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靑馬)의 힘찬 기운, 예술작품에서 듬뿍 받아볼까?
청마(靑馬)의 힘찬 기운, 예술작품에서 듬뿍 받아볼까?
  • 최영훈 기자
  • 승인 2014.01.0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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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갑오년, 말 관련 작품 전시 행사 풍성

2014년 갑오년(甲午年)은 말의 해다. 천간의 갑이 오행으로 따져 푸른색을 뜻하는 나무나 숲의 기운을 갖는다. 그래서 올해는 청마(靑馬)의 해다.

예로부터 말은 힘과 속도를 상징했으며,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였다. 특유의 질주 본능과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인해 인류에게 많은 도움을 준 가축이었다. 또 전투에서도 필수 요소로서 인류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늘 함께 했다. 인류 문명 진화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종종 신과 인간의 연결 고리로도 쓰였다. 고대 문명에서는 주요 인물 탄생의 순간에 함께 한 적도 많다. 고래로는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 탄생 신화에 말이 등장한다. ‘삼국유사’에는 한 우물가에서 신비한 기운을 가진 흰 말이 엎드려 절하고 있는 곳에 큰 알이 있었고, 그 알에서 박혁거세가 나왔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역사로부터 말은 권력과 권위의 상징으로 비유됐다. 중국 진시황은 사후에 자신의 무덤을 지키게 하려는 목적으로 병사와 말의 모형을 흙으로 빚어 실물 크기로 병마용을 제작했고, 가까이는 신라 왕의 무덤에서 천마가 그려진 말 안장 드리개가 발견돼 ‘천마총’이라 이름 붙여졌다.

▲ 경기도박물관 천마도(왼쪽)와 기마인물형 토기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국보 207호)는 올해 경기도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경기도 박물관이 올해 12월까지 여는 전시 ‘말 타고 지구 한 바퀴’를 통해서다. 이 외 금령총에서 출토된 국보 제91호 기마인물형토기, 라스코 동굴벽화 등에 등장하는 말의 모습을 통해 세계 각 지역 말 관련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외 ‘말 모양 허리띠고리’ ‘말갖춤(말을 부리는 데 사용되는 도구들)’ ‘마패’ 등 소장 유물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마구 스탬프 찍기, 모형말 타고 사진 찍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예전 우리 조상들도 말의 자태와 외모를 그림으로 표현해왔다. 여기에는 역동적으로 질주하는 말의 모습 외에도 평화로운 걸음을 걷는 말들의 모습도 자주 묘사됐다. 안견과 장습업, 김홍도의 그림에서 말의 다양한 모습들이 표현됐다. 장승업의 ‘쌍마인물도’, 윤두서의 ‘군마도’, 이면구의 ‘유마도’, 강필주의 ‘백락상마도’, 김홍도의 ‘기마응렵도’ 등이 유명하다.

특히 윤두서의 마상처사나 백마도는 마음에까지 편안함을 주는 그림으로 평가받고 있다. 버드나무 아래 풍경을 그린 윤두서의 백마도는 망중한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현대로 와서는 운보 김기창 화백이 ‘군마도’에서 말의 기상과 역동성을 그려냈다. 최근에는 ‘얼룩말 화가’ 김남표 작가가 섬세한 표현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남표 작가는 말의 목을 자른 김유신의 이야기를 화폭에 옮기기도 했다.

▲ 프란츠 마르크의 청마(왼쪽)와 김기창의 군마도

▲ 김남표 김유신의 말(왼쪽)과 Instant landscape Traveler #12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프란츠 마르크는 파란말 연작을 통해 영적인 동물을 표현했다. 강렬한 색채로 말을 표현하며 유토피아를 그렸다.

올해는 이처럼 다양한 말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들의 전시가 활발하다. 현대 디지털 아트부터 문화재로 지정된 작품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초월하고, 한국부터 호주까지 전세계를 아우르고 있다. 청마의 해, 이름에 걸맞는 전시가 곳곳에서 풍성하다.

롯데갤러리 ‘청마시대’-2월 24일까지

롯데갤러리에서는 ‘청마시대’전을 준비했다. 2월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한국·몽골·호주 작가 28명이 말을 주제로 한 조각과 그림 70여 점이 준비됐다. 한국의 김석영·김점선·박성태·박철종·송형노·장동문·조영철·최영·황창배 등 9명, 몽골의 차드라발·타미르 등 15명, 호주의 이본 보그·마기 셰퍼드·카를로스 바리오스 등 4명이 모였다.

