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 칼럼]박물관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윤태석의 박물관 칼럼]박물관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 윤태석/뮤지엄 칼럼니스트, 문화학 박사
  • 승인 2014.01.1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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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윤태석/뮤지엄 칼럼니스트(문화학 박사)/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한국박물관학회 이사/한국박물관교육학회 이사

철도 파업이 상처만 남긴 채 끝났다. 파업사상 가장 긴 22일의 기록은 시민들의 고통과 인내가 고스란히 녹아든 것이었다.

기차와 전철의 운행횟수 감축에 따른 고통의 가중은 정부 정책방향의 적극적인 지지로 이어져 그릇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고 말겠다는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발현되었다.

여야는 그동안 입장이 바뀔 때마다 줏대 없는 주장을 펴 얄팍한 꼼수정치로 국민들을 무시해 왔다. 이런 태도가 파업의 상처위에 핀 한 떨기 꽃과 같이 빛났던 국민들의 성숙함과 저력 앞에 더 이상 발을 못 붙이게 했으면 한다.

철도나 원전 등 불합리와 부조리를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국정방향을 설정하게 했다. 특히,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 완전 환수 등은 정상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국민들에게 큰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안전관련 비리와 국제학교입시 등 교육 관련 비정상적 관행 등은 정부의 불신과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숭례문 복구와 석굴암 본존불 관리부실 등으로 야기된 문화재 관리문제는 정부의 척결대상 반열에 올라가는 불명예가 되었다. 이와 함께 박물관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요소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박물관의 비정상적 요인
복지급여 등 정부지원금 부정수급 근절을 비롯한 정부의 10대 분야 48개 핵심과제 중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우리박물관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사회단체 보조금 부정사용 근절’,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개선’, ‘지자체 출연기관의 부실경영 예방’, ‘문화재 부실관리 근절’, ‘공공기관 직원가족 특혜채용 근절’, ‘지방공공기관 친인척 특혜채용 근절’, ‘기부금ㆍ성금 관리의 불투명성 개선’, ‘직능단체 훈·포장 대가수령 관행 개선’, ‘취약계층에 대한 임금체불 관행 개선’, ‘불합리한 임금체계, 장시간 근로 관행’ 등이 박물관에 포괄적으로 해당될 수 있다.

먼저, 국고보조금의 부정사용은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되는 핵심 분야다. 2004년도부터 국고 및 기금이 사립박물관?미술관에까지 지원되기 시작했다. 만 10년이 된 셈이다. 누적 지원금은 적어도 수백 억 원대는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는 사이 크고 작은 부정수급 등 불미스러운 일도 여러 건 발생했다.

그러나 악의적인 것보다는 예산집행의 절차와 방식 등에서 이해가 부족해 발생한 것들이 많았다. 특히, 수장고 등 하드웨어가 부실한데 교육과 전시 등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지원은 예산 사용에서 박물관을 잠재적 범법자 또는 잠재적 비정상화로 내몰게 할 수 있어 지금까지도 우려가 크다.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지원방향의 정상화가 심각하게 제고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공립박물관의 경우 방만하거나 부실경영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박물관에 대한 낮은 인식, 전담 전문직관장의 미 배치, 예산과 콘텐츠의 부족 등은 부실경영의 단초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역시 시스템의 정상화가 시급히 요구된다.

문화재부실관리는 숭례문복구 과정에서 나타난 부조리와 석굴암 관리부실이 원인이 되고 있으나, 문화재를 소장, 관리, 활용하고 있는 박물관에서도 자유스러울 수 없는 정상화의 방향이다. 박물관에서 가장 핵심은 소장 자료로 인류의 공공재이다. 문화재라고 하는 가치적 기준을 차치하더라도 어떠한 소장 자료라도 이에 대한관리강화는 무엇보다 우선함을 내부로부터 재인식해야한다.

국립을 중심으로 전문직에 특정대학출신과 대학교수출신의 관장 제자들이 특혜 채용되고 있음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바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채용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정상화되어야 한다. 이는 사립박물관의 인력 지원 사업에서도 드러난다. 일부 박물관에서 친인척과 직계존비속이 지원의 대상이 되고 있어 정부로부터 지적된바 있다. 물론, 정상적인 과정과 절차, 규정을 준수함에도 친인척이라는 것이 멍에가 될 순 없다. 그러나 채용과 운영, 관리에서 객관성을 상실했다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사립박물관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2007년에는 학예사 인건비가 2012년에는 교육사 인건비가 지원되고 있다. 또한 규모가 큰 박물관일수록 여러 직종의 인력이 일을 하고 있다. 외부지원을 받은 인력과 기존 인력 간에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인금체계, 규모가 큰 영리목적의 박물관에서 우려되는 임금체불과 장시간 근로 관행 등도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비정상적인 것일 수 있어 발생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정부는 금년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박물관의 관람료 무료화와 야간개장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립박물관은 이미 관람료를 무료화한지 6년차를 맞고 있다. 또, 한국박물관협회 회원 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은 5월 18일 세계박물관의 날을 전후로 한 1주일을 뮤지엄 위크로 지정해 국민들에게 관람료 무료화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무료화와 문화향유 실적 증가, 향유콘텐츠의 질 담보 정도는 현재까지는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다. 무료화의 확대가 기대했던 방향과 맞지 않다면 이미 비정상일 수 있다. 이 역시 정상화가 필요한 것인지를 재점검해야 한다.

갑오년 새해 초! 박물관의 비정상적인 것을 스스로 찾아보았으면 한다. 그것이 비록 작심삼일이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