별 분포도를 보면 경기도(24), 전북(13), 광주(12), 부산(11), 강원도, 대구(7) 순으로 집계됐다. 월별로 살펴보면 5월(38)에 가장 많은 전시공간이 개관했고 6월(19), 3월(18)과 4월(16), 11월(13), 9월, 10월(11) 순으로 조사됐다. 공간유형별로 살펴보면 전체 56%에 해당하는 93곳이 갤러리로 조사됐으며 박물관 17곳, 미술관 16곳 순으로 집계됐다.

도심 속 대형미술관, 시민 문화갈증 해소

2013년에 괄목할만한 전시공간의 변화는 도심 속에 중대형미술관이 생겨난 것이다. 9월 노원구 중계동 등나무근린공원 내에 서울시립미술관의 네 번째 분관인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10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300여 평의 전시장 규모로 국내 사립미술관 중에서 단일 층 최대면적인 루비나아트센터, 11월에 종로구 소격동 옛 기무사와 서울지구병원 터에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경복궁, 창덕궁 등 서울 도심의 문화유산과 인접해있어 문화적인 인프라 형성에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또한, 이들 대형미술관은 단순한 전시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아트숍, 도서실, 레스토랑, 카페에 넓은 마당까지 갖춰 시민들의 휴식터가 되고 있다.

개인역사 담고 지역역사가 서린 기억의 보고

현재는 사용하지 않지만 한 지역의 역사와 함께한 근대 건축물을 정비해 흥미로운 문화시설로 탈바꿈한 공간이 전국 곳곳에서 생겨났다.

3월 대구시가 KT&G로부터 기부채납 받은 중구 달성로 연초제조창고를 리모델링해 대구예술발전소로, 10월 경기도 안양시 안양예술공원 내 알바로시자홀을 국내 유일의 공공예술 전문센터로 새단장한 안양파빌리온, 역사적인 장소, 유물 등 지역특수성을 가지고 지역문화의 전승, 보존, 연구의 중심지로 살린 예로는 4월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조성 공사현장에서 나온 7,000여 점의 유물을 전시한 판교박물관, 11월 전남 나주시 반남면에 영산강 유역에 남아있는 고고자료를 보존, 전시하는 광역수장고로서의 국립나주박물관이 개관했다.

그런가 하면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유명인사의 생가나 관련 시설을 활용한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6월 과천시는 일본인 학자 후지츠카 치카시로부터 기증받은 유물로 추사박물관, 9월에는 종로구 옥인동에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인 박노수 가옥을 단장해 종로구립박노수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이런 전시공간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각 지역만의 차별화된 특성을 살리고 문화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하여 관광요소로서의 활용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간혹 지자체 경제규모를 넘는 호화 시설을 무턱대고 지어놓고 예산 부족과 관리소홀로 아까운 공간을 쓰지 못하는 폐단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특화된 콘셉트로 확실한 색깔 입은 ‘잇’ 스페이스

최근의 전시공간은 단순히 전시를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기보다는 예술과 상업을 결합하거나 독특한 건축 외관으로 공간 자체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5월은 이왈종 화백이 제주도 서귀포시 정방폭포 인근에 하얀 백자 찻잔을 모티브로 지은 왈종미술관, 한솔그룹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에 ‘전원형 뮤지엄’, ‘슬로우 뮤지엄’을 지향하며 한솔뮤지엄, 6월은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보석을 커팅한 느낌의 외관이 아름다운 공예전문갤러리 보고재, 12월에는 광주시 동구 의재로에 심리학을 전공한 오진철 대표와 광주양지병원 김석재 원장이 문화예술로 심리를 치료하는 복합문화공간인 해와문화예술공간 등이 개관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에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는 점차 경제환경이 좋아지는 추세로 젊은 미술인과 애호가의 문화적 기호가 고급화되면서 전시장은 이러한 트렌드에 맞는 차별화된 운영방식이 필요해졌다. 상업성에 밀려 순수예술의 기본을 잃게 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이들이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화랑가의 변화, 이전 폐관 전시공간

계속되는 경기불황에 화랑가는 전시장을 이전하거나 분점 통합을 하며 운영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2월에 아라리오갤러리는 종로구 소격동에 아라리오갤러리서울 삼청을 청담과 통합해 아라리오갤러리서울, 7월 청담동에 PKM트리니티갤러리는 삼청동 PKM갤러리로 통합했다. 금산갤러리 헤이리는 2012년 전시를 마지막으로 중구 회현동 금산갤러리 서울만 운영한다.

이전한 화랑으로는 1월에 인사동 본화랑은 소격동으로, 3월 용산구 이태원동에 갤러리에이큐브는 창성동으로, 창성동에 옆집갤러리는 신사동으로, 한남동에 갤러리스케이프는 소격동으로, 10월 갤러리선컨템포러리는 종로구 소격동에서 청담동으로 이전했다.

대우증권 역삼역 갤러리, 인터알리아 아트 컴퍼니 등 기업에서 운영하던 전시공간을 폐관하거나 잠정적으로 휴관하는 경우도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