▲ 김점선의 좋은날, 몽골 소드놈도르지의 청마시대, 호주 카를로스 바리오스 작품, 황창배 청마시대, 몽골 엥크타이반의 에코2, 장동문의 말-생성(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세 나라 모두 말과 관련 유구한 역사를 지녔지만 문화적 배경과 기후 환경 등에 따라 말에 대한 인식이 모두 다른 점이 흥미롭다.

한국 작가들은 말이라는 대상에 의미를 두기보다 말을 해석하는 데 집중한다. 굵고 거친 획으로 대상을 재해석하는 고 황창배 화백의 청마 작품, 동화적으로 말 이야기를 풀어낸 김점선 작가, 드로잉 기법으로 말의 활달한 이미지를 소개한 최영은 작가, 전통자개 기법으로 푸른 말을 표현한 장동문 화백 등 작품이 소개된다.

‘칭기즈칸의 후예’ 몽골의 미술가들은 설원이나 초원을 힘차게 달리는 말을 그리며 역동성을 강조한다. 말의 이미지와 함께 몽골 정신의 근간을 이루는 텡그리 신앙, 샤머니즘, 불교, 범신론과 합쳐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달리는 모습, 속도감 있는 붓질 표현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다. 몽골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엥크타이반의 절규에 가까운 표효가 느껴지는 말은 현생의 삶 너머에 존재하는 영원한 세상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우리 모습과 닮아있다.

세계 2위의 마필 생산국인 호주의 작품들은 서정적인 모습을 주로 연출한다. 개인의 심상을 투영하며 감성적으로 말 작품을 풀어낸다. 말에 얽힌 사연들을 시적으로 풀어냈다.

문의 02-726-4456

갤러리 두 ‘말, 하늘을 달리다’전-1월 18일~2월 15일

서울 청담동 갤러리 두에서는 ‘말, 하늘을 달리다’전이 1월 18일~2월 15일 열린다. 동양화 이양원, 서양화 김석영, 도예 한주은 세 명의 작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을 표현한다.

▲ 갤러리 두 김석영 곡신

동양화가 이양원은 힘차고 속도감 있는 선묘로 덧칠 없는 일필로 말의 역동성을 표현한다. 그의 말은 활력이 넘치고 해학적이며 순수한 동심을 이끌어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김석영 작가는 유화 물감을 두껍게 발라 말의 생생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보여준다. 오묘한 색채와 나이프 스트로크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곡신불사(谷神不死), 즉 골짜기 정신은 죽지 않는다는 주제를 말과 꽃으로 풀어낸다.

도예가 한주은은 스웨덴 고덴버그 대학원에서 공부했던 경험으로 북유럽 문화와 생활 환경을 블루페인팅으로 표현한다. 이미 익숙해진 사물들에 집중하고 재해석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문의 02-3444-3208

장은선 갤러리 ‘최일 기획전’-1월 11일까지

서울 종로 장은선 갤러리는 말을 주제로 작업하는 중견 조각가 최일의 작품을 2일부터 11일까지 전시한다.

최일 작가는 인류와 함께 해온 말을 통해 숭고함을 표현한다. 그의 말 조각은 적절한 단순함과 왜곡으로 감각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말과 사람은 최일 작가의 미적 주제를 떠 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다.

▲ 장은선갤러리 최일의 말 조각

말의 크기에 강인한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해부학적으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신체적 구성을 가진 동물이라는 깨달으며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일 작가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섬세한 표현으로 감각적인 조형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신작 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말의 신체, 몸의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춘 말 조각들이다.

문의  02-730-3533

국립민속박물관 ‘힘찬 질주, 말’-2월 17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도 말 관련 특별전을 준비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월17일까지 ‘힘찬 질주, 말’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고고·민속 유물 등 60여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한국인의 말에 대한 인식, 말과 연관된 민속, 말이 지닌 상징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말 신장은 지난해 11월 발굴 이후 처음 공개된다.  

▲ 국립민속박물관 조선 후기 ‘곤마도’(왼쪽)와 지운영 작 버드나무 아래의 말을 그린 그림.

