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외면해온 그들…'보이지 않는 사람들'展
당신이 외면해온 그들…'보이지 않는 사람들'展
  • 주세웅 기자
  • 승인 2014.02.0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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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서 3월 2일까지 개최

 정보의 홍수시대라 불리우는 21세기를 살아가며 현대인들은 뒤바뀌는 유행과 시류를 쫓기에 여념이 없다. 인권의 소중함과 봉사의 아름다움을 부정하는 이는 없으나,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한국사회에서의 난민은 그런 '투명인간'과 동일한 존재다.

▲ '보이지 않는 사람들'전에 전시되는 난민 미니어쳐

지난 7일 서울시립미술관이 개최한 <보이지 않는 사람들>전은 바로 그런 난민들을 위한 재조명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제일기획과의 공동협력으로 실현된 이번 전시회는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소박한 명제에서 출발해 전 세계 3천 5백만 명, 국내 350여명에 이르는 난민들이 고국을 떠나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며, 3D 미니어처 등의 최신의 테크놀로지를 통해 우리의 관심 밖에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시각화하는 전시회이다.

한국사회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난민의 정의는 “인종, 종교, 정치, 사상 등의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를 가리킨다. 일견 우리와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불과 반세기 전만해도 우리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난민을 떠안아야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을 찾아오는 난민들의 숫자 역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을 '반기문 사무총장의 나라', '인권국가'로 인식하며 희망을 품고 이곳을 찾는다. 2013년 11월 말 기준, 6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난민신청을 했고 이 중 350명 가량이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난민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것이다.

전시회에선 국내 거주 난민들과 아프리카 니제르 난민 캠프 방문을 통해 찍은 영상을 토대로 한 뼘 크기의 3D 미니어처를 제작하고, 이들 개개인의 실제 스토리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미술관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계단, 창틀, 화장실 선반 등 미술관 곳곳의 틈새공간을 활용하여 수십 개의 난민 3D미니어처들을 설치하고, 각 미니어처에 QR코드/NFC코드를 입력해서 관람객들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접속하면 이들 개개인의 리얼 스토리 영상을 들어볼 수 있게 된다. 또한 공식 SNS를 통해 직접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장소와 작은 크기 때문에 전시된 난민들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두 명이라도 난민을 발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이들은 더 이상 '투명인간'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잘 보이는 사람'들로 거듭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담긴 테크놀로지를 통해 이번 전시는 우리가 관심을 갖고 소통하는 순간 보이지 않던 난민들이 비로소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미 수많은 난민들이 우리 곁에서 함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할 것이다.