버드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말을 그린 지운영 화백의 ‘유하마도’, 암수 두 마리의 말이 노니는 장면을 통해 백년해로와 자손 번창을 기원하는 조선 후기의 ‘곤마도’등이 전시된다.

청동기시대의 온전한 ‘말 머리뼈’, 부산에서 출토된 삼국시대 초기의 ‘말모양 토기’, 경주  왕릉급 고분 호석에서 나온 말 신장, 서울 마장동의 유래가 된 사복시 마장원과 관련된 ‘살곶이 목장지도’,  악귀나 병마를 쫓는 조선후기의 부적 ‘신마부’ 등 유물이 대표적이다.

또 재갈과 편자·등자 등 말과 관련된 용품들, 1970년대에 제작된 소아용 말타기 장난감, 고무공을 눌러 움직이는 경마 장난감 등도 출품됐다.

이번 전시회는 ‘말과 탈것’을 중심으로 야생마(진화), 길들이기(순화), 사람 승용(1단계), 신·영혼 승용(2단계), 19세기의 말, 기차와 승용차 등으로 전개된다.

문의 02-3704-3173

전주역사박물관, 마사박물관

전주역사박물관에서는 ‘달리자 청마야’전을 내달 23일까지 준비했다. 십이지와 말, 말의 상징, 말과 신앙, 일상생활 속의 말, 말의 생태, 군마, 지역과 말 등 7개 부문으로 펼쳐진다.  두 마리의 말이 등장하는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의 ‘쌍마도’, 말 위에서 술을 마실 때 쓰는 청자 ‘마상배’ 등 50여 점이 선보인다.

문의 063-228-6485

마사박물관은 4월 28일까지 ‘말놀이 문화’ 특별전을 연다. ‘내 친구, 말’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죽마놀이·말뚝박기 등 전통 말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문의 1566-3333

현대백화점 갤러리-H ‘2014 새해 청마전’-1월 29일까지

현대백화점에서는 1월 29일까지 무역센터점 등 6개 점포 갤러리-H에서 이성근 화백 초대전 ‘2014 새해 청마’전을 마련했다.

▲ 갤러리H 이성근의 청마 환희

자유롭고 파격적인 화풍을 자랑하는 이성근 화백의 작품들을 통해 새해 활기찬 기운맞이를 염원한다. 이당 김은호 선생의 제자인 이 화백은 다양한 동물을 한국화 특유의 해학적인 정서로 해석하며 명성을 얻었다.

1976년 이후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중국 등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그의 작품은 영국 황실, 파리 헤르메스 미술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집무실을 비롯해 세계적 명소 및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대구 아양아트센터 ‘2014 새해맞이 말 그림전’-1월 12일까지

대구 아양아트센터에서도 12일까지 ‘2014년 새해맞이 말(馬)그림전’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말과 새해를 주제로 한 예술작품을 보며 새해를 희망찬 마음가짐으로 출발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 김찬주의 공존(왼쪽)과 안남숙의 새해맞이

‘공존’이라는 주제로 말과 돼지를 함께 등장시켜 복이 많은 한해를 기원하는 김찬주 작가의 서양화, 군마와 푸른산·붉은 태양을 소재로 희망찬 청말띠 해를 맞이하길 기원하는 안남숙 작가의 동양화 작품이 선보인다. 이종용 작가는 노(老), 마(馬), 지(智)라는 제목으로 늙은 말의 지혜처럼 한해를 슬기롭게 지내길 기원하다.

이외에도 이미란, 정성근, 조용철, 정준호, 류재학, 이봉수 등 작가 70여 명의 작품이 소개된다.

문의 053-230-3312

인사동 쌈지길 ‘말달리자’-1월 31일까지

이달 31일까지 인사동 쌈지길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디스플레이전 ‘말달리자’에서는 디지털 아티스트 박승우 작가를 필두로 김현미, 장석우, 박세진, 지과자, 최승우, 김정수 등 7인의 작품을 모았다.

▲ 쌈지길 말달리자 포스터

▲ 디지털 아티스트 박승우의 작품

2013년 한 해를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2014년을 더욱 힘차게 맞이하라는 의미를 담아 생동감 넘치는 말 일러스트와 말 캐릭터를 페어퍼 아트로 만든 작품 등 70여 점이 선보인다.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여러 작품들이 쌈지길 곳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